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이야기 ] 2003년05월08일 제458호 

‘천신정’ 3인방의 힘

신당추진 과정에서 전면에 나선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의 인연

“현대 한국 정치사에서 2명 이상이 끝까지 같이 가는 것을 본 일이 없다. 당신들은 참 놀랍다. 당신들이 흐트러짐 없이 같은 길을 가면 정말 큰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천신정’)에게 했다는 말이다.

세 사람은 바른정치실천모임(약칭 ‘바모’)을 이끈 3인방이다. 올해 신 의원의 나이 51살. 정 의원이 한살 아래고, 천 의원은 두살 아래다. 나이 차가 있지만 때론 ‘형’이라고 부르고, 때론 ‘어이’라고 부르며 친구처럼 지낸다. 이들은 쇄신운동 과정에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고, 신당추진과정에서도 전면에 나서 한 목소리를 냈다.

쇄신운동과 신당논의 과정에서 이들의 역할은 달랐다. 천 의원은 현안에 대한 하나의 안을 제시한다. 발제자인 셈이다. 신 의원은 ‘바모’의 회장으로서 모임을 소집하고 사람들을 모으는 사회자 노릇을 했다. 모임 말미에 ‘오늘의 결론’을 내리는 것도 신 의원의 몫이다. 일찌기 최고위원에 당선돼 중진 반열에 오른 정 의원은 모임의 분위기를 좌우했다. 내려진 결론에 따라 당내 다른 그룹과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정 의원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천 의원과 정 의원의 의견이 다르면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천 의원이 지구당위원장직을 사퇴했을 때의 일이다. 천 의원은 신 의원에게 이 문제를 상의했다. 신 의원은 “좋다. 같이하자”고 동조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다른 동료들의 의견을 물어보자”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다른 동료들의 의견이 부정적이었다. 천 의원은 먼저 지구당위원장직을 사퇴했다. ‘바모’는 내부적으로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결론은 “천정배를 그냥 혼자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절충된 내용의 지지성명이 나왔다.

이들의 관계에도 고비가 있었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 천 의원은 일찌감치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지만 정 의원은 자신이 후보가 되고 싶어했다. 정 의원은 두 의원으로부터 자신의 출마를 ‘공인’받기 위해 ‘바모’의 베트남 탐방에 뒤늦게 합류했지만 끝내 말을 꺼내지 못했다. 천 의원과 신 의원이 일본을 방문하자 정 의원은 일본까지 따라갔지만 역시 입을 못 열었다. 제주경선 때 정 의원이 색깔론을 들먹이며 노무현 후보를 공격하자 천 의원과 신 의원은 경악했다. 정 의원은 나중에 이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했다.

이들과 ‘바모’에서 함께 활동한 임종석 의원은 “세 사람은 각자 독특한 개성이 있지만 신기하게도 조화를 이뤄낸다. 우정이 많이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때 이들을 비난했던 김성호 의원도 “결과적으로 이들의 노선이 옳았고 방향이 맞았다는 게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바모’ 내부에서도 이들의 ‘독주’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다. 일이 되도록 하려면 이들이 한발짝 뒤로 물러서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과 가까운 한 의원은 “지금은 재선그룹이 열매를 독차지하려 하지 말고 재야파와 협력해야 한다. 나중에 신당이 완성되면 자연스럽게 지도자가 될 것이다”라고 고언했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신기남 의원은 “우리의 피크는 또 남아 있다. 신중하게 처신할 것이다”라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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