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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얼굴이 궁금하다 “나눠먹기·논공행상은 없다”선언한 노무현 당선자… 누구를 새 내각에 중용할 것인가
우리 사회에서 ‘개혁세력’이란 말은 ‘비주류’란 말과 동의어로 쓰였다. 비판의 목소리만 높일 뿐, 책임지고 일을 해낼 자세가 돼 있지 않다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붙어다녔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서 이런 단어의 쓰임새는 이제 과거형으로 변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야말로 비주류 개혁세력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인사정책 정면돌파 시도할 듯
물론 5년 전 정권교체 때도 주류세력의 구성에 변화가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자민련과 공조에 발목이 잡혀 처음부터 한계가 분명했던데다, 스스로 기존 주류세력과 끊임없이 화해를 시도했다. 이에 반해 노 당선자는 인사정책에서 정면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집요하게 ‘나눠먹기’를 요구하는데도 “실패한 대통령이 되느니, 차라리 대통령을 안 하겠다”며 단호하게 뿌리쳤다. 당내에서 끊임없이 ‘반창연대’ 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도 “무원칙한 연대”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노 당선자는 “대선에서 공을 세웠다고 해 국정의 책임 있는 자리를 나눠주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논공행상’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는 널리 인재를 구하겠다는 뜻과 함께, 민주당 의원들을 전면에 내세워서는 소수정권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절박감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선거대책위원회 참여 인사들은 새 정부에 입각하기보다는 당분간 민주당 개혁작업에 힘을 모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부산 인맥'을 주목하라
게다가 이들의 새 정부 참여 가능성이 완전히 봉쇄된 것만도 아니다. 노 당선자 측근들 사이에서는 임채정 통일부 장관, 천정배 법무부 장관 기용설들이 흘러나온다. 신계륜 비서실장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노 당선자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 정부에서 중용될 가능성이 높은 쪽을 고르라면 오히려 노 후보의 ‘부산 인맥’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노 당선자가 부산에서 30%에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을 올리는 등 영남에서의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만큼 영남을 배려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으나, 노 당선자 기대에 걸맞은 개혁 인사를 단기간 내 발굴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들을 중용한 뒤, 부산·경남 주류세력과의 접합점을 넓혀가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1순위로 꼽히는 사람이 문재인 변호사다. 문 변호사는 노 당선자와 부산에서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면서 알게 된 이후 동지적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노동 인권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와 노동부 장관에 기용될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김재규 전 부산민주공원 관장, 조성래 변호사, 이태일 전 동아대 총장 등도 새 정부에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노 당선자가 재야운동에 뛰어든 계기가 된 ‘부림사건’의 주인공 이호철씨는 선거 때면 노 당선자를 찾아와 돕다가 선거가 끝나면 생업으로 복귀했는데, 이번에는 주위의 강권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그 거취가 주목된다. 노 당선자가 변론을 했고, 88년 처음으로 총선에 출마한 노 당선자에게 웅변을 가르친 부산대 총학생회 출신 정윤재 사상지구당 위원장이나, 부산에서 노 당선자 분신역할을 해온 정동수 민주당 부산시지부 정책실장 등도 차출대상으로 꼽힌다. 그러나 부산 인맥의 경우, 노 당선자와 동지적 관계고 지역적 연대가 강한 만큼 노 당선자의 일방적 지시로 역할이 주어지기보다는 부산 단위에서 논의를 거친 뒤 노 당선자쪽과 조율하게 될 것이라는 게 노 당선자 측근들의 얘기다.
금강빌딩 인맥은 청와대 합류 예상
노 당선자 경선캠프가 있는 서울 여의도 금강빌딩의 인맥들은 대부분 청와대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당선자는 청와대 기능을 강화해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 인맥의 좌장격인 염동연 정무특보와 이강철 조직특보는 청와대 수석급 자리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당선자와 동갑내기인 염 특보는 김홍일 의원이 이끌던 연청 사무총장 출신으로 93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때부터 노 당선자를 도우며, 호남인맥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 이 특보는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운동권 출신으로 부인이 운영하는 횟집을 줄여 선거자금을 댈 정도로 열성적으로 노 당선자를 지원해 노 당선자가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노 당선자와 초선의원 때부터 고락을 함께해 와 ‘좌 희정, 우 광재’로 불리는 안희정·이광재씨는 청와대 내에서도 상황실이나 부속실 등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노 당선자를 보좌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관수 정무보좌역, 윤석규 정치개혁추진위원회 사무처장, 윤태영 연설문팀장, 서갑원 의전팀장, 배기찬 전문위원, 황이수 부국장, 이정민 미디어선거 특별본부팀장 등 경선 때부터 노 당선자를 도운 젊은 보좌진들은 각자의 기능에 따라 청와대에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를 외곽에서 도운 전문가들로는 진보성향의 소장학자들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주마다 두세 차례 노 당선자와 함께 정책토론을 하며 정책방향을 조율해와 새 정부에서의 영향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공직이나 기업 등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경우는 많지 않아 현장을 중요시하고 실사구시형인 노 당선자가 어느 정도 중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론적 지주들의 행보
경제분야에서는 김대환 인하대 교수,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대학원 교수, 이정우 경북대 교수, 장하원 KDI 연구위원, 신봉호 서울시립대 교수가 노 당선자의 경제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교수는 경선 때부터 노 당선자의 경제정책을 조언해오며 ‘7% 성장론’을 내놓았다. 통일·외교·안보분야에서는 서동만 상지대 교수,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의 발언권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화해·협력의 햇볕정책을 평화와 번영의 ‘노무현 독트린’으로 발전시킨다는 새로운 햇볕정책을 완성했다. 교육분야에서는 이종태 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과 엄기형 박사, 문성현 경희대 교수, 김용일 해양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정세균 의원은 이들 정책자문단을 맡아 외부의 전문가·자문단과 조율하며 정책을 다듬어 노 당선자로부터 “눈여겨봐야 할 의원”이라는 평을 들었다. <한국일보> 경제부장 출신인 이병완 정책위 부의장은 정책토론을 매끄럽게 이끌어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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