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이야기 ] 2003년06월12일 제463호 

‘위기’가 아니라 ‘후퇴’

주류경제학엔 ‘위기’ 개념도 없어… 한국경제 상황은 경기후퇴로 봐야

자본주의 경제에서 아무리 경기 안정화정책을 써도 4∼5년마다 순환적으로 찾아오는 경기후퇴 국면을 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학의 신념에 따르면, ‘경제위기’(economic crisis)는 있을 수 없다. 금융위기·외채위기란 표현은 쓰지만 경제위기라는 말은 거의 하지 않는다. 시장 가격기구가 제대로 작동하면 경기가 조절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혹시 위기국면이 닥친다면 경제 외적요인이나 정책의 실패 때문이라고 본다.

근대 주류경제학 교과서에는 위기에 대한 정확한 정의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경기변동 과정에서 2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게 되면 ‘경기침체’(recession)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주류경제학 교수들이 “내가 가르친 대학원생들은 (자본주의 시장 결함에 국가 개입으로 대처하는) 케인즈이론을 아는 사람이 없다”거나, “(경기순환을 보여주는) 콘트라티예프파동이니 주글라파동이니 하는 말을 대학원생들이 잊어버렸다”고 자랑스러워한다. 그만큼 자본주의(혹은 미국) 경제가 위기는 물론 침체와 불황을 겪지 않고 호황을 구가해왔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다.

물론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온 개발도상국이라면 마이너스 성장을 위기로 규정할 수도 있다. 또 한국에서 잠재성장률을 현저히 밑도는 수준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경기후퇴 국면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김태동 금융통화위원은 “한국은 올 1분기에 마이너스가 아니라 3.7% 성장했다. 경기가 안 좋다는 표현은 가능하지만 위기는 아니다. 현 경제 상황은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경기후퇴’ 단계다. 5년 전 외환위기와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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