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주) 회장의 배임 혐의는 2가지다. 먼저 1999년 이뤄진 SK증권과 JP모건 간 이면계약이 첫 번째다. 당시 역외펀드 투자손실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SK증권은 주당 4920원에 유상증자를 하면서 JP모건에 주식 2400만주를 넘겼다. 그러나 여기에는 공개되지 않은 옵션(조건)이 붙어 있었다. 나중에 6070원에 주식을 되사주기로 이면계약을 한 것이다. 이에 따라 SK 계열사들은 2002년 10월 JP모건 보유 SK증권 지분을 다시 사들였다. 그러나 주가는 1535원으로 떨어져 있었고, 차액 1078억원을 SK글로벌 해외 현지법인들이 대신 JP모건쪽에 지불해줬다. 결국 SK글로벌이 손실을 부담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SK가 JP모건 보유 주식을 되사오면서 밝혀졌고, SK증권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공시의무 위반 등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11억825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로써 이면계약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참여연대가 2003년 1월8일 이를 검찰에 고소함으로써 다시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최 회장의 또 다른 혐의는 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워커힐 주식을 의도적으로 고평가해 SK C&C가 보유하고 있던 SK(주) 주식과 교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SK C&C에 손실을 입힌 것이다. SK는 2002년 4월1일 재벌기업에 대한 출자총액제한 시행과 함께 SK C&C가 보유하고 있던 SK(주) 지분 10%를 2%로 줄여야 할 상황이었다. 이는 그룹 지배권의 약화를 가져오는 것이었으며, 그 대안으로 SK(주)의 지분을 최 회장에게 몰아주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 그 방안은 이번에 밝혀진 3가지 가운데 최 회장의 워커힐 주식 325만주(48.2%)를 SK C&C가 보유한 SK(주) 주식 645만주(5.08%)와 맞바꾸는 것이었다. 문제는 워커힐 주식가치에 대한 평가였다. 비상장 기업이라서 정확한 시세가 없었던 것이다. SK는 이를 이용해 주당 2만~3만원에 불과한 워커힐 주식을 4만495원으로 고평가한 뒤 최 회장이 SK(주) 지분을 싼값에 확보하도록 도왔다. 이렇게 해서 최 회장은 SK(주)의 지분 5.2%를 확보하게 된다. SK(주)는 SK텔레콤 지분 26.8%, SK글로벌 지분 38.3%, SK해운 지분 35.5%를 보유해 그룹의 모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