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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기를 행운으로! 노무현 대북외교정책의 핵심 설계자들… “우리는 날마다 뇌관을 껴안고 산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후보 시절 즐겨 사용한 구절이다.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뒤 다들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는 한 걸음 나아가 북한 핵사태 이후 펼쳐질 한반도의 밝은 미래상을 그리고자 애썼다. “눈앞에 닥친 곤란에만 사로잡혀 냉전적 현실을 넘어선 저편에 전개되려는 더 넓고 큰 세계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10·24 평화포럼 정책토론회)고 본 것이다.
서동만을 알아본 조성두
그의 다소 낙관적인 청사진은 곧 눈앞에 펼쳐질 남북한 사이의 철도, 도로 잇기, 개성공단 건설사업의 가시화, 북한 스스로의 개혁·개방 본격화 움직임 등에 고무되어 나온 산물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두운 북한 핵터널을 지나 동북아 중심국가로 우뚝 선 대한민국을 일찌감치 상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얼마 전 노 당선자가 내놓은 10대 국정과제 가운데 맨 꼭대기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경제 중심국가 건설을 올려놓은 데서도 쉽게 확인되는 대목이다. 이런 노 당선자의 큰 비전을 갈고 다듬는 곳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위원회다. 윤영관 간사(서울대 교수)를 중심으로 서동만(상지대 교수), 이종석(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서주석(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 4인방이 핵심 설계자들이다. 이들 가운데서도 서동만 위원(46)의 역할이 가장 두드러진다. 노 당선자의 통일외교분야 자문팀장을 맡았고, 햇볕정책을 둘러싼 남-남 갈등 때 보수세력의 공개적 저항을 받기도 했다. 노 당선자가 후보시절 지지도가 떨어져 ‘실 끝에 매달려 있을 때’도 그의 곁을 묵묵히 지키면서 한민족 재도약의 꿈()을 끊임없이 불어넣었다. 노 당선자가 선거 때 내놓은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대북정책 5원칙과 6대과제’가 그의 대표적 작품이다. 이번에 국정과제로 제시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시아 경제와 평화협력체 창설은 6대과제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애초 그의 이런 구상에 대해 민주당 내 정책 전문가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학자들의 한계로 여겨지는 구름잡기식 공약으로 비친 것이다. 하지만 당내에서 서 위원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이 있었다. 자문교수단이 올린 아이디어를 당차원에서 재검토해 공약집을 다듬던 조성두 남북화해협력교류추진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이었다. 그는 지금 같은 분과위 전문위원으로 서 위원과 호흡을 함께하고 있다. 서 위원이 통일외교안보 분과위 소속이면서도 경제 제2분과의 동북아경제 중심국가 건설과제 태스크포스팀 부팀장까지 떠맡게 된 것도 그의 비중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선거 전부터 통일외교정책을 조언해온 윤영관 간사(52)의 역할도 눈에 띈다. 그는 특히 한-미 관계는 대등하고 상호 협력적이어야 한다는 소신을 펴면서 노 당선자의 호감을 산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가 제시한 통일외교안보분야 국정과제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현 정부 햇볕정책의 동맥과 정맥이 그대로 흐르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남북경제교류협력을 통해 군사분야의 신뢰구축을 한 뒤 궁극적으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굳혀 동북아경제 중심국가로 나아간다는 구상이 그렇다.
케네디·클린턴도 위기를 뒤집고 시작했다
외교안보분야 초짜인 노 당선자에게는 북한 핵이 되레 행운을 가져다줄지 모른다는 희망 섞인 목소리도 인수위 안에서 들린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도 초기에 쿠바 미사일 위기에 부딪쳤고, 결과적으로 이를 무난히 극복하면서 국민의 신망을 한몸에 받았다. 더불어 일약 외교안보 전문가로 거듭 태어난 것 아니냐. 이는 클린턴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것은 그가 취임하자마자 불거진 사건이었다. 북한 핵문제는 2003년 특별사찰 시한이 다가오면서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었다.” 다른 한켠에선 현 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북한 핵문제가 풀렸으면 하는 바람을 숨기지 않는다. 노 당선자가 정식으로 취임하기 전까지는 당분간 북한 핵문제를 현 정부와 함께 다루되 온전히 떠맡지는 않겠다는 게 인수위 통일외교안보팀 판단이다. 다만 북한 핵문제는 이른 시간 안에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러 시나리오에 대응한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북한과 미국 모두 만족할 답을 찾겠다는 게 이들의 의욕이다. 노 당선자가 지난해 12월31일 기자간담회에서 핵문제와 관련해 “전체적 문제를 풀어갈 체계적 대응방안을 구상 중이고, 그 안에 선거 때 말한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겠다는 프로그램을 구체화하는 대안도 포함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핵문제는 북한이 먼저 미국이 요구하는 비밀 핵개발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은 확고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진상파악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는 북한의 몫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그런 뒤 미국이 문건으로 북한체제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농축 우라늄 핵개발뿐 아니라 이 참에 북한더러 과거의 핵개발 의혹까지 규명하라고 요구해야 한다는 게 인수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북한이 먼저 구두로라도 핵포기를 선언하면, 미국은 또 협상을 통해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고, 또 실제 사찰이 이뤄지면 미국은 평화협정 체결 등 관계개선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서로 이런 식으로 주고받다 보면 두 나라 사이의 적대관계가 해소되리라 본다. 외교안보팀은 이런 흐름과 동시에 북-일 수교까지 하면 그야말로 한반도 평화체제가 굳건하게 자리잡으리라 예상한다.
당장의 대미관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당장 대미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골칫거리다. 인수위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국정과제를 제시하면서 ‘당당한 상호 협력외교’를 세부적 목표로 내세웠다. 물론 이는 대미관계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이전 정권에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낸 도발성이 엿보인다. 이는 남북한 군축을 겨냥한 군복무 기간 단축과 더불어 DJ정부의 기존 정책과 가장 차별성을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당당한 외교, 자주외교는 노 당선자의 남다른 신념의 산물이다. 그의 생각은 지난 12월31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미국의 견해를 맹목적으로 따라가지 않겠다”는 표현에 농축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과 당당한 외교를 펴면서도, 필요한 협조를 얻어내는 묘안을 찾는 게 통일외교안보팀의 최대 과제다. 특히 대미정책은 가장 뜨거운 이슈인 한국군 국방개혁과 주한미군의 역할조정 등과도 긴밀하게 맞물려 있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는 표정이다. 이들은 밑그림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노 정권의 뿌리까지 흔들 수 있는 보수세력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날마다 뇌관을 안고 사는 것 같다”는 인수위 한 관계자의 토로가 과장된 표현은 아닌 듯하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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