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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커버스토리 등록 2003.01.30(목) 제445호

[표지이야기] 뇌의 황홀경을 즐기시죠

해부학적 구조 베일에 싸인 웃음의 수수께끼… 화학적 웃음도 초자연적 기쁨 유도

아기를 간지럽히면 까르르 웃지만 조금 자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낯선 사람이 간지럼을 태우면 소스라쳐 놀라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간지럼을 태우는 정도의 단순한 차원이지만 웃음의 체제는 복잡하다. 우리의 웃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뇌에서 웃음을 담당하는 지역은 어딜까 동물도 웃을 수 있을까

서울 백병원 신경정신과 고대관 교수는 “웃음에 관한 해부학적 구조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대부분 사람이 소리내어 웃을 때 과정은 이렇다. 외부 자극은 시상하부를 거쳐 기쁨·분노·슬픔 등의 감정을 조절하는 중뇌 변연계 지역으로 전달된다. 이 자극은 무의식적인 공격성과 관련되는 편도핵, 기억과 연관된 감정을 주관하는 해마를 거치면서 감정의 색깔을 갖게 된다. 이는 운동을 조절하는 지역인 대뇌의 전두엽과 두정엽 사이로 전달돼 근육을 움직여 웃는 행동을 마무리짓는다. 그러나 고 교수는 “이는 매우 통합적인 과정으로 특정 부위가 웃음을 전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웃음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동물이 웃느냐 웃지 않느냐 문제도 달라진다. 미국 불링그린주립대 심리학과 잭 팬셉 교수는 쥐의 웃음소리를 듣기 위해 특별히 고안한 기구를 통해 쥐가 웃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기구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45~55khz의 음역을 들을 수 있다. 어둠 속에서 쥐를 간지럽히자 ‘킥킥킥킥’ 하는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실험결과 쥐도 사람처럼 나이가 적을수록 많이 웃었다. 하지만 간지럽힘과 그에 대한 반응을 단순한 반사작용으로 볼 것인지, 적극적인 웃음의 의미로 해석할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기본적으로 웃음은 사회의 언어와 유머를 이해할 수 있는 문명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즐거움과 관련된 물질인 엔도르핀은 어떤가. 엔도르핀은 웃을 때만 분비되는 것은 아니다. 쾌락을 증가시키는 엔도르핀이나 엔케팔린은 아주 힘든 운동을 하거나 고통스러운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이를 보상하기 위해 분비된다. 알코올·마약 중독자들은 운동을 하지 않아도 약물이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엔도르핀이 분비돼 황홀한 쾌락을 느낀다. 환각상태에서 이들이 흘리는 의미 없는 웃음은 정서적인 웃음이 아닌 ‘화학적 웃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환각제나 약물을 통해 ‘극단적 웃음’을 찾아나선 것이 꼭 금기시된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1968년 미국 하버드대학 식물박물관 연구원이던 고든 왓슨은 <소마, 불사의 신성한 버섯>에서 인도 최고의 종교문헌인 <리그베다>에 환각제가 나올뿐더러 이것이 정신적 각성을 위한 도구로 쓰였다고 주장했다. <리그베다>에 나오는 불사의 음료 ‘소마’가 실은 독버섯의 하나인 광대버섯으로 만든 것인데, 이는 수행자가 초자연적 기쁨의 상태에서 신비체험을 하도록 도와줬다는 것이다. 다빈치출판사 김장호 주간은 “불상에 나타난 웃음이 종교적 수행을 통한 것이 아니라 약물의 힘을 빌린 것이라면 환상은 깨지겠지만, 그만큼 인간이 절대적 웃음을 짓는다는 것이 힘든 것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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