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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커버스토리 | 등록 2003.04.04(금) 제45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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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한반도 운명 ‘쥐락펴락’ 미국의 북한 핵시설 선제폭격 시나리오의 쟁점… 일방적 공격에 따른 북한의 보복 불보듯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킨다 이 질문은 한국 사회에서 성립하기 힘들다. 대다수 한국 사람들은 ‘동맹국인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겨레21> 여론조사에서도 ‘이라크 공격에 이어 미국의 북한 공격 가능성’에 대해 공격할 가능성이 적거나(45.3%) 전혀 없다(18.3%)고 답해 상당수가 회의적으로 보고 있었다. 물론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고 단언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다.
미국의 북폭 가능성 의견 엇갈려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 ‘가능성’ 정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한 교수는 “미국 처지에서 대북 선제공격은 검토할 수 있는 정책 대안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국제정세와 미국의 내부 사정을 따져볼 때 이라크전 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은 낮다. 매우 가변적 가능성 차원의 대북 선제공격을 마치 확정적인 것처럼 부풀리는 주장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당사자가 미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생소한 문제다. 북한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을 강조한 반면, 미국에 의한 한반도 전쟁이란 문제에 대해 대중적으로 둔감하게 만든 사회에서 살아오며 생긴 또 하나의 ‘안보불감증’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일본과 미국의 연구기관과 언론 등에서는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에 대한 언급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 지난해 10월7일치는 미국 국방부 최고위 관계자가 2002년 초여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 설명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남한 정부와의 사전 상의 없이 기습공격을 통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는 방안이 미 국방부에서 검토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당시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토머스 파고 미 태평양 사령관 등이 나서 서둘러 기습공격 계획을 덮었다는 것이다. 또 <워싱턴 타임스> 올 2월25일치 인터넷판은 “한-미 연합군이 북한 특수부대 침투 징후시 침투 이전에 특수부대 기지를 선제타격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우리 처지에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시나리오 문제점은 ‘남한 정부와 사전 상의 없이’란 부분이다.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과정에 우리가 개입할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을 할 경우 동원될 미군 전력이 한-미 연합사령관의 지휘통제 밖에 있다. 미군이 북한을 공격하려 할 경우 지휘계통상 미국 대통령의 재가만 있으면 가능하다. 실제 1994년 북한 핵위기 때 이런 우려는 현실로 벌어질 뻔했다. 미국은 그해 6월16일 아침 백악관에서 한반도 전쟁을 상정한 대규모 증원군 파견과 단계적 전쟁계획을 논의하고 있었다. 당시 미국은 첨단 폭격기와 미사일을 동원해 북한 영변의 핵시설을 파괴하고 이에 대해 북한이 보복이나 반격에 나설 경우 전면전을 감행한다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당시 우리는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이 사실을 몰랐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박관용 국회의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그때 미국이 분쟁당사국인 한국에 최소한의 통보나 설명도 없이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군사작전을 펼치려 했다는 이야기는 정말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서재경씨는 98년 여름, 미국 연수 중 제2의 한국전쟁 위기로 치닫던 미국의 북한 핵협상 상황을 분석한 미 하버드 행정대학원의 보고서를 접하고 이를 번역해 <한반도, 운명에 관한 보고서>를 펴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결정이 우리의 손에 있지 않고 남의 손에 있다’는 충격을 받은 서씨는 책 서문에서 ‘또다시 남의 손에 전쟁이 결정되더라도 그래서 수많은 목숨이 사라지는 비극이 생길지라도, 그 원인과 배경이라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심경에서’ 보고서 번역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핵시설 선제폭격 시나리오의 현실적 쟁점은 북한의 핵시설을 정확히, 방사능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파괴하는 게 가능한가, 북한이 대규모 보복공격에 나설 것인가 등이다. 먼저 북한이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는 상태에서 폭격할 경우 체르노빌 사태 같은 심각한 방사능 유출을 가져올 수 있고, 방사능 오염이 남북한·중국·일본·러시아까지 퍼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영변 핵시설이 지상에 있고 이미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정밀폭격을 자신한다. 미국은 또 재처리시설 가동 이전에 폭격하면 방사능 유출 피해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까지 대북 선제공격의 가장 큰 난점으로 휴전선 근처 지하요새에 배치된 북한의 장거리 포대의 보복능력을 꼽았다. 북한은 전방지역 지하기지에 700여문의 170mm 자주포, 1만3천여문의 240mm 방사포 등을 배치해놓았으며, 170mm포는 사거리 54km로 한강 이북까지, 240mm포는 사거리 70km로 안양, 춘천까지 이른다. 북한은 현 진지에서 부대를 재배치하지 않고도 수도권에 최단시간에 30만~50만발의 대량집중포격이 가능하다. 이 경우 포탄이 말 그대로 비처럼 서울 상공에 쏟아질 것이다. 이 때문에 브룩스 전 미 국방부 부차관보은 “전쟁 초기 수시간 또는 수일간 한국은 ‘지옥과 같은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발발하면 서울 주변서 사상사 100여만명
94년 당시 주한미군 관계자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질 경우 미군은 8만~10만명, 한국군은 수십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쟁 발발 24시간 이내 서울 주변에서만 100만명 이상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전방배치한 장거리 포대들이 역설적으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을 억제하는 데 일정한 구실을 해온 셈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서 벌인 전투에서 지하시설 파괴무기의 성능에 자신감을 얻어 북한의 보복공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획에서는 북한이 야포를 한발이라도 발사하면 대포병 레이더로 포탄의 비행경로를 따라 위치를 파악해 미군의 다연장로켓포(MLRS)와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 155mm 야포로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포병 레이더 체계는 94년 핵위기 당시에는 미군이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은 다연장포(MLRS)와 하피(HARPY), 공대지미사일, 레이더 시스템 등 관련장비를 보강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본 미군기지와 미 본토에서 날아온 B1·B2 스텔스 폭격기, F-117 스텔스 전폭기가 사전에 위치를 파악해둔 휴전선 인근의 북한 지하요새와 후방의 핵의혹 시설을 정밀유도폭탄(JDAM)과 지하시설 파괴무기 등으로 파괴한다는 것이다. 동·서해에 배치된 순양함과 구축함, 잠수함 등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이 북한의 지휘부·통신시설·레이더·공군기지·핵의혹 시설 등을 파괴한다. 동시에 경기 오산의 미 7공군 기지와 한국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전투기들이 북한 전투기들과 공중전을 벌여 제공권을 장악한다. 한 군사전문가는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미국은 선제공격당한 북한의 보복공격 능력을 제거하기 위해 핵의혹 시설과 전방의 지하요새와 주요 전략지휘시설 등 북한의 전후방을 동시에 공격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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