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먹구름이 다가오면서 이스라엘의 대공세를 걱정하는 팔레스타인 언론인의 기고
사진/ 자치지구 바깥 출입을 통제받는 팔레스타인 시민들. 이라크 전쟁이 터지면 이스라엘은 국가안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들을 완전봉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다며 연일 협박 강도를 높이자 중동 전체, 특히 팔레스타인은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다가오는 이라크 전쟁을 놓고 팔레스타인 시민들은 나름대로 사태를 분석하며 잔뜩 움츠러들었다.
먼저, 팔레스타인 시민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을 틈타 팔레스타인에 전면적인 강공책을 펼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팔레스타인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한 이스라엘 군사전략가들은 더 많은 군대를 동원한 압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스라엘 당국은 그동안 모질게 팔레스타인을 압박하면서도 군사적으로 완벽하게 박살내지 못한 까닭을 이라크 전쟁을 준비하는 미국의 사업을 방해할 수 없는 탓으로 여겼다. 이스라엘군이 공격 강도를 높이면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그만큼 더 강력해질 것이고, 동시에 아랍과 이슬람 세계의 분노가 높아지면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 계획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규모 강제이주의 공포
따라서 이스라엘 당국은 이라크 전쟁 개전을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민중봉기)를 끝장낼 수 있는 ‘신의 선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시민들에게 진짜 악몽은 이스라엘군이 벌일 무제한적인 압박보다는 이스라엘 우익정부가 팔레스타인 시민들을 대규모로 이주시킬지 모른다는 염려다. 이런 염려는 오랫동안 ‘인구전쟁’에서 팔레스타인을 박멸하지 못한 이스라엘이 결국 점령지역으로부터 팔레스타인 시민들을 전면적으로 추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믿는 이들 사이에서 나돌고 있다. 다시 말해, 국제사회의 눈이 이라크 전쟁에 쏠려 있는 동안, 이스라엘이 성공적으로 팔레스타인 시민들을 대규모 이주시킬 경우, 팔레스타인 지위 따위는 더 이상 인정할 필요도 없이 이스라엘에 남은 소수 팔레스타인 시민들을 간단하게 합병시켜버릴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이런 주장들이 아랍 전역에서 자주 화제에 올랐음에도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1948년과 67년 전쟁통에 팔레스타인을 떠난 뼈아픈 경험에서 배웠다. 결코, 다시는 자발적으로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지 않는다.” 저명한 시사만화가 카릴 아부 아라페의 말에 대다수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시민을 쓸어내겠다면 폭력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폭력은 이스라엘 내부적으로도 이해받기 어려운 실정인데다, 팔레스타인 시민 수십만명을 한꺼번에 강제이주시킨다는 게 물리적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고 보면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다.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지닌 또 다른 공포는 미국이 단기간에 승리할 경우 밀어닥칠 정치적 압박이다. 이라크 전쟁을 통해 미국은 중동에서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고, 자동적으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압박정치도 강화될 것이다.
장기전이 더 치명적일 수도
그러나 오히려 이라크 위기로부터 미국과 국제사회가 더 시급하게 팔레스타인 사안을 다룰 수 있다는 상반된 분석도 나온다. 팔레스타인은 오랫동안 이스라엘로부터 맹공을 당해오면서도 이라크를 포함한 아랍국가들로부터 정치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실제 아무런 지원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바그다드가 미국 장군들로부터 지배받는 상황이 벌어진들, 팔레스타인이 정치적으로 항복할 만한 까닭이 없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아직까지 이라크 전쟁이 어떤 형태로 흘러갈지 아무도 속단할 수 없는 형편이지만, 오히려 장기전이 팔레스타인에게는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장기전으로 흘러 수십만명에 이르는 이라크 난민들이 접경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로 넘어올 경우,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팔레스타인 경제의 붕괴를 우려하던 국제사회 관심이 이라크 난민쪽으로 쏠리는 현실적 문제도 팔레스타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는 이유는 극명하다. 평화를 통한 평화, 평화를 위한 평화를 염원하기 때문이다.
다오우드 쿠탑/ 알쿠드스 교육방송국장·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