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이야기 ] 2003년05월08일 제458호 

추미애의 ‘다른 선택’

신당추진 세력에 비판 목소리…소신인가 호남표 의식인가



“‘탈호남’이라는 말의 정의가 뭡니까. 영남표를 더 얻자는 겁니까. 호남을 질타하면 영남표가 더 오나요? 그렇다면 영남사람들은 가학증 환자입니까. 이게 정의로운 겁니까.”

4월30일 국회의원회관 414호실. 추미애 의원은 기자를 추궁하듯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원칙과 신의에 반하는 겁니다. 본말이 전도된 거죠. 정치를 공학적 기교로만 해선 안 됩니다. 전 지금의 분위기 자체가 정의롭지 않다고 봅니다.” 개혁신당 추진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는 앞서 “개혁신당을 한다는 사람들에게 신당의 정신과 철학이 있는지 들어보지 못했다”며 신당추진 세력을 비판한 바 있다.

정가에선 “추 의원이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궁금증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추 의원은 신당론을 주도한 ‘바른정치모임’(바모)의 핵심 멤버다. 중국탐방도 함께 다녀왔고, 민주당 쇄신운동 국면에선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을 ‘엄호사격’하며 든든하게 지원했다. 2001년 5월30일 의원워크숍에서 김민석 전 의원이 이른바 ‘질서 있는 쇄신론’을 제기하며 쇄신운동에 제동을 걸 때 울먹이며 동교동계를 공격해 일거에 분위기를 반전시킨 이도 바로 추 의원이었다. 그런 그가 ‘바모’ 동료들이 주도하는 신당추진을 거칠게 몰아붙였으니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올 법도 했다. ‘바모’의 동료들은 “추 의원의 생각이 우리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조금 기다려보자”며 말을 아꼈다.

일부 언론에선 “큰 꿈을 꾸는 추 의원이 호남표를 의식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영남출신인 그가 대선출마를 염두에 두고 호남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호남을 감싸고 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정동영 의원과 각을 세우며 독자적인 정치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추 의원은 이런 해석에 대해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한다. “결과적으로 그럴 수는 있겠죠. 하지만 제가 호남 유권자를 의식해 목적의식을 가지고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원칙과 신뢰를 얘기하는 겁니다.”

추 의원은 대북송금 특검법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수용불가론을 폈다. ‘천신정’과는 다른 선택이었다. 이라크 파병안을 두고서도 천·신과 달리 ‘파병불가피론’을 주장했다. 바른정치모임 소속 한 의원은 “추 의원은 늘 ‘얇은 정치’ 나 ‘성명 정치’를 경계하며 안정감을 강조하는 쪽이었다. 최근의 행보는 이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면 된다. 재선그룹이 독주하려하는 데 대한 반감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저는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의 변화라는 원칙에 동의합니다. 따라서 큰 흐름엔 동참할 겁니다. 공간이 있으면 합류하되 내 원칙을 가지고 가는 거죠. 하지만 원칙에서 어긋날 때마다 내 목소리를 낼 겁니다.” 그는 “어떤 세력이나 사람들을 편들거나 공격하는 차원이 아니라 원칙을 얘기한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계입문 때부터 남이 걷지 않은 길에 첫 발자국을 내며 걸어온 그다. ‘현직 여판사로 첫 정계입문’, ‘야당사상 첫 여성 부대변인’ 등등. 이제 그가 또 다른 첫발자국을 내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일까.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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