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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다’ 혹은 ‘자랑스럽다’ 노 대통령 방미를 보는 정반대 시각, 민주당 김성호-이종걸 의원의 격돌대담
민주당의 이종걸(46)·김성호(41) 의원은 초선 의원인데도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대담하게 밝혀온 쪽이다. 이 의원은 ‘바른정치의원모임’ 소속으로, 김 의원은 ‘새벽21’ 소속으로 당의 비민주적 운영방식에 반기를 들었고, 2년 전 정풍운동의 주역으로 함께 활동했다. 지금도 당내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신당추진에서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활동과 이후 갈등을 빚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김 의원은 김근태 의원 등과 더불어 성명을 내고 노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반면, 이 의원은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하지 않고 노 대통령을 옹호하는 데 몸을 던지고 있다.
이는 대선 기간 이 의원이 노 대통령을 적극 지지한 데 반해, 김 의원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관성’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대담은 김 의원이 한-미 정상회담 얘기를 꺼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한-미 정상회담, 실패와 성공 사이
김성호 의원(이하 김)=한-미 정상회담은 한마디로 실망스러운 회담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최소한 이 정도는 지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남북문제에서 북한과 미국 사이의 회담과 별도로 남북한이 주체적으로 일정 부분 역할을 해왔는데, 그 역할마저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서 남북한의 역할이 급격히 위축되고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의원은 어떻게 생각하나. 나하고는 생각이 다른 것 같은데. 이종걸 의원(이하 이)=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공동성명에 비춰볼 때 그동안 불안정해 보이던 한-미 동맹관계를 재확인했고, 북한 핵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원칙을 다시 한번 분명히 확인한 점 등은 정상회담의 중요한 결과물이었다. 한강 이북 미군기지 재배치를 신중하게 추진한다는 미국쪽 입장을 받아낸 것, 동북아 경제중심 설정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한국 경제의 신인도를 높였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침체시켰던 심리적 불안요소, 남북한의 문제라기보다는 한-미간 문제에 대한 경제 담당자들의 심리적 불안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한국이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이견이 있다. 첫 번째 북핵 문제가 위험수위에 이를 때 추가적 조처를 한다는 성명 내용의 경우, 불가피한 정도의 조정 결과가 아니겠느냐. 그게 최종적인 타격을 상정한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새로 진전돼가는 상황에 따른 계단 과정이다. 앞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조처를 놓고 여운과 여러 가지 절차를 남겨두는 것이다. 선제공격론이 미국의 조야에서 팽배했던 것에 비하면 분명 외교적 성과다. 둘째 남북 교류협력을 북핵과 연계한다는 것도 햇볕정책의 새로운 변형이다. 대북 포용정책의 원칙에다 북핵 문제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긴 데 따른 전술과 전략의 첨가다.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교류를 연계한 것도 남북한간 자주적 해결원칙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특히 두 가지를 연계시킬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미국과 공조하겠다고 한 부분은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으로 하여금 사실상 내정간섭을 하게 만든 아주 문제가 많은 조항이다. 김대중 정부가 그동안 두 가지를 연계하지 않은 것은 연계시킬 경우 한반도 문제에서 남쪽의 지렛대 역할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와 남북교류를 분리해서 병행해 추진한 것은 북-미간의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남북간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자는 것이다.
‘추가조처’ 언급은 정말 위험한가
이=추가조처가 경제제재, 해상봉쇄 나아가 군사적 대응에까지 이를 것이라는 것은 미래형이고, 가장 중요한 조건이 성취됐을 때나 상정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교부 장관 말대로 경고의 의미이고,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모든 수단과 정책을 신축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해나가겠다는 표현 그대로다. 대화가 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확대된 전략 전술이기도 하다. 만일 미국은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겠다고 하고, 한국은 대화 아니면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없다고 주장해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부딪쳤다면 한-미 정상회담은 어떻게 됐을까. 한국과 미국의 국제 정세상 위치 등을 다 고려해볼 때 참여정부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다. ‘추가조처’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하고 또 그렇게 확신하지만, 만일 그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외교채널을 통해 협의하고 합의하고, 양국 정상의 전화통로까지 열어놓아 합의와 협의의 방법들을 강구해나간다는 ‘조건의 조건’을 첨가시켜놓은 것은 노 대통령의 성과다. 남북 교류협력과 북핵 문제를 분리해 병행하느냐, 연계하느냐는 것은 어느 정도 중첩된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대화와 설득 위주의 대북전략은 그대로 유지하되, 이제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대북정책을 구사해보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북한이 핵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원칙만을 되풀이했을 뿐이지, 만약에 가질 때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 그때까지 대화만 하고 남북 교류협력을 계속할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한 적이 없다. 또 아무리 북핵 문제가 악화된다 하더라도 인도적 지원은 계속할 것이라는 분명한 내용이 공동성명에 담겨 있다. 김=시각이 많이 다르다. 평화적 해결이 되지 않을 때의 방법을 밝히지 않은 것은 밝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원칙은 이후 상황에 대해 위협하거나 공갈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럴 경우 북한은 우리의 진의를 의심하게 되기 때문에 협상이 성립하지 않는다. 북한이 왜 핵무기를 보유하려고 하느냐는 근본문제를 따져봐야 한다. 북한은 핵 보유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안보 위협을 막아내기 위한 방어적 수단으로 핵을 가지려 하고 있고, 갖겠다고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고, 동시에 미국에게는 북한을 선제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하게 해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사실상 ‘선 핵포기’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으나, 북으로서는 사실상 무장해제를 의미하기 때문에 주권국가로서 방어기제가 없어진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부분을 해소시켜줄 필요가 있다. 불가침 조약이나 최소한 공개적인 문서는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추가조처를 언급한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진정으로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민족공조와 한-미 공조
이=왜 미국이 무조건 공격할 것이라고 북한이 믿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과거 냉전체제에서는 그런 오해를 할 수도 있으나, 그 전선은 이미 무너졌다. 사실상 북한을 먹여살리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교류, 자본교류, 기술교류는 일반 자본주의 국가 사이에서보다 더 활발하다. 북한의 핵 보유가 오로지 미국의 위협 때문만이라는 해석에 동의할 수 없다. 김정일의 내부 권력체제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북한은 남한에 대화로 풀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적이 없다. 여러 가지 설득과 노력에도 안하무인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제 미국이라는 지렛대를 중심으로 간접적으로라도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대해서도 협의와 타협을 통해, 단계적인 동의 절차를 밟아감으로써 미국의 일방적 행동을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외교정책이다. 김=근본적인 시각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생각이 아니다. 미국이 끊임없이 주장해왔고 실제로 93년 영변 핵의혹 시설에 대해 군사적 공격을 감행하는 계획을 세운 바도 있다. 냉전체제가 해체됨으로써 거꾸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도 커졌다. 과거 냉전체제에서는 핵우산 아래 남북한이 보호받았으나, 이제는 세계가 미국 일방의 패권 아래 들어갔기 때문이다. 북한이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뜻도 여러 차례 밝혔다. 서해교전이라는 군사적 충돌이 일어났는데도 남북교류가 중단되지 않은 것은 한반도 양쪽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미 공조와 민족공조 두 축을 동시에 병행해야만 한반도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한국의 대통령은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에 반드시 핵을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민족공조를 통해서는 미국에게 북한을 침략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받아내야 한다. 이렇게 양쪽의 주장을 동시에 해결하는 조정자로서 구실을 해야 하는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민족공조는 포기하고 한-미 공조만을 강조함으로써 앞으로 평화적 해결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정상회담 공동선언문을 보면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가장 앞세우고 있다. 모든 문제는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 공동선언을 통해 민족공조의 원칙을 얻어낸 것이다. 미국이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이 끝내 위협이 될 만한 핵을 보유한다면, 한-미 공조를 지켜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게 된다. 그것도 일정한 조건과 단계, 분위기, 전개상황 등을 이중삼중으로 걸어놓는 조건부의 한-미 공조다.
북한은 믿을 수 없는 정권?
김=노 대통령이 ‘53년 전 미국이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발언도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 처음 이 발언을 들었을 때는 협상을 앞두고 상대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한 수사적 표현이라고 보고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뒤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대통령의 철학이 북한을 불신하는 것이 아닌가, 남북한의 자주적 역할을 후퇴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발언내용을 자세히 보면 ‘한반도가 북한 체제로 되었다면 나는 아마도 솔제니친처럼 반공산주의 활동을 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 말이 꼭 필요했는지는 모르지만, 정도에 지나쳤다고 할 수는 없다. 왜 보수언론들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실언으로 꼽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미 동맹을 확인하고 미국의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바꾸려는 대통령의 언어가 신문지상에 보도된다고 무슨 피해가 발생하나. 누구에게 어떤 피해를 준 것인가. 혹시 이 말이 남북정상회담의 한 당사자로서 대통령의 마음속 입장을 드러낸 것이어서 북한에 경계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다 할지라도, 북한이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발언해온 정도에 비춰 실언이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 김=현 단계에서 노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폐기했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햇볕정책의 정신을 훼손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첫째, 햇볕정책은 남북한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노 대통령은 북한을 믿을 수 없는 정권이라고 말했다. 둘째, 햇볕정책은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고, 이를 위해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대원칙이 있었으나,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추가조처’를 포함시킴으로써 해상봉쇄나 군사적 공격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셋째, 햇볕정책은 남북교류를 북핵 문제와 별개로 병행해서 추진해왔는데, 이 두 가지를 연계한 것도 원래 정신과 거리가 멀다.
이=지금까지 남북한은 6·15공동선언으로 어느 정도 평화로 가는 길이 정착돼왔다. 그런데도 북한은 한국에는 어떤 예고나 사전통보 없이 핵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 북한의 태도는 믿을 수 없다는 취지로 본다면 햇볕정책 전반에 걸쳐 남북한의 신뢰를 깨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햇볕정책은 한반도에서 전쟁만은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한-미 공동선언문에도 미국의 선제공격에 조건을 부여하고 단계를 부여함으로써 한국이 미국 정책에 개입할 것까지 요구한 것이다. 연계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선 남북교류에 여러 가지 단계가 있다. 공동선언문에는 북핵 문제와 관계없이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지속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햇볕정책을 상황에 맞게 구체적으로 진전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
김대중-부시 정상회담과의 비교
김=햇볕정책을 상당히 훼손시켰다는 것은 2001년 3월 김대중-부시 정상회담 공동발표문과 2003년 5월 노무현-부시 공동성명 내용을 비교해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김-부시 회담에서는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햇볕정책을 명확하게 존중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역할을 인정한다는 부분이 나와 있다. 이로써 남북 당사자간 해결의 원칙을 동시에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노-부시 회담에서는 햇볕정책의 유용성과 남북 당사자간 해결의 원칙 어떤 부분도 포함돼 있지 않다. 이=2년 전과는 상황과 조건이 다르다. 이번에는 미국의 선제공격 분위기가 점증하고, 북핵 위기로 인한 한반도 전쟁의 위험이 커지고, 그로 인한 경제불안까지 따르고 있다. 이런 현실적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방미가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2001년 3월 김-부시 정상회담과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이번에 현실적이고 실용주의적인 외교노선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대한 지속적 지지를 확인받았고, 동시에 북한의 핵 위기가 점증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바로 선제공격이 아닌, 구체적인 단계단계를 밟아나가도록 제한을 가한 노 대통령의 방미 외교는 햇볕정책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다. 김=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으로 기존 지지자 대다수가 실망했다. 이=친미면 굴욕이고, 반미면 자주라는 등식은 분단현실에서 과거 역사에 집착하는,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을 염두에 두는 정신적 유산이라고 본다. 과연 친미 자주외교는 성립할 수 없는 것인가. 친미라 할지라도 자주를 상실한 것이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노 대통령에게 후보시절 일변도적인 자주, 융통성 없는 자주노선이 일부 있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현실성 있고, 좀더 유연한 자주노선으로 돌아섰다고 봐야 한다. 지지계층에서 일부 실망감은 있겠지만 결정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김=노 대통령이 반미를 하지 않아서 실망한 것이 아니라 대등하게 아니면 최소한 민족적 자존심을 지켜달라는 요구로 보고 싶다. 아직 임기 초반이기 때문에 본래 지지자들을 돌릴 수 있는 쪽으로 정책을 바로잡을 기회는 많다. 노 대통령의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애정어린 비판을 통해 충고를 하는 것이 지지자들의 진정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지지를 보내는 것은 맹목적 추종이고 결과적으로 실패로 이끌 우려가 있다. 노 대통령의 실패는 한 개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민족의 불행을 초래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리=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사진=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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