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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커버스토리 | 등록 2002.12.05(목) 제43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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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부시는 광신도 ‘전쟁佛事’ 미국을 날카롭게 풍자한 네티즌들의 반미유머… 눈치 보기 급급한 정부 질책도
‘월드컵 세대’의 반미는 가볍다. 하지만 가벼움 뒤에는 촌철살인의 날카로움이 숨어 있다. 미군 궤도차량 여중생 치사사건 관련 병사에 대해 무죄평결이 내려진 뒤, 네티즌들은 일방적인 재판과정을 지난해 발생한 9·11 테러사건에 견줘 풍자하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은 사건 당일 무전기로 자신의 대원에게 무역센터와 충돌하지 말라고 수차례 소리쳤고, 무전기 고장으로 통신이 되지 않자 큰 소리로 외쳤다고 말했다. 그런데 주위의 소음으로 정확히 전달되지 못해 참사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고 무죄를 확정했다. 알카에다쪽이 선임한 변호사는 ‘무역센터가 비행기의 항로를 막았다’며 무역센터에게도 과실이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지난 11월27일 허바드 주한 미 대사가 전달한 부시 대통령의 사과발언도 예의 알카에다를 동원해 신랄하게 비꼰다. 한 네티즌의 ‘빈 라덴, 사과 발표’라는 글을 보자. “쌍둥이빌딩 사건에 대해 슬픔과 유감을 가지고 있다. 알 카에다와 미국의 긴밀한 협조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 사건 가담자들은 알카에다 법정에서, 알카에다 대원들이 검찰·변호인·판사·배심원을 맡아 진행한 공정한 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는 불가능했다.” 네티즌들의 풍자대상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과 이라크 무기사찰 문제로까지 넓어졌다. 이슬람국인 이라크에 무조건적으로 ‘사찰’을 받아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종교탄압’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리고 “만약 이라크가 ‘사찰’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국은 걸프전 때와 마찬가지로 불사(佛事) 가운데 대불사인 ‘전쟁불사’를 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불자임에 틀림없다”고 너스레를 떤다. 이번 사건에 대한 우리 정부의 허망한 대응도 빠질 수 없다. 한 네티즌은 “대통령은 미국 눈치 보고, 정치인은 대통령 눈치 보고, 경찰은 정치인 눈치 보고, 시위진압 부대는 상관 눈치 본다”며 ‘다단계 눈치 보기’를 성토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열심히 나라 망친 당신, 떠나라”고 정치권을 싸잡아 질타했다. 반미 시위가 거세지며 주한 미군병사들에 대한 야간 통행금지 조치가 내려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이에 대한 야유도 퍼부었다. 한 네티즌은 ‘긴급소식’이라며 “지금 이 시각 이후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은 외출시 반드시 탱크를 몰고 다니라는 미국 정부의 자국민 신변보호 조치가 내려졌다”는 ‘헛소문’을 내기도 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주한미군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장갑차 삼천리 미국강산/미국사람 대한에서 길이 보전하세. 용산 위에 주한미군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하니 우린 노예일세/ 장갑차 삼천리 미국강산/ 미국사람 대한에서 길이 보전하세….” 꽃다운 여중생들의 죽음 앞에 망연자실한 네티즌들의 씁쓸한 탄식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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