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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커버스토리 등록 2002.12.27(금) 제440호

[표지이야기] 개혁을 향한 전신마취 수술!

“민주당 허물고 신당창당”빅뱅 소용돌이 눈 앞에 둔 정계… 이미 경남에선 물갈이 시작

대선을 3일 앞둔 12월16일, 다음날 예정된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기자회견문을 다듬고 있던 윤태영 연설문팀장은 노 후보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정치개혁추진위원회에서 올린 회견문 초안도 “취임 전에 민주당을 대개혁하겠다”는 파격적인 내용인데 노 후보가 한층 강도를 높이자는 주문을 내놓았다. 노 후보가 요구한 문장은 결국 “낡은 권위주의 정치의 행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인사에 부당개입하는 등 국정운영과 쇄신에 장애를 가져온 인사, 부패와 관련 있는 인사, 실정에 책임 있는 인사 등은 법적·정치적으로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말로 정리됐다. 사실상당내 ‘세도가’들에 대한 선전포고인 셈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검찰의 사정수사를 통한 ‘솎아내기’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초강수로 들리는 말이다.

영남 원외지구당 위원장들 물갈이되나

노 후보는 19일 밤, 대통령 당선자로 신분이 바뀐 직후에도 “가장 시급한 것은 정당개혁”이라고 말해 정치개혁에 대한 자신의 강한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정치권이 ‘빅뱅’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물론 진원지는 민주당이다. 민주당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화의 속도와 힘을 동력으로 삼아 한나라당을 포함한 정치권 전반을 뒤흔들어 보자는 원대한 전략이다.

이는 그동안 지역대결 구도에 온존해 있는 정당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전국정당을 건설한다는 명분에 기반을 두고 있다. 더 나아가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변화와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등에 업고, 원내 소수정당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자는 계산도 했음직하다.

노 당선자 진영에서는 대대적인 민주당 수술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노 당선자의 한 참모는 “당명을 바꾸고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를 새로 선출하는 재창당 방식도 검토했으나, 노 당선자는 아예 민주당을 허물고 새로 짓는 신당창당을 선호한다. 신당창당 방식으로는 일부 의원들이 먼저 나가 신당을 만든 뒤 신진 정치세력들이 여기에 합류하고, 민주당은 나중에 해산결의를 하고 합류하는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역설적이게도 새천년민주당을 깨면서 3년 전의 새천년민주당 창당방식을 원용하는 것이다.

신당의 1차적 합류세력으로는 대선과정에서 민주당에 들어오지는 않았으나, 노 당선자의 당선을 위해 뛴 외부인사들 외에 김원웅 의원과 유시민씨가 주도하는 개혁국민정당이 대상이다.

또 결합방식으로는 당비를 내는 당원들이 의사결정권을 갖는 진성당원제와 완전한 상향식 공천제 등이 기본토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우선적으로 영남지역 원외위원장들에 대한 ‘물갈이’가 가능해진다. 민주당의 기존 영남지역 지구당위원장 상당수는 노 당선자와 정체성 면에서 적잖은 차이를 보였고, 국민경선과 이후 과정에서 노 당선자에게 노골적으로 반기를 든 경우가 많았다. 평균 50명 안팎의 당원만으로 운영되는 이들 지구당에, 대선과정에서 새로이 형성된 노 당선자 지지자들이 200~300명씩 가입하면 지구당위원장의 교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런 물갈이는 이미 시작되었다. 경남의 경우 김두관 선대본부장은 각 지구당 선거책임자 16개 지구당 가운데 9곳의 선거책임자를 젊고 개혁적인 인사들로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렇게 아래로부터 당의 토대를 새로 형성할 경우, 신당의 지도부 또한 기존의 호남당 색채에서 벗어나 개혁적이고 전국적인 인물들로 구성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내 신주류와 구주류의 대립전선

신당 창당 뒤 2단계에서는 현역 의원들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2004년 총선을 위한 공천과정에서 아래로부터의 요구에 의해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노 당선자 진영의 기대다.

여기에다 중대선거구제와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 등을 통해 2004년 총선에서 신당의 전국정당화를 완료하고 안정적인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다는 것이 노 당선자의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청사진이다 보니,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개별적인 영입작업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 스스로 12월2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대통령의 힘으로는 정계개편을 할 힘이 없고, 권력기관과 정보기관을 동원해 누구를 뒷조사해 약점을 잡고 데리고 올 힘도, 금전적 밑천도 없다. 정계개편은 할 수도 없고, 시도했다가 국민 앞에 낭패를 볼 것”이라고 인위적 정계개편 시도 가능성을 단호하게 부인했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 초기 한나라당 의원을 대거 영입해, 스스로 붕괴할 수 있는 한나라당에 단결할 수 있는 빌미를 주어 이후 5년 내내 야당과 적대적 관계를 형성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선거과정에서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나라당 내 개혁성향 의원들이 노 당선자를 강도 높게 비판해 이탈 가능성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오히려 노 당선자쪽에서는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개혁속도를 따라오려는 과정에서 과거 민정계와 민주계 및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 균열이 발생해 분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민주당 개혁에 속도를 내려는 것도 이회창 후보의 사퇴로 중심축을 잃고 대선 패배의 후유증에 휩싸인 한나라당이 미처 체제를 정비하기 전에 충격을 가하려는 계산으로 읽힌다.

그러나 노 당선자 진영의 이런 시나리오가 실제 실현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민주당의 상황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노 당선자를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된 신주류와 과거 동교동계 중심의 구주류들 사이에 대립전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2004년 4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한화갑 대표가 스스로 사퇴할지도 불투명하다.

당내저항 제압할 별 수단이 없는데…

최악의 경우 신주류들은 신당창당을 위해 민주당을 빠져나갔는데, 구주류들은 해산을 결의하지 않고 민주당에 잔류하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럴 경우 노 당선자는 임기 시작과 더불어 바로 레임덕에 들어갈 수 있다.

노 당선자로서 더 어려운 점은 이런 당내 저항을 제압할 별다른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당·정 분리의 원칙을 세워놓았기 때문에 노 당선자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없다.

결국 남는 방법은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국민적 압력으로 민주당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다. 실제로 노 당선자는 이를 위해 선대위 정치개혁추진위원회와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개혁 논의를 촉발시킨 뒤, 공개적인 논의과정을 통해 국민적 관심사를 모으는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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