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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겐 뭔가 믿는 것이 있다 이미 핵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 높아… 최근 벼랑 끝 전술은 부시를 협상으로 끌어내기 위한 것
북한이 뭘 믿고 저렇게 세게 나올까. 핵무기급 플루토늄 생산능력을 갖춘 원자로 재가동에 들어간 북한의 행동에는 도무지 거침이 없어 보인다. 미국 부시 정권이 살기등등하게 노려보고 있는데도 말이다. 북한의 저돌적 공세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전문가들이 우려한 대로 북한은 핵무기를 손안에 넣을 것임에 틀림없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기 시작하면 이르면 한달, 늦어도 수개월 안에 실전 사용이 가능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 미-북 사이에 극적 타협을 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미국, 군사력 사용은 위험 부담 커
북한은 크게 세 가지 핵카드를 쥐고 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이전의 과거 핵과 그 뒤의 미래 핵, 최근 드러난 농축우라늄 핵이 그것이다. 북-미는 같은 해 플루토늄 추출방식의 미래 핵 개발은 묶어두었으나, 과거 핵은 손도 못 됐다. 클린턴 행정부는 당장 미래 핵만 동결하고, 점차 북한을 순치시켜 과거 핵까지 없애려고 했다. 하지만 부시 정권은 제네바 기본합의서 이행을 거부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더 부추긴 꼴이 됐다.
뜨거운 감자 ‘과거 핵’
1994년 북한 핵위기 당시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과 북한 핵 전담대사를 지낸 앤서니 레이크와 로버트 갈루치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1993년 당시 북한은 몇년 전에 추출한 플루토늄으로 생산한 한두개의 핵무기를 쥐고 있으리라는 게 미 정보기관들의 평가였다. 따라서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의 ‘추가적’ 플루토늄 추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정을 내렸고, 우리는 그렇게 했다. 우리가 협상한 기본합의서는 북한이 보관해온 5개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양의 플루토늄 추출을 막았고, 다른 플루토늄 생산 관련시설도 동결시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라늄농축 방식의 비밀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있는 새롭고 포괄적인 사찰체제를 갖추지 못한 기본합의서의 취약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북한이 제네바 기본합의서 체결 이전에 한두개 핵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단지 추가 핵무기 생산은 그럭저럭 막게 됐다는 사정을 설명하고 있는 점이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의 과거 핵은 잠정적으로 경수로 완공 이전까지는 묵인하기로 했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준 셈이다. 당시 북한은 문제의 5MWe 실험용 원자로에서 90g의 플루토늄만 추출했다고 신고했으나 국제원자력기구는 북한이 1989년, 90년, 91년 세 차례나 몰래 연료봉을 교체한 사실을 근거로 kg 단위의 플루토늄 추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01년 12월, 미 국가정보위원회는 아예 북한이 한두개의 핵무기를 생산했다고 못박기도 했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북한은 핵 열망국이 아니라 이미 핵 보유국이 됐으며, 영변 원자로 재가동 제스처는 부시 정권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기 위한 지렛대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지하시설에서 군사용 핵무기 개발을 마친 상태라면 영변 원자로 등은 실제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쓰임일 가능성이 커보인다. 물론 국제원자력기구 등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확인도 부인도 않는 북한
전문가들은 이미 한두개 핵무기를 몰래 만들어 충분한 전쟁 억지력을 갖춘 북한으로서 공개적인 추가 핵무기 생산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본다. 일시적으로 미국의 군사공격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르나 드러내놓고 핵 보유국이 되는 것은 각종 제재 대상이 될 뿐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자초하기 십상이다. 북한도 이를 잘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과거 핵에 대해 철저히 ‘확인도 부인도 않는’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북한은 10월25일 핵개발 시인 파문이 일자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미국의 가중되는 핵 압살위협에 대처해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는 물론 그보다 더한 것도 가지게 되어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발언이 핵 보유를 과시한 것인지, 아니면 가까운 미래에 가질 수 있다는 엄포인지 지금도 전문가들 사이에는 견해가 갈리고 있다. 북한이 품고 있는 핵이 독약이 될지 보약이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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