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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표지이야기 등록 2003.06.12(목) 제463호

[표지이야기] “경제팀 확 바꿔야 산다” -전성인 교수

인터뷰 | 전성인 홍익대 교수

단기적 처방은 이제 그만…경제 체질 강화에 주력해야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투자를 위해 재벌에게 한번 손을 내밀기 시작하면, 정부는 그 마약 때문에 계속 재벌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이른바 ‘안정’ 위주의 경제정책을 펴가고 있는데, 그런 정책으로는 총선에서 결코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 경제팀을 바꾸지 않는다면 총선 이후에는 바꾸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경제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SK글로벌 문제나 카드사 문제 모두 임기응변식으로만 대응을 하고 있다. 지금은 경제운용을 ‘안정’에 중점을 둔다는 애초 구도가 오판이었음이 확인되고 있는 단계다. 경제정책을 개혁쪽으로 확실히 바꿔야 할 때다. 지금 경제팀을 그대로 두고 정책만 바꾸기는 쉽지 않다. 정부 출범 뒤 쉬운 길을 걸어왔는데, 앞으로 갈 길도 그럴 것 같아 걱정이다.

-정부가 투자부진을 걱정한다. 결국 재벌과 손을 잡고 있다.

=김영삼 정부 초기 ‘신경제 100일 계획’을 생각해보라. 김영삼 정부는 단기에 성과를 내고 싶었고, 그래서 재벌을 찾아갔다. 대기업은 투자라는 선물을 미끼로 정권과 거래를 했다. 정권은 투자라는 마약 때문에 계속 재벌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 끝은 IMF였다. IMF가 가르쳐준 것은 과잉투자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티폰도, 삼성차도 결국 문을 닫았다. 신경제 100일 계획은 정말 찬란하게 실패했다. 투자를 위해 재벌에게 손을 내밀었다가 어떤 일을 겪게 됐는지 그때 배웠는데, (노무현 정부가) 10년 만에 똑같은 일을 하려하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 부양이 불가피한 면도 있다.

=단기적 처방을 통해 불황을 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일의 선후와 경중을 가려야 한다. 선거를 의식한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면 안 된다. 기업인들 불러다 투자부탁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경제운용이 아니다. 할 수 있어도 피해야 할 전근대적인 방식이다. 투자진작은 투자의 가격인 이자를 낮추고 기업가들의 동물적 근성을 북돋는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멈춰야 한다. 이자율은 더 이상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고, 금리가 투자의 발목을 잡는 상황도 아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지금 통화정책이란 무기를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 재정 지출확대나 감세도 대폭 실시하기는 어렵다. 공적자금 상환부담이 있고, 노령화에 따른 복지재정 수요가 늘어나게 돼 있다. 북한 핵문제도 타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면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돈이 들게 된다. 정부의 재정부담 여력이 매우 적다. 경기상황만 아니라면 지금은 재정건전화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사실 많지 않다. 길게 보고 자연치유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자꾸 단기적 처방 요구하면 이상한 정책들이 나온다. 세번 묘수를 두면 바둑 진다는 얘기도 있다. 정부가 할 일은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금융기관 부실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등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다. 다 알면서도 안 하려고 한다.

-정부는 부실이 드러나는 것을 걱정하는 듯하다.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떨어지는 데는 노령화, 옛 시스템을 버렸지만 새 시스템이 아직 잘 정비되지 못한 점, 잠재부실 등 여러 요인이 있다. 하지만 부실은 그렇게 크지 않다. 빨리 제거하면 된다. IMF라는 폭탄도 제거했는데,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정부가 이를 직시하고 풀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시장은 즉시 호응할 것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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