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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커버스토리 등록 2003.04.24(목) 제456호

[표지이야기] 국정원의 사주를 받는다고?

북한 인권문제를 보는 시각 2- 북한 민주화운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자

북한 민주화운동에 대한 국내 진보운동의 오해와 편견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이미 공인된 북한의 참혹한 인권실상을 애써 외면하는가 하면 북한 민주화운동의 논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도 않은 채 무턱대고 진실성을 의심합니다. 심지어 북한 민주화운동단체들이 국가정보원의 사주를 받았다거나 극우보수세력에게 이용당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극우보수세력은 투쟁하지 않는다

북한 민주화운동이 국정원의 사주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은 국정원의 주장과 북한 민주화운동단체들의 주장이 비슷하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1998년 이후, 국정원의 정책기조는 일관되게 햇볕정책 또는 포용정책이었습니다. 북한 민주화운동이 제기하는 주장의 핵심은 ‘김정일 정권 타도와 북한 민주화’로 요약됩니다. 양쪽이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음에도 그와 같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북한 민주화운동단체가 미 중앙정보국(CIA)의 사주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언제 누구에게 어떤 내용의 사주를 받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사실 근거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말입니다.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에 힘을 보태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상상’을 혼동한 결과입니다.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운동이 우리 사회의 극우보수세력에 이용당하는 것을 우려해 북한 민주화운동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독재정권 타도와 민주화투쟁이 북한 정권에게 이용당할 우려가 있으므로 민주화투쟁을 반대한다는 이른바 과거 극우보수세력의 논리와 당신들의 논리가 어떻게 다른 것입니까

한국사회의 극우보수세력은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지 않습니다. 사실은 관심조차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그들은 북한 인민에 대한 애정이나 직접적 이해관계 때문에 인권을 거론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이데올로기 마스크로 활용할 뿐입니다. 필자는 인권과 민주화는 본성적으로 진보운동의 무기라고 믿습니다. 냉전시대가 지나고 이제 세계는, 세계 민주화와 인류공동체라는 새로운 차원의 시대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진보운동은 이 같은 격변의 시대에 ‘민족’이나 ‘반미’라는 한정된 테마에 묶인 채 세상의 모든 문제를 그것으로만 해석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민주화라는 무기를 극우보수세력에게 빼앗겨버린 원인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북한의 참혹한 실상과 김정일 정권의 본질을 알고 있음에도 북한 민주화운동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진보운동가들은 북한 인민의 고통과 절망 위에서 얻어지는 부당하고 부끄러운 평화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북한 인민들에게 최소한의 생존과 자유를 보장하고 그것을 토대로 평화체제를 건설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평화입니다. 진정한 평화는 북한의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운동을 병행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당연히 김정일 정권의 무모한 도발을 강력히 억제하고 민주와 평화를 수호할 수 있는 원칙적인 대북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진보운동가들이여 동참하라

오늘날 북한의 현실은 심각합니다. 1990년대 중반, 200만~300만명이 굶주림으로 죽었고, 수령 독재체제 수립을 위해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약 150만명이 숙청과 탄압으로 죽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도 20여만명의 인민들이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짐승처럼 살고 있으며, 수십만명의 주민들이 북한을 탈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김정일 정권은 이 같은 체제 위기를 방어하기 위해 본질적으로는 수령 군사독재인 선군정치를 부르짖으며 한반도의 운명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고, 나아가 세계평화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북한 인민들이 육체적 생명을 유지하려는 본능조차 상실한 채 절망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빵과 자유를 주기 위해서는 민주화가 절대 필요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북한 인민의 생존과 자유를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나아가서는 세계 민주화와 인류공동체 실현을 위해 반김정일 북한 민주화투쟁은 중요하고도 절박합니다. 근본정신을 잃지 않은 진실한 진보운동가들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합니다.

이광백/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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