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3년01월30일 제445호 

그래, 웃자!

건강과 행복을 위한 <한겨레21>의 새해 제안… 심신 치유 효과에 삶의 윤기 제공하는 묘약

인터넷한겨레 ‘하니유머’ 게시판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대학교의 축제. 한 동아리에서 기금 마련을 위해 조그만 주점을 차렸다. 술안주로 부추를 넣은 부침개가 빠질 수 없는 법. 맛이 환상적이라는 소문이 퍼져 부침개 먹으러 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때였다.

학생1: 어떻게 하지 부추가 다 떨어졌어.
학생2: 그럼 사와야지~!
학생3: 이렇게 바쁜데 언제 사와서 요리하냐
학생들: 그럼 어쩌지
고민고민하던 이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캠퍼스 곳곳에 무성하게 자란 잔디, 아니 잡초를 발견한 것이다. 그들은 서둘러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

학생1: 괜찮겠지
학생3: 좋은 일 하는 건데 이번만 잘 넘기면 돼.
‘잡초부침개’는 불티나게 팔렸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때 한 손님이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손님: 이봐여~! 여기서 네잎클로버가 나왔어요!
순간 동아리 사람들은 당황했다. 그러나 곧 재치있게 대답하는 학생이 있었다.





학생3: 네~!~! 축하드립니다! 행운에 당첨되셨군요.

여기 파전 네 그릇 추가요~!!



위기를 웃음으로 바꾼 기지가 빛나는 유머다. 온 가족이 모여앉아 부침개를 부쳐먹는 설. <한겨레21>은 웃음과 행복을 얘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웃음과 행복이야말로 ‘잡초부침개’와 같다고 주장하기로 했다. 왜 그렇냐고 먼저 남들보다 많이 웃어온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자.

웃음은 질병을 잡는 ‘호르몬 축제’


사진/ 12년 전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도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 김상태 목사와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아내 정윤금씨. 김 목사 부부는 항암치료 없이 긍정적 웃음으로 암을 이겨냈다. (박승화 기자)


김상태(63) 목사는 위장이 없다. 1992년 위암 4기 판정을 받아 서울대병원에서 3차례에 걸친 대수술을 받으면서 위뿐 아니라 지라(비장)·쓸개(담낭) 등을 잘라냈기 때문이다. 대신 식도에 작은 창자를 직접 연결해 음식물을 소화하고 있다. 당시 병원에서는 3개월밖에 못 산다고 했지만,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는 “잘살고” 있다. 항암치료는 전혀 받지 않았다. 그보다 10개월 먼저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아내 정윤금(48)씨도 무척 건강해보였다.

“뭘 먹었느냐고요 특별하게 먹은 거 하나도 없습니다. 한순간도 불안해하지 말자, 무조건 웃자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모두 내가 며칠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아내와 나는 태평했어요. ‘왜 하필 나야’라고 생각했으면 벌써 죽었을 겁니다. 부정적인 사고가 모든 스트레스를 불러오거든요.”

김 목사는 “지금도 일주일에 두번씩은 섹스를 한다”며 자랑스럽게 웃었다. 의사들은 현대의학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위가 없어 누우면 먹은 것이 모두 역류하기 때문에 10년 동안 앉아서 잠자는 고행을 겪었다. 하지만 일주일에 3~4번씩 설교를 하고, ‘암을 이기는 이들의 모임’을 만들어 암환자들을 위해 애쓰고 있다.

웃음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코미디 비디오를 본 사람들에게서는 바이러스와 암세포 등에 대항해 싸우는 자연살상세포의 활동성이 뚜렷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특히 근육이 움직일 정도로 크게, 유쾌하게 웃으면 면역세포가 왕성한 활동을 시작하고, 그렇게 해서 늘어난 항체는 12시간이 지나도 줄지 않는다.

강직성척추염(목뼈·허리뼈가 달라붙어 로봇처럼 뻣뻣해지는 병)에 걸린 노먼 카즌스가 통증을 느낄 때마다 코미디 영화를 보거나 유머가 담긴 책을 읽는 ‘웃음요법’을 통해 병을 극복한 사례나, 영국 웨스터버밍엄 보건국이 ‘웃음소리 클리닉’을 개설한 일 등은 이미 알려진 대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윌리엄 프라이 박사는 사람이 한바탕 크게 웃으면 몸 속의 650개 근육 가운데 231개 근육이 움직이는데, 한번의 웃음은 에어로빅 5분의 운동량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당신의 ‘백만불의 웃음’을 찾아라




만택정형외과 노만택 원장은 “배꼽 잡고 웃는다는 말처럼 힘차게 웃으면 그동안 폐에서 순환하지 못하고 쌓여 있던 공기가 걸러진다. 심장도 빨리 뛰어 운동하는 효과가 난다. 얼굴과 목둘레 근육에도 적당한 자극이 오고, 횡경막이 크게 움직이면서 내장근육과 복부근육도 좋은 자극을 받는다. 광대뼈 근육이 움직이면서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갑상선 근처의 흉선을 자극해 면역력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웃는 얼굴이 사람들에게 어떤 호감을 주는지는 대머리 치료제나 가발 광고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들 광고간판을 자세히 본 독자들은 알겠지만, 같은 사람이 대머리일 때는 표정이 굳어 있고, 가발을 쓴 쪽은 활짝 웃고 있다. 얼굴표정이 밝은 것이 순전히 가발 덕분인 것처럼 속이는, 웃음의 효과를 광고에 교묘하게 이용하는 전략이다.


사진/ 보험영업 첫해에 ‘준비된 웃음’으로 ‘백만불 원탁회의’주인공이 된 손종원씨(왼쪽). 호텔 벨보이에서 총지배인 자격증을 딴 김동주씨의 성공 비결도 웃음이었다.(오른쪽). (류우종 기자)


2년 전 보험영업 현장에 뛰어든 손종원(43·ING라이프)씨는 ‘백만불의 웃음’으로 성공했다. 불혹의 나이에 낯선 이들의 문을 두드리며 보험을 파는 것은 모험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는 해냈다. 입사 첫해부터 연봉 1억원이 넘는 보험맨들의 모임인 ‘백만불 원탁회의’(MDRT)에 앉았고, 1주일에 3건 이상의 계약을 맺기를 96주째 계속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성공의 비결은 뭘까. 그는 “누구를 만나든 어디에서든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다”고 말한다. 보험회사에서 일하기 전 호텔에서 20여년 동안 일한 그는 웃음에 관해서라면 어느 누구보다 철저히 단련받았다. “호텔의 라커룸을 ‘가면실’이라고 불렀습니다. 아무리 기분 나쁘고 슬픈 일이 있더라도 호텔 유니폼만 입으면 가면을 뒤집어쓰듯 웃어야 했기 때문이죠.”

살벌한 영업현장에서 웃음으로 살아남아 매니저에 이른 보험맨 5년차 윤경일(38·ING라이프)씨도 마찬가지다. 구제금융시기 경영하던 여행회사가 부도가 나자 무작정 보험업에 뛰어든 그는 첫달엔 단 한건도 계약을 맺지 못했다. “한마디로 질척거렸죠.” 게다가 그는 ‘최수종의 미소’로 불리는 매끈한 용모의 손씨와 달리, “잘봐줘야 ‘노무현과 닮았다’고 할 정도였다.” 그가 바닥을 치고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웃음이야말로 고객들에게 ‘프로’라는 신뢰감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부터”였다. “보험을 잘 팔려고 덤비면 안 팔려요. 난 당신 앞에서 이렇게 웃을 수 있는 프로컨설턴트다, 이런 자신감이 전달돼야 하거든요.” 윤씨는 처진 입꼬리를 자꾸만 올리려고 노력했다. 실적도 차츰 올라갔다. 수의사들을 주고객으로 삼고 있는 그는 “제주도까지 포함해 전국 각 도시마다 고객이 한명 이상 있을 정도”라고 말한다.

웃음은 주위를 빛내는 사회봉사 활동

경주의 한 호텔에서 벨보이로 시작한 김동주(45·서울로얄호텔 식음료과장)씨도 “웃음으로 기회를 잡았다”라고 한다. 호텔 입사 첫해엔 하루종일 웃어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집에 돌아가고 나면 관자놀이와 광대뼈 근육이 덜덜 떨리는 안면경련을 겪기도 했다. 더욱이 까무잡잡한 얼굴에 유달리 짙은 눈썹 때문에 “웃지 않고 있을 땐 보통 조폭 그나마 잘 봐줘야 형사로 봤다.” 하지만 흰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선량한 웃음은 그를 딴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 일본 관광객들은 그에게 ‘미스터 니코니코’(스마일이라는 뜻)라는 애칭까지 붙여줬다. “벨보이 3년, 객실 판매원 3년, 6년 동안 웃었더니 어느 날 정말 행운이 웃어줬죠. 간부들이 저를 ‘스마일 사원’으로 뽑아준 덕에 일본 연수를 1년 동안 다녀왔습니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 그는 서울의 호텔에서 일하며 대학을 다니고 1·2급 지배인 자격증을 차근차근 땄고, 지난해엔 마침내 총지배인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그는 “외동아들로 태어나 외롭게 자랐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손님이 집에 놀러오면 자고 가라고 떼써서 별명이 ‘자고가’였다”며 “어릴 적 별명이 숙박업이라는 평생직업으로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활짝 웃었다.


사진/ “우리 모녀는 웃음으로 통해요.”꽃집을 경영하는 이인자씨의 웃음은 꽃보다 화사하다. (박승화 기자)


서울 충무로 진양상가에서 꽃집을 경영하는 이인자(43)씨는 미소가 예쁜 ‘아줌마’다. 자신이 웃으면 주위 사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확신 아래 늘 웃으려 애쓴다. “저희 딸애가 얼굴에 콤플렉스가 많아요. 눈도 코도 수술하고 싶다고 하면 저는 이렇게 말해요. ‘먼저 마음을 예쁘게 만들어라.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하는 게 1천만원짜리 성형수술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이에요. 표정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에요. 그건 돈으로도 살 수 없죠.”

이씨는 2001년 12월, 지인들과 함께 ‘웃음 주는 사람들’이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었다. 주로 독거노인을 찾아 목욕을 시켜주고 잔치도 베푼다. “밤새 사골국물을 끓여다드리면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드셔요. 그럴 때 가장 보람을 느끼죠. 이렇게 한번 하고 나면 기쁨이 정말 오래 가요. 여유가 있어 돕는 건 아니예요. 누군가에게 웃음과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게 중요하죠. 앞으로 큰 식당을 열어 이런 분들에게 한달에 한번씩이라도 무료식사를 제공하는 게 꿈이에요.”

끊임없는 근육단련으로 복을 만들자

잘 웃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한항공 서비스아카데미에서 친절교육을 맡고 있는 강사 임숙영(29)씨는 마음이 열린 사람들일수록 잘 웃는다고 한다. “가장 잘 웃는 분들은 자원봉사자예요. 같은 얘기를 해도 자원봉사자들은 박장대소를 하죠. 남을 도우려는 분들이라 마음이 열려 있어서 그럴 거예요. 그분들에게는 제가 오히려 배우고 옵니다.”

잘 웃으려면 자주 웃어야 한다. 운동선수가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근육을 단련하는 것처럼, 얼굴근육도 자꾸 써야 근육이 부드러워져 어색하지 않게 웃을 수 있다.

독자 여러분! 웃으면 복이 옵니다. 건강도 함께 오고요. 자, 거울을 보고 따라해보세요.

위스키~..^-^

*웃음에서 행복을 찾은 이들은 모두 잡초부침개를 부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잡초부침개’로 정리되는 이들의 인생관은 이렇다.

1.부추가 없어도 부침개는 부쳐야 한다고 믿는다.
2.부추로 믿어온 것이 잡초로 ‘발각’되거나 ‘증명’돼도 비관하지 않는다.
3.새로운 메뉴의 탄생에 즐거워한다.
4.심지어, 잡초도 웃으면 부추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재성 기자 firib@hani.co.kr,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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