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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왜 이렇게 추운거니?” 최태원 회장 구속 보며 두려움에 떠는 재벌들…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어떤 것들인가
“나 지금 떨고 있니” 재계가 요즘 바짝 긴장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재벌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눈에 띄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불과 1~2주 전만 해도 재계는 노무현 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해 ‘맘에 안 든다’는 티를 팍팍 낼 정도로 첨예한 대립각을 형성했다. 재계의 논리를 대변하던 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 부회장이 새 정부와의 갈등 등으로 사임할 때만 해도 재계는 ‘이 정도에서 화해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국내 3대그룹 총수인 최태원 SK㈜ 회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2월22일 구속되면서 이런 긴장은 두려움으로 변하고 있다. 검찰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번 사건은 ‘재벌의 세금 없는 부 대물림’에 쐐기를 박기 위해 상속·증여 완전포괄과세를 주창해온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방침과 같은 맥락이어서, 어떤 방식으로든 재벌개혁이라는 명분에 힘이 실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뿐 아니라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게 고발당해, 사정당국의 사정권 안에 들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삼성·LG·두산·한화 등 국내의 대표적 재벌기업들은 초비상상태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검찰이 칼끝을 들이댈지 모르기 때문에 이들 기업은 사내외 정보망을 총동원해 검찰의 수사방향과 범위 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 이재용씨에 대한 부의 세습
시민단체가 삼성그룹에 대해 문제삼는 것은 크게 3가지 사안이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삼성전자 상무)씨가 1999년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 계열사를 이용해 재용씨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줬다며 참여연대 등이 회사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서울고법은 지난해 7월 삼성SDS와 재용씨 간 거래를 부당지원으로 간주해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처가 잘못됐다고 판결한 바 있다. 또 BW 인수과정에서 세금을 누락한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510억원을 추징당했으나, 재용씨는 증여세를 납부한 뒤 이의를 제기해 현재 국세심판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 상무는 또 95년 이 회장으로부터 60억원을 증여받아 에버랜드 대주주가 된 뒤, 삼성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고 비상장계열사 주식과 전환사채(CB)를 사고 팔아 수조원대로 재산을 불린 과정에 대해서도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이 재용씨에게 세금 없이 부를 세습하는 과정은, 2세와 3세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줘야 하는 일부 재벌에게는 하나의 교과서여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이 밖에 삼성은 삼성종합화학 주식의 저가 처분과 부실기업으로 청산된 이천전기 인수 등과 관련해 98년 10월 참여연대로부터 3500여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해, 이건희 회장 등 전·현직 이사 10명이 1심에서 977억원의 지급명령을 받았다. 이 사건은 현재 2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의 CB 발행과 이천전자 인수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고, 이재용 상무의 삼성SDS BW 인수건은 증여세를 내고 국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므로 SK의 경우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는 법원에 넘기기 위한 수순이라고 볼 때,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들이 모두 재판 중인 삼성을 새로 조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안심할 수는 없는 사안이다. SK증권과 JP모건의 이중계약 역시 2002년 말 금감원으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안이었다. 이번처럼 배임 혐의로 걸면 걸려들지 않을 사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부당내부거래 등과 관련해 새로운 사안이 불거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각 계열사에 부당내부거래로 의혹을 받거나 공정거래법에 위배되는 사안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했다”고 말했다.
■LG, 계열사와 대주주 간 부당내부거래
참여연대는 2002년 말 화학부문 지주회사인 구본무 LGCI 회장 등 전·현직 이사 8명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냈다. 참여연대는 소장에서 “99년 구 회장 등 당시 LG화학 이사들이 회사가 100% 보유한 LG석유화학 지분 가운데 70%를 구 회장의 일가 친척들에게 당초의 자본조달비용에도 크게 못 미치고 적정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5500원)에 팔아 회사에 823억원의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LG석유화학의 주식을 취득한 총수 일가들은 2002년 1월부터 12월까지 이들 주식을 장내 매각하거나 심지어 LG화학(현 LGCI)에 되팔아 최소 1900여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LGCI는 이에 상응하는 기회수익을 상실한 셈이다. 따라서 이번 소송은 회사가 수십년 동안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이제 막 본격적으로 순이익을 내게 된 알짜배기 자회사를 경영진 자신들과 그 가족들에게 헐값에 팔아넘겨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회사에는 막대한 손실을 안기는 고질적인 경영권 남용 행위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참여연대쪽 설명이다. 이에 대해 LG는 “LG화학과 대주주 간 주식거래 가격은 주당 5500원으로 세법상 ‘비상장주식 평가규정’에 의한 가격보다 높았고, 2001년 LG석유화학 기업공개 당시 객관적 심사를 거쳐 확정된 공모가격 역시 6700원에 지나지 않았다”며 참여연대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SK에 대한 수사가 대주주의 부당이득 취득과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것이라는 게 밝혀지면서부터 LG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LG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참여연대가 제기한 주주대표소송과 관련해, 이르면 이달 말쯤 시작될 주주대표소송 심리에서 합법성을 최대한 부각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회사의 유망한 사업부문이나 자회사를 대주주 일가에게 넘겨 회사와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고, 궁극적으로 우리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상실하는 만성적 폐단은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산·한화, 편법증여와 분식회계
두산그룹은 99년 7월 1억달러 규모의 해외 BW를 발행했으나 이 가운데 67.29%를 박용곤 회장 등 두산그룹 지배주주들이 인수했다. 그리고 불과 두달 만에 박 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 상사BG부문 사장 등 25명의 일가에 증여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외자유치 목적으로 발행한 BW의 70%를 두산 일가가 인수한 것은 자녀들의 지분 확대를 위한 편법증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참여연대는 또 지난해 10월 ㈜한화, ㈜한화유통, ㈜한화석유화학 등 3개 한화그룹 계열사가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이익을 부풀려 부채비율을 축소했다며, 그룹 관계자들을 분식회계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한화그룹의 분식회계는 단순히 회계방식 차이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줄이는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충족시키고, 대한생명 인수조건을 맞추기 위한 고의적인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해 3월 ㈜한화 등 3개 계열사가 99년 말과 2000년 말 주식을 집중적으로 서로 사고 팔아 부채비율을 200% 이하인 188.64%로 낮춘 분식회계 사건을 적발했으나 고의성 여부를 밝혀내지 못해 행정처분만 내린 바 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관계자는 “대주주와 계열사 간, 계열사와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분식회계·편법증여 등은 모두 회사와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로, 궁극적으로는 우리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상실케 하기 때문에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효상 기자/ 한겨레 경제부 hspark@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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