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3년04월17일 제455호 

즐거운 취미는 가족과 함께

아내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남편 휴일취미 A등급은 마라톤과 인라인… 낚시·골프는 질색



낚시·골프는 C등급, 축구·등산은 B등급, 마라톤과 인라인 스케이트는 A등급.

요즘 남편과 아빠의 휴일 취미에 대한 아내와 아이들의 평가 리스트는 대강 이렇다. 예전에는 건강해지는 일이라면 등산도 좋고 골프도 좋다고 했지만, 지금은 경제적 측면과 함께 ‘휴식시간 공유’라는 기준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다.

골프에서 마라톤으로 전향하는 사람들

마라톤과 인라인이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먼저 돈이 별로 들지 않는다. 마라톤은 신발과 기능성 운동복이면 족한데 아무리 비싼 것을 사더라도 20만원이 넘지 않는다. 대신 비용에 비해 효과는 엄청나게 크다. 고혈압·심장병·비만·당뇨·골다공증 예방 등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크게 절약되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4월13일 환경마라톤 대회에서 만난 정민재(35·한국항공우주산업)씨는 일요일 새벽에 마라톤을 즐긴다. “등산이나 골프는 아무리 가까운 곳에 가더라도 하루가 완전히 깨지잖아요. 새벽에 나가 밤에 돌아오니까요. 그리고 혼자만 돌아다니다 보니 가족한테 좋은 소리 들을 리는 만무하고. 달리기는 혼자만 좀 부지런하면 일요일 새벽에 일찍 나갔다가 가족들 깨기 전에라도 들어올 수 있어요. 골프 하던 사람들도 달리기로 많이 바꾸더라구요. 요즘 주변에서 낚시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예요.” 또한 정씨는 “처음에는 왜 ‘돈까지 내가면서 대회에 참가하느냐’며 핀잔을 주던 아내가 이제는 자전거를 타고 제가 마라톤하는 것을 옆에서 돕겠다고 태도를 바꿨다”고 말했다.

인라인 역시 가족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장용순(41)씨는 “가족 전체가 함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데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 이점 때문에 자주 모이게 된다”고 말했다. 장씨는 또 “주변에 골프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아내들도 싫어하고 애들한테도 점수를 못 받아서 괴롭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서울 여의도시민공원 앞 야외무대에서 만난 이상옥(46·네오다음 대표)씨는 골프를 하다가 마라톤으로 완벽하게 ‘전향’한 경우다. 그는 2001년 4월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지금까지 풀코스를 4번 달렸다. 84kg이던 몸무게를 76kg으로 줄이면서 마라톤 효과를 몸으로 직접 체험했다. 그 뒤로 건강검진시 단골손님이던 부정맥이나 고지혈증이 사라졌다.

“솔직히 처음에는 핫팬츠나 다름없는 마라톤 운동복을 입는다는 게 어쩐지 꺼림칙하고 품위 없어 보였는데, 이제는 시간이 없어 가지 못하는 신세를 한탄할 정도로 빠져 있습니다.”

새로운 문화, 스포츠 관광



달리기 대중화는 부부가 함께 해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스포츠 관광을 새로운 ‘문화’로 만들어가고 있다. 전남 여수시에 사는 이생용(42)·황광숙(39)씨 부부는 4월21일에 열리는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출전한다. 보스턴대회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라도 연령대별로 일정한 국제공인기록을 갖춰야만 출전자격을 주는 유일한 국제대회다.

이씨는 “부부가 함께 풀코스를 6번 정도 완주하다 보니 해외 마라톤 가운데 아마추어들이 모두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는 보스턴대회에 꼭 참가하고 싶었다. 둘이 써야 할 비용이 600만원이 넘지만 이번 참가는 돈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 부부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함께 뛸 때다.

달리기의 인기는 가족문화의 변화를 넘어 직장문화의 변화까지 예고한다. 이미 ‘마라톤 경영기법’이 여러 기업에 적용되고 있다. 노사가 함께 달리고,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가 함께 땀을 흘리면 기업의 조직문화가 바뀌고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3만명 이상이 출전하는 하와이 호놀룰루마라톤대회에 1만명이 넘는 일본 직장인들이 해마다 참석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일본 기업들은 한겨울인 12월에 열리는 이 대회를 포상 기회로 활용함으로써 직원들이 관광과 건강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제일은행은 4월21일 열리는 보스턴마라톤대회에 11명의 직원과 가족들을 참여시키면서 출장 처리를 해주고 일부 비용을 대줬다. 다른 기업들도 각종 대회에 참여하는 자사의 마라톤 동호회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추세다.

‘달리기’라는 열병이 품고 있는 긍정적 전염성이 가족을 넘어 사회 전체로 퍼지고 있다.

글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 내 몸에는 어떤 운동이 맞을까






  • .




    ↑Back to th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