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이야기 ] 2003년05월22일 제460호 

“멸공의 횃불 아래 목숨을 건∼다^·^”

목소리 높이며 활발히 뛰는 젊은 우익들… 북한 인권 관련 시민단체가 가장 큰 피해자?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는 이들을 오프라인 무대로 집결시키는 계기가 됐다.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의 거센 반발과 함께 극우보수 세력의 결집 분위기가 고조되자 우익 청년들도 거리로 뛰쳐나왔다. 안티조선반대운동과 언론사세무조사반대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친북은 악입니다. 친김정일은 악 중의 악이고.”

“우리 사회의 최고 가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입니다. 그런데 김정일과 그 추종세력인 남쪽의 사이비 지식인들은 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악의 세력이지요. 김정일을 이해해야 한다? 전 도저히 이해가 안 가요.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미친 사람들 아닌가요.” 국내 대표적 보수 논객인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나 이철승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이사장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국내 극우보수 세력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인터넷 언론 <독립신문>의 신혜식(35) 대표의 말이다.


사진/ 지난 4월19일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반핵반김 자유통일 국민대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멸공의 횃불〉을 따라 부르고 있다. 이날 집회는 3천여명의 보수단체 회원들과 대학생들이 참가했다.(김진수 기자)

“친김정일은 악 중의 악이다”

지난 5월14일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2가 <독립신문>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거침이 없었다. 30대 중반임에도 그의 생각은 6·25를 겪은 60∼70대보다 더 ‘오른쪽’으로 치우친 듯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좌우, 보수, 진보 이런 게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은 친북, 친김정일, 북핵이 문제예요. 반핵·반김이 최대 화두입니다.” “좌파들은 지난 5년 동안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 ‘북한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결과가 어떻습니까. 김정일은 북한주민 300만명을 굶겨 죽이고 핵을 개발해 민족을 협박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반미나 외치고 있는 좌파들은 비겁한 *들이죠.” ‘친북세력’, ‘친김정일’이란 단어가 입에서 튀어나올 때마다 신 대표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좌파 지식인을 비난하는 그의 열변 속에서는 가끔 낯 뜨거운 육두문자도 섞여나왔다.

“지금처럼 좌파가 날뛰고 있는 때에 국가보안법을 없애서는 안 됩니다. 7조인가 몇존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오히려 더 강화해야죠. 국가보안법은 어느 나라에나 다 있는 겁니다. 이 법이 인권을 유린한다고 하는데 국가안보에 관해서는 인권을 해치는 게 아닙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이적행위가 많은데 이런 것들을 처벌하는 조항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참 웃기는 **들이예요. 나이슨(NEIS)지 내이슨지 사소한 것에는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고 그러면서 왜 북한인권에는 침묵합니까. 그게 민족공조입니까. 그건 김정일 공조죠.” 그의 거친 입담은 밤 늦도록 그칠 줄 몰랐다.

신 대표는 요즘 국내 보수진영에서 ‘뜨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3월1일 우파가 총 집결한 ‘반핵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에서 격정적이고 선동적인 연설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월간조선>이 그를 ‘젊은 영웅’(2003년 4월호)이라 부르는 등 보수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고, 그가 운영하는 <독립신문>은 하루 방문객이 10만명이 넘을 정도로 네티즌들이 자주 찾는 인기 사이트가 됐다.

‘청년 조갑제’를 자임하고 나선 이는 신 대표뿐만 아니다. 그동안 온라인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보수의 목소리를 오프라인으로 확장시키려는 젊은 우익들의 움직임이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19일 열린 ‘반핵반김 자유통일 국민대회’에서 그 세를 과시했다. 이날 청년 대표로 참가한 이들은 신 대표와 이준호 민주참여네티즌연대 대표, 박흥열 한국자유총연맹중앙청년회 회장,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사무총장, 노환규 애국의사회 회장과 황해도 등 이북5도 청년회장 등이다. 이날 집회에서는 ‘김대중을 처단하자’, ‘학생들을 좌경화시키는 전교조를 박살내자’, ‘독재자 노무현 정권 타도하자’ 등 과격한 구호가 등장했다. 80∼90년대 시국집회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반정부 구호가 ‘오랜만’에 터져나왔다.

시민과함께하는대학생시민연대(시대연대) 한정민 대표(연세대 3년)가 낭독한 결의문은 이 집회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김정일의 선전선동에 놀아난 사이비 지식인들이 생겨나 김정일의 정치 하수인이 되어 반 대한민국 작태를 벌이고 있다. 이들 친북좌익 하수집단을 척결하고 일소하여 대한민국을 지키겠다.” “청소년을 반 대한민국으로 물들이는 최대의 오염 선동주체는 전교조다. 자유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전교조를 교단에서 축출하자.”

진보단체 회원들과 충돌할 뻔도

이 집회에는 우익보수 단체 회원 3천여명이 참가했는데 이 중 300여명은 20∼30대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멸공의 횃불’, ‘전우여 잘자라’ 등 군가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고 광화문과 세종로를 행진하는 동안 국내 진보진영과 좌파를 겨냥한 과격한 구호를 외쳤다. 또 4·19 기념집회에 참석한 진보단체 회원들과 물리적 충돌까지 벌일 뻔했다. <독립신문>은 이날 집회 광경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광화문 교보문고 네 거리 반전평화집회를 하던 젊은이들과 대치했다. 시위대는 그들을 향해 “빨갱이들!”, “정신차려!”라고 외치며 밀어붙이려 했고, 저쪽에서는 운동가요를 크게 틀어놓고 맞섰다. 만일 누군가가 더 적극적으로 선동했다면, 시위대는 힘으로 저쪽을 밀어붙일 기세였다. 사람 수나 기세면에서 이쪽이 압도적이었다. 시위대가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면 좌우익간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뻔했다.’ 이 집회를 기획하고 주관한 신혜식 대표는 “6월에는 6·25를 기념하기 위해 100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며 “그동안 침묵하던 다수의 애국시민들이 더욱 큰 호응을 보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청년 우익들은 조갑제씨와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 지만원·이철승씨 등 ‘원조’ 우익 인사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독립신문>과 민주참여네티즌연대 등의 홈페이지는 조씨 등의 홈페이지가 링크돼 있다. <독립신문>은 사설과 칼럼란에 조갑제, 김동길, 지만원씨의 글을 수시로 올린다. 이준호 민주참여네티즌연대 대표는 “애국지사들의 경험을 계승하는 것은 전통을 잘 보전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그분들의 경험과 사상을 존경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반미나 노동운동,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시한다. 반미는 “국익에 반하는 철없는 행동”이고, 노동운동은 “권력화된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다. 전교조는 “순진한 학생들을 좌경화시키는 집단”일 뿐이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본받을 만한 나라다. 신혜식 대표는 “미 제국주의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연합한 것일 뿐 착취를 하려는 게 아니고 미국식 경제주의는 20세기의 최대 가치”라고 말했다.

청년 우익의 등장은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니다. 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 인터넷에서 주로 ‘햇볕정책’을 비난하던 이들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노골적으로 본색을 드러냈다.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는 이들을 오프라인 무대로 집결시키는 계기가 됐다.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의 거센 반발과 함께 극우보수 세력의 결집 분위기가 고조되자 우익 청년들도 거리로 뛰쳐나왔다. 안티조선반대운동과 언론사세무조사반대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적극 지지한 이들은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뒤 북핵과 서아무개 교장 자살사건 등 ‘호재’가 잇따라 발생하자 세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북핵 반대와 서 교장 추모 집회에서 이들은 시위대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시대연대의 한 회원은 “기득권을 가진 민주화 운동 세력과 친북 세력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경제가 어려워져 취업난이 계속되면 젊은 세대의 보수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4·19 반핵반김 청년대회에는 친미구호도 많이 등장했다(왼쪽). 같은 날 열린 우익단체 집회에서 회원들이 인공기를 불태우고 있다(오른쪽).(한겨레 김종수 기자)

극우보수세력들이 물밑 지원?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패배 이후 정체성의 위협을 느낀 극우보수 세력들이 이들을 물밑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인터넷 신문 <유뉴스>의 라현윤 기자는 “오랫동안 청년 우익단체를 취재한 결과 이들이 자연발생적으로 우경화된 느낌을 받지 못했다”며 “집회 현장에서 만난 20∼30대 중에는 보수적인 종파로 유명한 한 교회 신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들의 등장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단체는 북한 인권 관련 시민단체들이다. 청년 우익단체들이 북한 인권 개선을 요구하고 나서는 바람에 이들 시민단체들과 혼돈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한기홍(42) 대표는 “겉으로는 다 같이 북한 인권을 외치고 있지만 우리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반면, 그들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에는 대학 시절 한총련에서 활동했던 ‘좌파’ 출신들이 많다. 이들은 민주적 절차에 따른 통일 방안을 지지하지만 우익단체들은 독일식 흡수통일을 지지한다.

청년 우익단체들과 달리 합리적인 보수를 지향하는 청년 단체들도 생겨났다. 지난해 8월 결성된 보수학생연대(보학연)가 대표적이다. 박세완 대표(고려대2)는 “우리는 좌파와 달리 현실을 인정하는 속에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한다”며 “보수와 진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사회 문제를 기능주의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보학연은 한총련 합법화와 양심적 병역 거부, 호주제 등에 대해 보수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

청년 우익단체의 등장에 대한 기성 세대의 반응은 다양하지만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소설가 복거일씨는 “민주화가 진행되는 동안 국내 대학과 지식인 사회는 좌편향이 강했는데 최근 청년들의 보수화는 그 반작용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처럼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학이 좌편향된 것 같지만 조용한 다수는 항상 우파 성향이었다”며 “우파 학생들이 더욱 큰 목소리를 내고 이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사회가 좌우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의 우편향에 대해서는 “우파는 기본적으로 우리 체제를 유지하자고 주장하기 때문에 극우라도 사회에 큰 위협은 되지 않지만 좌파는 다르다”며 “극좌가 극우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극우요?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써요”

그러나 반공이데올로기에 매몰된 극우화는 극좌와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에 큰 위협이 된다. ‘빨갱이 딱지 붙이기’로 혐오와 배제의 논리를 펴는 것은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역사학) 는 “극우와 극좌는 모두 일방주의적이고 대결주의적인 행태를 보여왔고, 그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젊은 세대는 합리적인 보수와 진보를 위해 건강한 가치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 조갑제’들은 ‘극우’와 ‘꼴보수’라는 좌파의 비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극우요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써요. 우리 주장이 강하다 보니까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죠.”(신혜식 대표)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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