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이야기 ] 2003년06월05일 제462호 

“불법어로 유혹 뿌리치기 어렵다” - 박건섭 연평어촌계장 인터뷰

인터뷰 | 박건섭 연평어촌계장

월선개념 애매모호… 군부대 앞바다를 마을 공동어장으로 개발해 주길



박건섭(60) 연평어촌계장은 지난해 서해교전때 논란이 된 어선들의 불법조업 이야기부터 꺼냈다. 한마디로 사실과 다르고 억울하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연평 꽃게어장에 대해 체계적이고 일원적인 관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꽃게잡이 철이 되자 연평도 근처에서 남북 해군 충돌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 전에 지난해 문제가 된 월선 개념부터 정확히 하자. 어선들이 GPS를 갖춰 조업구역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밀물·썰물 때 해상이 300m가량 차이가 나기도 하고, 눈앞에 있는 꽃게를 따라가거나 어민들끼리 경쟁을 하다 보면 간혹 조업구역을 벗어나는 일도 있었다. 어민들은 조업구역을 벗어나면 월선으로 이야기하는데 일부에서는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것처럼 이야기했다. 비유하자면, 어민의 조업구역 이탈이 갓길운행이라면 북방한계선 월선은 중앙선을 침범하는 것이다.

-올해부터 단속이 강화됐는데 정부 당국에 바라는 게 있다면.

=각 정부 부처와 기관에서 꽃게잡이 조업 지도를 하고 있는데, 되도록이면 관리를 일원화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 인천시와 옹진군의 어업지도선은 말 그대로 ‘지도’만 할 뿐 불법행위를 처벌할 권한이 없다. 해경은 요즘 부쩍 늘어난 중국어선의 불법어로 단속에 바빠 남는 힘이 없다. 해군은 민간어선을 단속할 권한이 없다. 일부 어민들은 불법행위로 1천만원을 벌면 200만원가량 벌금 내면 된다고 생각한다. 정부 당국의 관리를 일원화하고 법을 어긴 사람은 즉각적으로 처벌해야 한다.

-왜 불법행위가 계속되는가.

=연평 꽃게어장에는 연평도 배만 들어갈 수 있다. 이 꽃게잡이 배들이 1년에 최고 2억~3억원씩 번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바깥 사람들은 ‘촌놈들이 촌구석에서 특혜 받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정말 오해다. 꽃게잡이를 하려면 빚을 져야 한다. 그물값이 1억원이 넘고 선불을 주고 선원을 데려와야 한다. 꽃게잡이에 나서기 전에 대략 2억~3억원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마땅한 보증이 없는 어민들이 은행 등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없었다. 어민들은 연 28%의 이자를 내고 사채로 이 돈을 마련한다. 연평도 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꽃게를 잡아도 내 손에 들어오는 돈은 별로 없다. 빚을 갚지 못해 빚쟁이한테 배를 빼앗긴 선주들도 있다. 빚에 허우적거리다 보면 불법어로를 하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남북 분쟁을 막기 위해 서해 북방한계선에 남북 공동어로수역을 만들자는 주장이 있다.

=반대한다. 북방한계선을 트면 (지금처럼) 연평어민들만 독점적으로 조업을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북한도 보상을 요구하며 돈을 달라고 할 것이다.

-연평도 지역경제를 위한 대책이 있나.

=연평도에 주둔하고 있는 군부대의 앞바다를 마을 공동어장으로 개발하면 주민소득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군부대 작전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일정한 시간대에 작업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 경기도나 강원도 농민들이 군부대의 허락을 받아 민통선 안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섬 사람들이 섬 안에서 살 만하게 되면’ 꽃게조업구역을 벗어나는 불법조업도 줄어들 것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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