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언론인이 본 이라크와 북한 핵문제… 북한의 생명줄인 기름을 끊어야 했는가
사진/ 인공위성이 촬영한 영변 핵시설. 중국이 버티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북한은 이라크와 달리 여유를 부릴 여지가 있다. (연합)
부시가 자칭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느라 겪은 수고와 혼란을 피해 새해 휴가를 즐기고 있는 시점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장기 보존하던 핵 발전소들을 재정비하느라 바쁘다. ‘악의 축’에서 이라크 뒤에 있는 북한은 시종일관 워싱턴에 도전하며 미국의 줄세우기를 거부했다. 워싱턴이 이전부터 대량살상무기를 철거하지 않으면 현재 사면초가인 이라크처럼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음에도.
‘악당 이라크’가 굴복한다면 평양은?
이 위협은 최근 미 국방장관 도널드 럼즈펠드의 공격적인 논평으로 강도가 높아졌다. 럼즈펠드는 1월 초에 “우리는 한 전선에서 완벽히 이기고 신속히 다른 쪽을 쳐부술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평양의 용맹스러운 스탈린주의자들은 불길한 논평에 당황하지 않는 듯 보인다. 서구 언론이 ‘은둔적’ 또는 ‘도피적’이라 일컫는 북한 지도자 김정일은 영변의 핵시설을 감시하기 위해 사무소를 세운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쫓아낸다고 공표했다. 어쩌면 김정일과 그의 동료들은 현실과 단절되어 있는지 모른다. 그들은 단극화한 세계질서에서 오직 인도와 파키스탄, 또는 이스라엘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만이 핵보유를 허락받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럼즈펠드가 강경론을 펼쳤음에도 부시 행정부 내에서 성가신 북한 문제에 의견이 엇갈린다. 북한에 무력을 사용할 시기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라크 침공을 위해 25만 군대가 걸프지역에 배치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전직 군 조종사와 항모 부함장을 지낸 퇴역 해군소장 제러미 테일러는 럼즈펠드에게 현실주의자가 되라고 요구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군대 규모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두개의 전쟁을 위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테일러는 말했다.
사막의 폭풍작전으로 파괴되고 폭탄세례를 받은 사담 후세인은 1991년 전선에서 철수했다. 부시 행정부가 전쟁의 북을 치기 시작한 뒤부터 후세인은 사실상 미국의 엄청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왔다. 이라크는 유엔 사찰단에 폭넓은 지역의 어느 곳이든 샅샅이 뒤질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부시는 이에 개의치 않고 그의 시간만을 재고 있다. 여러 정황을 짚어볼 때 전쟁은 임박했다.
만일 ‘악당 이라크’가 굴복한다면 평양은 김일성은 아직 부시 행정부가 무력으로 위협할 때 어떻게 대처할지를 배우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일에게는 여유를 부릴 여지가 있다. 그에게는 후원자가 있다. 중국이 엎어지면 코닿을 곳에 있고 미국의 동맹국들이기는 하지만, 다른 이웃들도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부시의 위협에 불편해한다. 일본과 한국 모두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하라는 미국 부시 행정부의 요구에 냉담하게 반응했다. 대신 부시 행정부에게 북한과 대화하라고 요청했다.
미국의 협정 위반은 처음이 아니다
어쨌든 이라크나 북한이나 미국의 위협은 정도를 넘어섰다. 이라크와 달리, 북한은 기름을 갖고 있지 않다. 가난하고 격리되었으며, 페레스트로이카 이전 방식에 젖어 있으고,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근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는지 지난해 12월 미국은 북한의 생명줄인 기름 공급을 끊어버렸다. 사실 기름은 아사상태에 빠진 300만 주민에게 제공할 음식물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었다.
미국은 북한으로 가야 할 기름을 주지 않음으로써 북한과 1994년 10월에 맺은 제네바 협정을 위반했다. 두 나라 간 협정 위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제네바 협정에 무역제재 해제를 명기하였지만,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다. 협정 조인 이래로 워싱턴 당국은 초대형 곡물업체 카길에만 독점적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것을 허용했다. 쿠바나 이라크 같은 다른 ‘깡패국가’들처럼 미국의 경제제재는 해당국들의 국제적인 고립을 뜻했다. 1994년 이후 200만명에 이르는 북한 주민들이 아사했다. 이런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는 북한은 여전히 “미국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존재”로 남아 있다.
파이자 라디/ <알아흐람> 기자
이 글은 이집트의 대표적 언론 <알아흐람>에서 발행하는 주간지 <알아흐람> 2003년 1월8일치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