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이야기 ] 2003년06월26일 제465호 

진로를 삼킨 골드만삭스의 작전

부실채권 매입해 차익 남기고 법정관리 신청… 내부정보 이용해 진로채권 매입했다는 주장도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빌딩과 서울 강남 뱅뱅사거리의 논노빌딩의 주인, 부산하얏트 호텔의 최대 주주, 온라인 증권정보제공업체 팍스넷의 주주….

진로와 대립하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 투자회사 골드만 삭스의 한국 내 현주소다. 그들은 한국에서 주식거래를 중개하기도 하고, 직접투자도 하고,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기업 인수·합병 때 거간 노릇도 한다. 이익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4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때는 자문 역할까지 했다.

6월5일 블룸버그 통신은 “골드만삭스가 한국과 일본에서 부실기업 채권거래와 기업 인수·합병(M&A) 중개 등으로 거액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이 파산 상태에 빠지면 부실채권을 장부가의 최저 10%만 주고 수억달러어치를 인수한 뒤 회사 정상화와 함께 되파는 방식으로 큰 차익을 올리고 있다면서 돈 버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통신은 이어 골드만삭스가 진로 회사채 4억4900만달러 상당을 확보하고 최근 채권자 자격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고발사건에서 피고발인에 포함된 마크 맥골드릭(44)은 도쿄 골드만삭스 아시아본부 내 41명으로 구성된 ‘아시아특별상황그룹’(ASSG)을 이끌면서 골드만 삭스 그룹 전체에서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그는 자신의 사업에 대해 “5센트 동화를 주고 10센트 은화와 바꾸는 사업”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골드만 삭스가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순수익 가운데 아시아 비중이 2001년 5.5%에서 지난해 19%로 급증했다. 한 로펌 변호사는 “골드만 삭스가 일본과 한국에서 벌이는 공격적이고 편법적인 영업 형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드러난 진로에 대한 골드만 삭스의 치밀한 ‘작전’은 한마디로 007작전에 버금간다. 외환위기 때 진로쪽과 접촉하면서 비밀유지계약을 맺고 진로쪽의 내부 경영자료들을 확보한 뒤 진로에 대해 회사개시 신청까지 하는 등 하나하나 단계별로 자신들의 계획을 실현해나갔다. 특히 그룹 자회사들의 법인격과 지역이 다른 점을 이용해 조세, 제반비용, 법적 위험 등을 모두 고려해 다른 지역의 사무소 명의를 활용하는 등의 치밀함마저 보였다.

골드만 삭스쪽은 <한겨레21>의 서면 질의에 대해 “한국의 법을 존중하며 검찰의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고발 내용에 대한 골드만 삭스쪽의 답변이다.

“진로의 주장은 근거 없는 모함이며, 진로는 2002년에도 이같은 주장을 근거로 골드만 삭스의 진로채권매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가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신청을 스스로 취하한 바 있습니다. 최근 진로는 법정관리가 결정된 후 똑같은 주장을 다시 되풀이하며 골드만 삭스를 업무상 배임죄로 형사고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저희는 이번 기회에 이러한 주장의 근거없음이 확실히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시 자산관리공사에서 실시한 부실채권 매각은 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공정하게 이루어진 것이며, 골드만 삭스는 당시 진로를 비롯한 여타 한국기업들의 부실채권 매각 입찰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내부정보를 이용해 진로채권을 매입하였다는 주장은 어떤 근거에 기인한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자산관리공사에서 당시 부실채권을 매각한 방식은 여러 기업의 부실채권을 번들로 묶어 가장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입찰기업에 매각하는 것으로서, 골드만 삭스는 자산관리공사가 실시한 여러 입찰에 참여하여, 다른 입찰자들과 마찬가지로 일부 입찰에서 낙찰자로 선정되었습니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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