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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커버스토리 | 등록 2003.01.22(수) 제44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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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왔노라 이겼노라 통치하노라 미국의 전쟁과 전쟁 이후 시나리오…미 군정 거론되자 아랍권 격렬한 반응
지난 1월17일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소속 무기사찰단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150km가량 떨어진 우크하이데르의 탄약저장소에서 11개의 빈 122mm짜리 화학탄두를 찾아냈다.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소식이 알려지면서 워싱턴 정가는 조용히 흥분하기 시작했다. “무기사찰단에 더 많은 시간을 줘야 한다”는 국제여론을 등에 업고 빠르게 퍼지던 ‘이라크 전쟁 7~8월 개전설’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미 행정부 강경파의 거친 외침이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우연찮게도 이날은 1991년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 이른바 ‘사막의 폭풍’ 작전을 시작한 지 꼭 12년째가 되는 날이었다.
이라크 최정예 병력은 8만
미국의 공언대로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는 데는 길게는 석달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이 때문에 전쟁을 시작하는 시점이 중요해진다. 최악의 기상조건을 피하기 위해선 늦어도 2월 말까지 공격을 시작해야 할 처지다. 이 시기를 놓치면 살인적인 여름 사막기후를 피하기 위해 가을까지 전쟁을 연기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국 브래드포드대학의 폴 로저스 교수는 지난해 10월 내놓은 ‘이라크: 전쟁의 결과’라는 보고서에서 “부시 행정부가 전쟁을 연기할 경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긴 여름 동안 이라크 인근에 배치된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는 데 따르는 막대한 비용도 부담스럽거니와 중동지역 주둔 미군은 쉽게 테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2004년 대통령 선거운동과 전쟁 개전 시점이 일치하는 것도 부시 행정부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로저스 교수는 “장기간 전쟁을 미루는 것이 정치적 무능력으로 비칠 수 있으며, 미국 내 반전여론 비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도 부시 대통령을 서두르게 한다”고 지적했다. 1차 걸프전과 세르비아전을 통해 나타난 미군의 전술로 볼 때,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미군은 이라크 전역에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991년 전쟁과는 달리 이번 전쟁은 명확히 후세인 정권 파괴를 지향한다. 따라서 무기관련 시설은 물론 여타 정부기관에 대한 공습도 이전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그러나 공습만으로 후세인 정권의 몰락을 기대할 순 없다.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지상군 병력 투입이 불가피하다. 미군 지상군 전투는 크게 3가지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바스라를 포함한 이라크 남동부 지역의 주요 유전지대를 장악하기 위한 공격이 벌어질 것이다. 원유가 생산되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에서도 공군력의 지원을 업고 대규모 지상군 병력의 공격이 진행될 것이다. 이와 함께 기동성 있는 병력을 동원해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을 끼고 바그다드 진격작전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라크군은 약 37만5천명 규모로 추정된다. 이들 대부분은 보유 무기가 보잘것없고, 전투능력도 현저히 떨어진다. 비교적 무장이 잘 된 6만여명의 공화국수비대 6개 사단(기갑사단 3, 기계화사단 1, 보병사단 2)이 있지만, 이들 역시 전투능력은 검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공화국수비대 특수전 병력 4개 여단과 특공대 5개 여단, 특전사 2개 여단 등 약 5만명 정도를 이라크군 정예부대로 볼 수 있다. 여기에 후세인 정권이 운영하는 보안·정보기구 요원이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 비확산연구센터’의 이브라힘 알마라시 연구원은 지난해 9월치 <중동국제문제리뷰>(MERIA)에 기고한 글에서 “이른바 무카바라트(Mukhabarat)로 불리는 이라크 보안·안보기구는 5개 독립기구로 구성돼 있으며, 대부분의 인력은 사담 후세인의 친인척과 고향인 바드다드 북부 티크리트 지역 출신의 수니파로 구성돼 있다”고 했다. 이들 3만여명에 달하는 보안·안보기구 인력과 정예 부대인원을 합한 약 8만명이 후세인 정권과 운명을 같이할 최정예 병력이다.
시가전 벌어지면 인명 피해 클 것
전쟁 초기 후세인 정권은 이들을 분산배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통신시설 파괴에 대비한 대체 통신수단을 갖추고, 명령에 따라 생화학무기를 분산배치할 가능성이 있다. 또 상황에 따라 이들 무기 사용을 자체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최근 대량살상무기 사용 결정을 내린 지휘관은 전쟁이 끝난 뒤 전범으로 재판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를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후세인 정권은 가능하면 전쟁을 어렵게,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군이 바그다드 코앞까지 진격해 들어와 근접전을 벌일 수도 있다. 대규모 시가전이 벌어지면 미군이 압도적인 화력을 동원하리라는 점은 명백하다. 당연히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며, 예상보다 전투가 길어질 공산이 크다. 현 시점에서 전황을 예상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라크 민중이 후세인 정권 지원에 나설지, 맞서 싸울지도 알 수 없다. 어떤 경우든 500만 인구가 밀집한 수도 바그다드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막대한 수의 난민이 발생할 것이며, 이는 미군의 작전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1982년 이스라엘이 서베이루트를 공격하던 당시의 상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중무장한 이스라엘군은 제공권을 완벽히 장악한 상태에서 1만5천여명의 경무장한 민병대가 방어하는 도시를 1주일 안에 장악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폭격기와 포병의 막대한 화력지원에도 이스라엘군은 3개월여 만에야 겨우 도시를 점령했으며, 이 과정에서 약 2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설령 부시 행정부의 의도대로 전쟁이 최소한의 사상자만 낳은 채 신속하게 끝나더라도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지난 1월6일치 <뉴욕타임스> 기사를 보면, 부시 행정부의 국가안보팀은 △적어도 18개월 동안 대규모 미군 병력이 이라크에 주둔하고 △이라크군 최고위층에 국한된 군사재판을 열고 △국가재건 비용 지불을 위해 이라크 유전을 즉각 반환하는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하는 이라크 통치계획안의 마무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계획안이 실행에 옮겨지면, 이는 2차 대전 뒤 일본과 독일을 신탁통치한 이래 가장 야심차게 추진되는 외국 신탁통지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이라크에 대한 미 군정이 공식 거론되자 아랍권은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아랍은 미국의 시저를 원치 않으며, 식민지 총독의 상징도 원치 않는다”는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게다가 미 행정부 관료들조차 “이라크에서 집권 바트당의 잔재를 청산하는 과정은 적어도 2차 대전 뒤 독일에서 나치의 흔적을 지우는 일만큼 복잡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라크 유전 처리방법은 더욱 복잡하다. 어떻게 하면 이라크 원유를 통제한다는 비난을 사지 않으면서 원유판매 수입을 이라크 재건비용으로 조달할 것인가 이는 부시 행정부에게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해체작업보다 훨씬 중요한 과제다. 전쟁이 끝난 직후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누가, 어떻게 이라크를 대표할 것인지의 문제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과제다. 부시 행정부는 이미 아랍 이웃나라에서 미군에 의해 점령된 이라크가 석유수출국기구의 제한 산유량 이상의 원유를 뽑아올린다고 비난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미 군정에서 영구·민주정부로 정권을 넘기는 다리 역할을 할 과도정부 구성 방법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치열하다.
이라크 원유를 둘러싼 지정학
전후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중동의 원유를 둘러싼 지정학이다. 러시아와 중국, 프랑스 정유회사들은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가 끝난 뒤 유전지대 개발에 뛰어들기 위해 이미 상당기간 준비작업을 벌여왔다. 개발작업이 더디다는 이유로 지난 연말 취소되긴 했지만, 러시아의 루코일사는 1997년 15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서부 쿠르나 유전 개발계약을 맺었다. 중국의 국립석유공사는 북부 루마이라 유전 개발권을 얻었으며, 프랑스 토탈피나엘프는 200억~30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즈눈 지역의 원유 개발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후세인 정권은 그동안 이들 유엔 안보리 영구상임이사국에 원유개발권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제재 조치 해제를 모색해왔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후세인 정권이 실각할 경우 상황은 돌변할 수 있다. 지난 11월8일 유엔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사찰 재개를 결정한 안보리 결의안 1441호 통과에 앞서, 미국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프랑스·러시아·중국에 압력이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행정부의 후세인 제거 계획에 찬성하지 않을 경우, 향후 이라크 유전 개발에 이들 3개국 회사의 참여를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전폭 지원을 받고 있는 이라크국민회의 아흐메드 찰라비 대표는 “새롭게 들어설 이라크 정부는 후세인 정권 아래서 맺어진 계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없으며, 미국 회사들이 이라크 유전 개발에서 좋은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후세인 정권이 붕괴한 뒤 이라크의 원유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생산시설의 복구가 필요하다. 막대한 전후 복구비용을 지불하기 위해서 이라크는 원유생산량을 늘릴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라크가 10년 안에 하루에 800만~1천만 배럴을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하루 1200만 배럴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국제 원유시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더 이상 유일한 지배적 원유공급자로서 유가를 좌우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보인다 ‘제국주의 미국’
9·11 뒤 테러 자금 지원설 등으로 사우디와의 관계가 냉랭해진 미국으로선 이라크에서 후세인 정권을 몰아내고 사우디아라비아의 강력한 경쟁세력을 탄생시키는 것이 전략적으로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문제는 이런 중동질서 재편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페르시아만 국가를 무력 점령해 친미정권을 세운 미국이 중동의 원유를 주무르는 모습은 알 카에다가 지난 십여년 동안 아랍권에 퍼뜨리고 다닌 “제국주의 미국”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대량살상무기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전쟁에 나선다는 미국이 오히려 테러조직 확산에 결정적 기여를 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