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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전쟁을 왜 하나요? TV 화면을 보던 아이가 전쟁에 대해 묻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설명해 줄 것인가
“응, 그런대 전쟁에서 이라크가 져야 된다.” 아들의 느닷없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아이에게 평소 전쟁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 나름대로 알려줬기에 내심 ‘정말 이라크 사람들이 불쌍해’란 ‘모범 답안’을 기대한 터였다.
“힘세면 좋은 거야, 스타크래프트처럼”
“왜 이라크가 져야 돼” “그것도 몰라. 지금 엄마가 영국에 가 있잖아.” “아니, 엄마가 영국 출장간 것하고 이라크가 지는 것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데.” “아빠는 참. 영국과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하고 있잖아.” “그래 맞아.” “이라크가 이기면 영국에도 이라크처럼 폭탄이 터지고 그러면 엄마가 위험해져. 엄마가 우리집에 오기 전까지는 이라크가 져야 해.” 아이 말대로 당시 아내는 열흘가량 영국 런던으로 회사 출장을 갔었다. 당시 이라크전이 터진 직후라 아내의 출장이 신경쓰였지만, 크게 걱정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이라크전 전황과 자기 엄마의 안전을 함수관계로 파악하고 있었다. ‘전쟁 반대’란 원칙적 주장을 펼치는 아버지에 비하면, 7살 된 아이는 집안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전략적 사고’를 하고 있었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 뒤 마음이 편치 않았다.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전쟁이 합리화될 수 있는가. ‘아이들에게 이 전쟁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졌다. 먼저 일선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이라크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4월7일 오전 서울 도봉구 인수초등학교 6학년 2반 교실, 도덕교과 10단원 ‘평화로운 지구촌’ 수업 시간이다. 담임교사인 성옥규 선생님이 이라크전과 관련해 △아랍의 역사 등 이라크전의 배경 △1991년 걸프전 등을 설명한 뒤 아이들에게 이라크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성 선생님이 먼저 “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했을까요”란 질문을 던졌다. 한 아이가 대뜸 “석유 때문이요”라고 답했다. 선생님이 “그런 이야기가 있지요”라고 하자 또 다른 아이가 “맞는 말이에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성 선생님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키려고 전쟁을 한다고 주장합니다”라고 하자 “웃기네”라는 빈정거림이 교실에 낮게 퍼졌다. 성 선생님이 “이 전쟁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가”라고 묻자, 몇명이 “잘 모르겠다”, “그냥 기분이 좋지 않았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대답했다. 옥신각신 토론 도중 한 학생이 반론을 냈다. “하지만 힘이 세면 좋은 것이다. 스타크래프트에서도 상대방을 다 죽여야 내가 이긴다.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게 당연하다.” 성 선생님이 “그게 정말 좋은 거냐”고 되묻자 이 학생은 “사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걸프전이 일어난 1991년에 태어난 13살짜리 아이들은 당돌하고 자유분방하게 이라크와 미국을 이야기했다.
평화적 분쟁해결 가르쳐온 미국의 딜레마
“하루는 수업에 들어갔더니 아이들이 갑자기 이라크전에 대해 이야기해달라는 거예요. 한 20분 동안 나름대로 왜 전쟁이 터졌고 우리나라는 왜 파병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줬더니, 한 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아, 이제 알겠어요’라고 하더군요. 그 아이의 설명은 이래요. ‘그러니까 이 세계는 학교와 똑같아요. 미국은 짱이고 일본은 투 짱(제 2인자), 유럽은 짱들이 잘 안 건드리는 범생(모범생)이고, 우리나라는 짱 따라다니는 꼬붕이고, 이라크는 짱한테 개기다 맞는 애고 그렇죠. 어이가 없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해서 ‘그럼 북한은’ 하고 물었더니 뭐라는 줄 아세요. ‘걔는 왕따죠’라더군요.”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인 미국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이 전쟁을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이다. “급우들과 문제가 생기면 주먹이 아닌 말로 해결해야 한다. 그것도 상대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은 뒤 점잖게 타일러가면서!”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의 초·중·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 같은 ‘평화적인 분쟁 해결’ 교육을 받아왔다. 미국의 학교 교육은 물리적 폭력은 물론 언어 폭력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온 학교 당국은 아이들에게 이라크 전쟁을 어떤 식으로 전달하고, 교육할 것인지 난감해하고 있다고 3월3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평소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들과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며 대화와 공존을 강조해온 부모들도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쟁을 어떻게 가르칠지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씨는 “아이에게 전쟁이 무섭다는 것을 아무리 이야기해줘도 별 소용이 없어요. 헬기와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탱크가 먼지를 날리며 사막을 질주하는 장면을 보면 아이가 빨려들어가는 것 같아요. 전쟁과 컴퓨터 게임을 구별하기 힘든 아이에게 어떻게 전쟁을 설명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김정민(39)씨 집도 이라크전이 연일 화제다. 한창 세상일에 관심이 많아진 아들 기찬(10)은 전쟁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을 한다. 부모가 “어린 놈이 쓸데없는 일에 관심을 쏟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면 “왜 말을 못하게 하느냐”고 따진다. 기찬이는 “이라크 사람이 불쌍하다”는 엄마의 말에도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한다.
평화교육은 일상 속 폭력 느끼게 하는 것
전쟁의 공포는 어느덧 우리 아이들의 가슴에도 자리잡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김정희(40)씨는 “미군의 오폭으로 이라크 민간인들이 죽었다는 뉴스를 보던 딸(9)이 ‘이라크에서 아이들이 많이 죽었다는데 만약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나면 나도 죽는 거 아니야’고 물었다”고 말했다. 연일 중계되는 전쟁보도를 보면서 ‘전쟁을 왜 하나요’란 아이들의 의문은 끊이지 않는다. 최근 교사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이라크전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자료는 ‘이라크 출신 13살 소녀의 글’로 잘못 알려지기도 한 미국 여중생 샬럿 앨더브런의 반전집회 연설문, 익명의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이라크전 관련 50문50답, 반전 뮤직비디오 〈더 이상 더는〉 등의 동영상이다. 평화교육과 관련한 자료는 어린이도서연구회(childbook.org), 남북어린이 어깨동무의 초등학생 대상 평화교육사이트 안녕 친구야(hifriends.org),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peacewomen.com), 평화인권연대(peace.jinbo.net), 박기범의 이라크통신 다음카페(http://cafe.daum.net/gibumiraq),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 지원연대(http://iraqpeace.ngotimes.net)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들에게는 한국전쟁을 다룬 <몽실언니>(창작과 비평사)나 소설가 윤정모씨의 첫 동화인 <전쟁과 소년>(푸른나무), 외국책으로 <나는 평화를 꿈꿔요>(비룡소), <전쟁>(비룡소), <한스와 아이들>(서광사), <전쟁은 왜 일어날까>(다섯수레) 등이 추천할 만하다. 이 책을 부모와 아이들이 같이 읽으며 서로의 느낌을 편하게 나누면 좋다. 아직 전쟁에 대한 개념이 없는 유아들에게는 생명의 가치를 일깨우는 <바닷속 뱀장어의 여행>(비룡소), <갯벌에 뭐가 사나 볼래요>(보리), <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돌베개 어린이) 같은 책을 읽어주는 게 적당하다. 평화교육은 차이와 다양성 인정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심성을 길러주는 교육이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김정수 국제협력위원장은 “평화교육의 핵심은 일상적인 삶 속에 스며든 폭력의 문제를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남에 대한 배려, 생명 존중, 관용 등 평화의 가치들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평화 감수성’ 훈련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 상황에 맞춰 설명하면 효과적
평화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평화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현재의 갈등상황을 아이들 상황에 맞춰 설명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이병곤 성공회대 강사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토론과 타협을 통해 갈등을 푸는 훈련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상대방과 공존하는 지혜를 길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 생명이 소중하면 남의 생명도 소중하다. 미국 아이가 소중하면 이라크 아이도 소중하다. 이 간단한 사실을 사람들은 너무 쉽게 잊는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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