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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커버스토리 등록 2003.02.13(목) 제446호

[표지이야기] “돈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행사 규모와 성격 따라 200만달러까지 요구… 언론사들도 물량공세로 대북행사 성사

“아니 북한가는 데 무슨 돈이 그렇게 듭니까“

민간교류나 사업를 하러 처음 북한에 가려는 사람들은 사전 준비단계에서 대개 깜짝 놀란다. 북한에 가려면 통일부로부터 방북 승인을 받아야 하고 방북 신청을 하려면 북한에서 초청장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방북 추진의 첫 번째 관문은 북쪽의 초청장을 얻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으려면 적지 않은 돈을 내야 한다. 북한은 물자 지원 등 인도적 목적으로 방북하는 경우를 제외한 민간교류나 교류·협력 차원에서 방북하려는 사람들에게 초청장을 보내기 전에 돈을 요구한다. 현실에서는 양쪽이 얼마를 주고받을지에 대한 합의가 끝나야 초청장이 온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한 인사는 “북쪽에서 30만달러를 요구했다. 이 돈을 일행 가운데 3명이 저마다 10만달러씩 들고 나갔다”고 말했다. 중·소규모 민간교류 행사에는 30만~50만달러를 북쪽에 줘야 초청장을 받을 수 있다. 북한은 행사 규모와 성격 등에 따라 100만~200만달러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전북 남원 춘향문화선양회가 주관한 2001년 초 북한방문 공연과 대가로 100만달러가 북한에 지원됐다고 당시 책임자인 안한수 전 회장이 밝혔다. 안 전 회장은 북한 지원금 100만달러 가운데 60만달러는 현금으로, 나머지 40만달러는 현물(속옷)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언론사 또한 예외가 아니다. 동아일보는 1998년 10월 방북 취재 때 보천보 전투를 다룬 호외기사를 가로 10cm 세로 15cm 순금판에 새겨 북한에 선물했다. 보천보 전투는 김일성 주석이 이끈 항일유격대가 1936년 압록강을 넘어와 함경남도 보천보의 일제 면사무소 등을 파괴한 일이다. 언론사의 경우 정상회담 이전에는 대략 50만달러 안팎에서 초청장이 오갔지만 2000년 이후 언론사마다 방북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특히 방송사의 경우 한때 300만~400만달러까지 값이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돈 많은 신문사나 방송사들이 북한에 물량공세를 벌여 대북 취재나 행사를 성사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계에서는 한 언론사가 방북 취재를 하고 나면 “이번엔 얼마를 줬다더라”는 식의 소문이 꼬리를 문다. 물론 대북사업을 맡은 언론사 담당자들은 근거 없는 뜬 소문이라고 일축했지만 정확한 방북 취재 비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적어도 대북 뒷돈 거래 ‘관행’만 놓고 보면 언론사도 크게 자유롭지는 못하다.

대북 교류협력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사석에서 “돈 없이는 북쪽과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말을 농담 반 진단 반으로 한다. 이들은 이런 측면에서 현대의 대북 송금이 이해가 간다고도 이야기한다.

법적으로 따지면 북한에 가기 위해 돈을 주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대북 행사규모와 성격에따라 일종의 ‘공정가격’까지 정해져 있는 상황이라 정부 당국도 관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문제삼지 않는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21003000/2003/02/0210030002003021304460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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