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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제멋대로 평가 말라” 개인의 자유보다 집단의 이익 앞세우는 북한의 ‘우리식 인권’
북한은 국제사회나 미국이 열악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면 군사적 공격의 구실을 찾기 위한 ‘가소로운 술책’이자 내정간섭이라고 맞서왔다. 4월16일 제59차 유엔 인권위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통과되기 직전, 정성일 북한 외무성 군축·인권과장이 연단에 섰다. “한마디로 결의안은 최근 미국의 ‘핵소동’과 대조선 적대시 압살정책에 편승하여 저들의 이기적 목적을 추구한 정치적 흥정물로써 날조로 가득 차 있다. 결의안을 전면 배격한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수천, 수만의 민간인들이 살해되는 대규모 참사에 등을 돌려대는 유럽연합(EU)의 처사야말로 그들이 떠드는 인권옹호란 한갓 빈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고 일축했다.
지난달 31일 미 국무성이 연례인권보고서를 발표하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4월3일 “미국이 인권문제에서 우리를 걸고 든 것은 핵문제에 인권문제까지 보태 공화국(북한)의 대외적 영상을 훼손시키고 우리에 대한 압박 도수를 더욱 높여 우리의 국권을 어째 보려는 가소로운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4월11일 “미국은 인종차별, 종교분쟁, 감옥에서의 가혹행위 등 자체의 심각한 인권문제들 때문에 제 코도 못 씻고 있다. 미국은 세계를 경악케 하는 인권유린 행위를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고 원색적으로 깎아내리기도 했다. 예전부터 북한은 미국이 제기하는 서구적 개념의 인권이 보편성을 갖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저들의 인권기준을 놓고 다른 나라들을 제멋대로 평가하면서 오만무도한 행위를 하고 있다.”(북한 외무성 대변인 2000년 3월1일) “지구상의 나라들은 각이한 전통과 민족성, 서로 다른 문화와 사회발전 력사를 가지고 있으며, 매개 나라의 인권기준과 보장형태도 해당 나라의 구체적 실정에 따라 서로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와 사회의 주인으로서의 인민들의 존엄과 지위, 권리가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제도에 의해 법적으로 완벽하게 담보되고 있다.”(북한 <조선중앙통신> 2001년 3월1일) 이른바 북한이 내세우는 ‘우리식 인권’의 주요 특성은 개인의 자유보다는 물질적 보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인권을 설명할 때 언론·출판·집회·시위와 결사의 자유, 신앙의 자유, 거주여행의 자유 등 시민적·정치적 권리(국제인권규약 B규약)보다 완전고용, 무상치료, 무상교육, 무상주택, 의식주 보장, 문화시설 보장, 남녀평등 등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국제인권규약 A규약)를 강조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북한도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민적·정치적 권리는 집단의 이익 속에서 개인의 이익을 실현한다는 집단주의 원칙에 따라 제한된다.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노동계급의 이익을 훼손하며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을 해치면서까지 보장되는 시민적·정치적 권리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보다 국가가 우위에 있다는 북한의 집단주의 인권 개념은 이념적 배경뿐 아니라 50년 넘게 미국과 적대적 대결을 하면서 체제 방어를 위해 형성된 ‘상시 포위 심리’(permanent siege mentality)란 역사적 배경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인민의 물질적 기초를 보장하지 못하면서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인정하는 것은 가진 자들의 자유와 권리만을 인정하는 것으로 무의하다고 주장하고, 인권 유린은 서방 자유주의 국가들에서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북한 당국은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넘어 인민들에게 의식주를 보장해주고 모든 사람들에게 직업과 교육, 의료를 제공하며 질 높은 문화생활을 누리게 하는 것이 더 높은 수준의 인권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계속된 경제난으로 북한이 자랑해온 사회보장제도와 주민생활의 물질적 기초가 흔들리면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도 일정한 영향을 받고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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