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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표지이야기 | 등록 2003.06.12(목) 제46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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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기업이 돈 있어도 투자 안 한다” 조성종 한은 경제통계국장이 진단하는 한국경제… 서비스 분야 침체로 체감경기 더 얼어붙어
한국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은 위기인가, 아닌가 각종 경제지표들이 말해주는 한국경제 상황은 어떤가 <한겨레21>은 6월4일 물가·통화금융·자금순환·국제수지·기업경영분석 등 각종 통계들을 한눈에 들여다보며 한국경제를 조망하고 진단하는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을 만났다. 조성종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유통과 음식점 등 서비스부문의 경기가 특히 안 좋은 상태다. 그래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더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또 “경제침체로 가장 타격을 받고 있는 쪽은 (재벌기업이 아니라) 내수업종이 많은 중소기업들”이라고 했다.
3.7% 성장이 위기는 아니다
-요즘 모든 실물경제지표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비관적 신호를 보내고 있는가 =지난해 12월부터 경제지표들이 갑자기 꺾이고 있다. 경기종합지수가 조금 오르려다가 그냥 주저앉고 말았다. 정상적인 경기순환 국면이라고 보기 어렵다. 부동산경기와 민간소비 위주로 인위적으로 부추겨온 경제가 지난해 연말부터 한계에 부닥쳐 힘을 잃은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1분기 3.7% 성장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수치인가. =한달 전에는 3.7%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지 않았다. 3%대 후반으로 예상했는데 조금 더 나쁘게 나왔을 뿐이다. 이것을 가지고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유통부문과 음식점 등이 특히 안 좋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도 더 얼어붙고 있다. -2분기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무성하다. 경제가 급속한 침체국면으로 돌입하고 있는가.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신호를 보여주는 경제지표는 아직 없다. 미국의 제조업경기와 소비자신뢰지수가 좋아지면서 미국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우리 기업과 가계쪽에서 좋은 시그널은 아직 안 보인다. 다만 수출을 보면 5월 말에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자동차가 많이 팔리고 있고 선박도 수출이 좋은 편이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영향을 말하지만 안 좋을 때는 사스 때문이라고 하고, 사실은 별 영향이 없다는 말도 하는 등 효과는 분명치 않다. -시중 자금흐름은 어떤가. =자금이 단기화하고 있다. 기업 자금은 장기자금이고, 가계저축도 장기 정기예·적금이 많아야 하는데 단기예금이 대부분이다. 시중 자금은 풍부하지만 다들 부동자금이라서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부동산 투자도 이제 썩 좋은 상황이 아니라 그쪽으로 흘러가는 돈이 주춤하는 양상이다. 돈이 주식시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만 기업들이 증자해서 기업자금으로 쓰지 않는 한 주가가 상승해도 이미 있는 것을 서로 맞바꾸는 것에 불과하다. 기업들은 주가가 안정적으로 오르면 그때 가서 증자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비도 확 줄었지만 투자위축도 심각한데, 기업들이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인가.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하고 있다는 말은 지금 시점에서 안 맞는다. 지난해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져서 갖고 있는 현금은 많은 편이다. 건전한 기업이라면 은행에서 돈 빌리는 것도 쉽다. 기업하는 사람들은 눈치가 빠르다. 노무현 정부 경제팀에 (성장보다는) 분배 전공자들이 많다고 우려한다. 노무현 정부가 노조와는 친한 것 같은데 상대적으로 기업과는 거리를 두는 게 아닌지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인위적 경기부양 한계 부닥쳐
-물가는 어떤가. =이라크 전쟁이 끝난 뒤 유가는 안정됐다. 올해 날씨가 어떨지 모르지만 농작물에 큰 피해가 없으면 올해 물가를 4% 이내로 잡는 데는 걱정 없다. 물가가 너무 낮아도 디플레이션이 일어나 기업이 투자할 의욕을 잃는다. 일반적으로 2%대의 물가상승 아래서 성장이 지속된다고 한다. -경기부양을 위해 최근 금리를 인하했는데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가. =금리인하의 기대효과는 소비와 투자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하는 경제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처방의 성격이 짙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인하로 경제가 갑자기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금리가 인하되면 이자부담도 낮아지고 가계부채도 줄어서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내기 마련인데 아직 그런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성장률이 1% 떨어지면 실업자가 10만명 정도 늘어난다고 하는데 실업률 수치만 보면 아직 괜찮은 편 아닌가. =기업이 어려우면 마지막으로 사람을 자르는 단계에 들어간다. 그래서 실업률은 경기 후행지수의 성격을 띠고 있다. 아직 실업률이 높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취직이 안 되니까 고시준비나 하겠다는 식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은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다.
중소기업이 가장 먼저 타격
-성장의 질적인 측면은 어떤가? 무리한 경기부양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난해 경제성장률 6.3%는 그동안 구조조정의 성과가 나타난 면도 있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경기를 띄운 측면도 있다. 지난해 전반기 성장을 이끈 것은 부동산경기와 신용카드 사용 확대로 대표되는 내수였다. 정부가 경기를 띄웠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부양책이 집값 폭등과 가계 부실 등 후유증을 낳았고 이것이 지금 소비 위축과 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는 수출 위주로 성장했다. 대기업 부채비율이 300∼400%에서 130%대로 낮아지고 금리도 떨어져서 수익성이 개선된 면도 있다.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지만 경제지표상의 만족뿐 아닌가. =수출을 보면, 잘 나가는 자동차·철강·선박 등은 금액은 크지만 기업 수는 적다. 반면 수많은 중소기업이 맡고 있는 섬유·의류·신발 등은 거의 수출이 안 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경기가 더 안 좋게 보인다. 특히 중소기업은 내수업종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국내 경제침체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도한 임금인상률이 기업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지금은 매출이 떨어져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지 높은 임금인상률이나 원자재 값 폭등 같은 생산비용 요인에서 그 원인을 찾을 만한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5개월 연속 경상수지 적자를 냈지만 4월 한달에만 이자·배당금 지급으로 무려 12억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외국인 주주들의 투자지분에 대한 막대한 배당이 경상수지 적자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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