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hani.co.kr/h21

기사섹션 : 표지이야기 등록 2003.05.22(목) 제460호

[표지이야기] 보수는 과연 애국세력인가

한국전쟁 때 무작정 줄행랑친 고위관리들… 특권적 무임승차도 계속돼

한국에 과연 보수가 있을까. 홍덕률 대구대 교수(사회학과)는 계간지 <황해문화> 봄 호에서 ‘한국적 보수’란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단지 변화와 개혁에 저항하는 보수, 더 정확하게는 수구적 세력만이 존재해왔다는 것이 그간 흔히 한국의 보수주의에 대한 많은 연구의 공통된 결론이었다. 여기서는 ‘한국적 보수’라는 이름으로 그것을 통칭하고자 한다.”

물론 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다. 한승조 고려대 명예교수는 홈페이지에서 “이 나라에 보수주의와 그 세력이 없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본래 ‘보수주의’란 과거부터 유지되어온 사회질서와 문화전통 중에서 좋은 점을 계승하고 발전시키자는 사상과 행동이다. 한국 현실에서 보수주의란 실제로 기존질서와 문화전통을 외래사상 특히 공산주의 파괴로부터 수호하려는 사상과 행동으로 나타났다. 공산주의자나 용공세력과 싸워서 나라를 세우고 지켜온 보수세력이 있다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라고 주장한다.

한국전쟁 때 정말 보수세력이 공산세력과 맞서 싸웠을까.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 대전에서 있었던 ‘성남장 사건’은 당시 국가지도부 등이 얼마나 비겁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1950년 7월1일 정부가 대전으로 내려와 있을 때, 각료들은 성남장이란 여관에서 머물고 있었다. 남진하는 북한군이 경기도 평택을 점령했다는 다급한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 고위관리들은 이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전주로 몰래 피신해버렸다. 하지만 평택 함락이 오보임이 알려지자, 관리들은 슬며시 숙소인 대전 성남장으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이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격분한 여관 주인이 투숙을 거부해버렸다. 많은 사람들은 한국전쟁 때 돈 있고 배운 사람들은 모두 외국으로 도망가고, 못 배우고 돈 없는 사람들만 나가 싸웠다고 기억한다.

이에 비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국과 중국 등 외국군대는 배운 자와 있는 자의 솔선수범이 돋보였다.

한국전쟁 때 미군장성 아들 142명이 참전해 35명이 죽거나 다쳤다. 유엔군 총사령관 윌리엄 클라크 대장의 아들은 강원도 금화 저격능선 전투에서 중대장으로 싸우다 중상을 입었고, 미 8군사령관 벤프리트 장군의 아들은 B-26 폭격기를 몰고 출격했다가 전사했다. 중국 지도자 마오쩌뚱의 큰아들 마오안잉은 한국전에서 전사했다. 마오쩌뚱의 주변 인물들은 아들이 현재 맡고 있는 임무도 중요하니 한국전에 보내지 말자고 건의했다. 하지만 마오쩌뚱은 “그가 죽음이 무서워 가지 않는다면 어느 누군들 가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아들을 북한으로 보냈다. 참전한 마오안잉은 50년 11월25일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했다. 마오쩌뚱은 아들의 시체를 북한 땅에 묻으라고 지시했다.

한국전쟁 뒤 50년이 지났지만 나보다 약한 사람들이 지킨 체제에서 특권적 혜택만 누리려는 보수세력의 무임승차는 계속되고 있다. 2000년 언론비평전문주간지 <미디어오늘>이 <동아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스포츠투데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 족벌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8개 중앙언론사 사주 일가의 병역 현황을 조사한 결과, 언론사주 일가의 병역면제 비율이 42.1%로 평균 면제 비율 4.6%보다 10배 가까이 높았다. 또 현역복무 비율도 47.4%로, 평균 현역판정 비율인 84.4%에 비해 매우 낮았다. 최근 고위공직자와 그 자녀의 이중국적과 병역문제를 둘러싼 잡음은 우리 사회 보수세력이 50년 전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입으로만 나라를 지킬 뿐임을 보여준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21003000/2003/05/021003000200305220460046.html



The Internet Hankyoreh copyright(c) webmaster@new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