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2년12월27일 제440호 

새로운 얼굴이 궁금하다

“나눠먹기·논공행상은 없다”선언한 노무현 당선자… 누구를 새 내각에 중용할 것인가

우리 사회에서 ‘개혁세력’이란 말은 ‘비주류’란 말과 동의어로 쓰였다. 비판의 목소리만 높일 뿐, 책임지고 일을 해낼 자세가 돼 있지 않다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붙어다녔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서 이런 단어의 쓰임새는 이제 과거형으로 변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야말로 비주류 개혁세력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인사정책 정면돌파 시도할 듯


사진/ '통추파'. 김원기 고문, 이호웅 조직본부장, 이미경 대변인, 원혜영 부천시장, 유인태 전 의원(왼쪽부터)

노 당선자를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들도 개혁세력이다. 학생·재야 운동 출신이거나, 민주당 내에서 동교동계 등 당권파들에게 반기를 든 ‘반골’들이다. 이제 그들이 주류로 변했다. 수십년 동안 고여 있는 우리 사회 주류세력이 한바탕 크게 뒤집어질지 모를 상황을 맞았다.

물론 5년 전 정권교체 때도 주류세력의 구성에 변화가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자민련과 공조에 발목이 잡혀 처음부터 한계가 분명했던데다, 스스로 기존 주류세력과 끊임없이 화해를 시도했다.

이에 반해 노 당선자는 인사정책에서 정면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집요하게 ‘나눠먹기’를 요구하는데도 “실패한 대통령이 되느니, 차라리 대통령을 안 하겠다”며 단호하게 뿌리쳤다. 당내에서 끊임없이 ‘반창연대’ 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도 “무원칙한 연대”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노 당선자는 “대선에서 공을 세웠다고 해 국정의 책임 있는 자리를 나눠주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논공행상’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는 널리 인재를 구하겠다는 뜻과 함께, 민주당 의원들을 전면에 내세워서는 소수정권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절박감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선거대책위원회 참여 인사들은 새 정부에 입각하기보다는 당분간 민주당 개혁작업에 힘을 모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 '재야파'. 이해찬 기획본부장, 임채정 정책본부장, 이상수 총무본부장, 이재정 유세본부장, 신계륜 후보비서실장(왼쪽부터).

선대위 참여 의원들은 크게 통추파와 재야파, 쇄신파로 나뉘는데, 이들은 ‘연합군’이면서도 사안에 따라서는 팽팽하게 대립한다. 1990년 3당합당과 95년 국민회의 창당을 거부한 인사들이 만든 통추(국민통합추진위원회) 출신 인사로는 김원기 고문을 정점으로 이호웅 조직본부장, 이미경 대변인, 원혜영 부천시장, 유인태 전 의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노 당선자와 어려운 시절을 함께해 인간적 관계가 끈끈하다. 재야 출신으로는 이해찬 기획본부장, 임채정 정책본부장, 이상수 총무본부장, 이재정 유세본부장, 신계륜 후보비서실장 등이 꼽히며, 쇄신파로는 정동영 공동선대위원장, 신기남·추미애 최고위원, 천정배·임종석 의원 등을 들 수 있다. 애초 국민경선 과정에서 노 당선자에 대한 지지는 쇄신파가 앞섰으나, 선거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는 노 후보가 주로 재야파의 선거전략을 받아들여 쇄신파 위상이 약화된 분위기다. 특히 탈DJ전략과 후보단일화 수용 문제로 두 그룹은 의견이 극도로 엇갈렸다.

'부산 인맥'을 주목하라


사진/ '쇄신파'. 정동영 공동선대위원장, 신기남·추미애 최고위원, 천정배·임종석 의원(왼쪽부터).

당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경우, 통추파는 김원기 고문을, 재야파는 정대철 선대위원장을, 쇄신파는 조순형 선대위원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엿보인다. 또 민주당 개혁의 폭과 속도에 따라서는 정동영 선대위원장과 신기남 최고위원 등 50대 초반 그룹이 파격적으로 당대표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 친노그룹이 민주당 내에서 안정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개혁 추진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타협점을 찾아내 연대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게다가 이들의 새 정부 참여 가능성이 완전히 봉쇄된 것만도 아니다. 노 당선자 측근들 사이에서는 임채정 통일부 장관, 천정배 법무부 장관 기용설들이 흘러나온다. 신계륜 비서실장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노 당선자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 정부에서 중용될 가능성이 높은 쪽을 고르라면 오히려 노 후보의 ‘부산 인맥’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노 당선자가 부산에서 30%에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을 올리는 등 영남에서의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만큼 영남을 배려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으나, 노 당선자 기대에 걸맞은 개혁 인사를 단기간 내 발굴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들을 중용한 뒤, 부산·경남 주류세력과의 접합점을 넓혀가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1순위로 꼽히는 사람이 문재인 변호사다. 문 변호사는 노 당선자와 부산에서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면서 알게 된 이후 동지적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노동 인권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와 노동부 장관에 기용될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김재규 전 부산민주공원 관장, 조성래 변호사, 이태일 전 동아대 총장 등도 새 정부에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노 당선자가 재야운동에 뛰어든 계기가 된 ‘부림사건’의 주인공 이호철씨는 선거 때면 노 당선자를 찾아와 돕다가 선거가 끝나면 생업으로 복귀했는데, 이번에는 주위의 강권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그 거취가 주목된다.

노 당선자가 변론을 했고, 88년 처음으로 총선에 출마한 노 당선자에게 웅변을 가르친 부산대 총학생회 출신 정윤재 사상지구당 위원장이나, 부산에서 노 당선자 분신역할을 해온 정동수 민주당 부산시지부 정책실장 등도 차출대상으로 꼽힌다.

그러나 부산 인맥의 경우, 노 당선자와 동지적 관계고 지역적 연대가 강한 만큼 노 당선자의 일방적 지시로 역할이 주어지기보다는 부산 단위에서 논의를 거친 뒤 노 당선자쪽과 조율하게 될 것이라는 게 노 당선자 측근들의 얘기다.

금강빌딩 인맥은 청와대 합류 예상


사진/ 통추파 김원기 고문과 당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정대철(왼쪽) 선대위원장과 조순형 선대위원장.


경남 출신으로는 김두관 전 남해군수가, 대구 출신으로는 권기홍 영남대 교수가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군수는 노 당선자가 창원유세에서 “김 전 군수를 반드시 중용하겠다”고 공언해 행자부 장관 기용설이 나오고 있으며, 권 교수는 이번 대선 기간에 대구 선대본부장을 맡아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인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노 당선자 경선캠프가 있는 서울 여의도 금강빌딩의 인맥들은 대부분 청와대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당선자는 청와대 기능을 강화해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 인맥의 좌장격인 염동연 정무특보와 이강철 조직특보는 청와대 수석급 자리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당선자와 동갑내기인 염 특보는 김홍일 의원이 이끌던 연청 사무총장 출신으로 93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때부터 노 당선자를 도우며, 호남인맥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 이 특보는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운동권 출신으로 부인이 운영하는 횟집을 줄여 선거자금을 댈 정도로 열성적으로 노 당선자를 지원해 노 당선자가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노 당선자와 초선의원 때부터 고락을 함께해 와 ‘좌 희정, 우 광재’로 불리는 안희정·이광재씨는 청와대 내에서도 상황실이나 부속실 등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노 당선자를 보좌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관수 정무보좌역, 윤석규 정치개혁추진위원회 사무처장, 윤태영 연설문팀장, 서갑원 의전팀장, 배기찬 전문위원, 황이수 부국장, 이정민 미디어선거 특별본부팀장 등 경선 때부터 노 당선자를 도운 젊은 보좌진들은 각자의 기능에 따라 청와대에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를 외곽에서 도운 전문가들로는 진보성향의 소장학자들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주마다 두세 차례 노 당선자와 함께 정책토론을 하며 정책방향을 조율해와 새 정부에서의 영향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공직이나 기업 등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경우는 많지 않아 현장을 중요시하고 실사구시형인 노 당선자가 어느 정도 중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론적 지주들의 행보


사진/ 새 정부에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되는 문재인 변호사, 김두관 전 남해군수, 염동연 정무특보, 이강철 조직특보, 김대환 인하대 교수, 서동만 상지대 교수(왼쪽부터)

그래도 정치·행정분야에서는 김병준 국민대 교수, 성경륭 한림대 교수, 윤성식 고려대 교수가 적극적으로 활동해왔으며, 이들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이론적 검토를 주도했고, 지방분권화와 정부조직 개혁전략 등을 연구해왔다.

경제분야에서는 김대환 인하대 교수,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대학원 교수, 이정우 경북대 교수, 장하원 KDI 연구위원, 신봉호 서울시립대 교수가 노 당선자의 경제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교수는 경선 때부터 노 당선자의 경제정책을 조언해오며 ‘7% 성장론’을 내놓았다.

통일·외교·안보분야에서는 서동만 상지대 교수,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의 발언권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화해·협력의 햇볕정책을 평화와 번영의 ‘노무현 독트린’으로 발전시킨다는 새로운 햇볕정책을 완성했다.

교육분야에서는 이종태 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과 엄기형 박사, 문성현 경희대 교수, 김용일 해양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정세균 의원은 이들 정책자문단을 맡아 외부의 전문가·자문단과 조율하며 정책을 다듬어 노 당선자로부터 “눈여겨봐야 할 의원”이라는 평을 들었다. <한국일보> 경제부장 출신인 이병완 정책위 부의장은 정책토론을 매끄럽게 이끌어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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