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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를 ‘보수’해내자 무뇌아들이 부화뇌동하는 극우집단, 지혜로운 사람들의 공익추구가 필요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상적 반신불수를 자랑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다른 사회구성원들에게도 사상적 반신불수가 되기를 강요한다. 국가보안법이 건재하다는 사실은 이 땅에 진정한 보수가 드물다는 증거이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그 의견을 지킬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다.” 볼테르는 일찍이 말했다. 왜 18세기 사람인 그는 21세기 한국의 극우처럼 반대 의견을 이 사회에서 죽이고 추방하고 배제하려고 싸우는 대신, 그 의견이 지켜질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을까? “우리들의 부싯돌은 부딪쳐야 빛이 나기 때문이다.” 즉, 서로 다른 의견이 부딪칠 때 진실이 스스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와 다른 남의 의견을 사회에서 추방하고 배제하는 것은 내 의견의 정당성을 위해서도,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도 그른 행위인 것이다. 그 행위는 자신의 주장에 결여되어 있는 정당성을 힘의 논리로 채우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왜 그리 조금도 변하지 않았을까
극우세력이 성숙하기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지만, 반세기를 흘려보낸 뒤에도 이 땅의 극우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 극우라 칭하지 않는다. 또 우익보다는 스스로 보수라 칭하며 자유민주주의를 보수한다(지킨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참으로 기묘한 것은 억압과 독재로 점철된 세월 동안 그들 중에서 자유를 위해서나 민주를 위해서 눈물 한 방울 피 한 방울 흘린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희한할 것 없다. 이는 그들이 지킨다는 것이 실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국가보안법임을 말해줄 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상적 반신불수를 자랑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다른 사회구성원들에게도 사상적 반신불수가 되기를 강요한다. 이 땅에 국가보안법이 건재하다는 사실은 이 땅에 진정한 보수가 드물다는 증거이며, 프랑스 극우파 국민전선당의 제2인자인 브뤼노 골리시에게 대한민국이 이상향인 까닭이다. 진정한 보수라면 과거를 성찰할 줄 알아야 한다. 진보주의하곤 인연이 없는 보수주의자들인 김구-장준하-문익환 선생이 죽임을 당하고 탄압받는 동안 과연 누가 이 땅의 헤게모니를 쥐어왔던 것인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일본제국주의의 적자들이 좌우 분단구도에서 친미사대 세력으로 표변하며 민족을 참칭했던 역사적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의 독재와 억압 정권에 빌붙어 사익을 추구해온 극우세력에게서 보수를 그야말로 ‘보수’해내야 하는 것이다. 극우에게 북한과 미군은 고마운 존재들이다. 둘의 관계가 적대적일수록 극우의 입지는 강화된다. 그 위에 사회구성원들의 이성의 성숙 단계가 아직 낮고, 국가주의 교육의 영향으로 아직도 적지 않은 사회구성원들이 민족적 정체성을 배반하는 의식을 갖고 있다. 극우세력이 북한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면서 걸핏하면 붙이는 ‘친북세력’, ‘좌파’, ‘사회주의’라는 딱지보다 더 쉬운 기득권 방어의 무기는 없다. 요컨대 그들이 지킨다는 자유민주주의는 그들이 정작 보수하려는 기득권을 감추기 위한 허울인 것이다. 여기에 무뇌아들이 부화뇌동하고 있다. 수구기득권을 보수하려는 세력은 그것이 사익추구인 만큼 열성을 부린다. 지혜 있는 사람들과 공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열의가 필요하다. 이 땅의 진정한 보수가 앞장서서 보여줘야 할 미덕은 바로 그것이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hong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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