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3년01월08일 제442호 

가난한 당신도 할 말은 있다

저임금·실업 등 사회적 원인이 빈곤층 양산… 빈곤층 조직화로 정치적 발언권 행사 마땅

빈곤은 게으름·낭비·방탕 등 개인의 나쁜 습관에서 비롯하는가. 옛날에는 대개 나태하고 무절제하고 의지가 박약해 스스로 빈곤 탈출을 포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개인한테 책임을 묻기 어려운 저임금·실업 등이 점차 빈곤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빈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강조돼왔다. 이런 사실이 보여주듯 빈곤문제는 정치적이다.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확인되지 않은 것이거나 빈곤층의 입장과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기 십상이다. 의욕을 잃은 사람은 ‘아직 배가 덜 고픈 자’로 취급해 도와줄 가치가 없다고 여긴다. 복지병을 앞세우고, 복지혜택을 늘리면 도덕적 해이가 나타난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성실하고 의욕적인 삶이 가능하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지는 아무도 따져보지 않는다. 빈곤층에게 희망을 포기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파리의 빈민들에게 “빵이 없으면 비스킷을 먹지 그러느냐”고 했다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무지함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빈곤층에게는 중·상위층과 달리 이런 상투적 편견을 고칠 정치적·문화적 권력 또한 결핍돼 있다. 자신들의 문제인데도 그들은 국외자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돼 있다. 빈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의 결정은 언제나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 또는 전문가들의 몫이다. 효율과 절차를 중시하는 전문가들의 권위 앞에 빈곤층은 늘 ‘혜택받는 대상’일 뿐이다. 한국도시연구소 신명호 부소장은 “빈곤층은 빈민이란 이름으로 정치적 발언권을 행사할 기회와 자원이 없다. 자기 이익을 위해 스스로 조직화하거나 복지문제를 정치적으로 여론화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그릇된 사회적 편견을 바로잡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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