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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도심에 나이테 새겨라! 사업성 내세운 재개발에 역사경관 훼손… 사회적 합의에 바탕한 저층개발 가능한가
정부종합청사나 롯데호텔말고는 별다른 고층건물이 없었을 무렵인 1980년대 초반 을지로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우리나라에서 도심의 스카이라인 규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김원씨는 “이때 만약 일본의 나라나 교토처럼 고도(古都)보존법 같은 법이 도입됐더라면 오늘날 적어도 서울 사대문 안 스카이라인이 지금처럼 북악산·인왕산을 가리도록 방치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도심 저층 개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악산·인왕산 가려놓은 스카이라인
하지만 이렇게 도심에 들어서는 주거군이 적절한 도시관리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우원 서울시도시계획상임기획단장은 “고층·고밀의 도심부에 주거용 오피스텔 또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난립하는 것에 대해 제한하자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서울시는 2년 전 도시계획조례를 마련해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주거비율이 높아질수록 용적률을 낮춰 개발수익을 줄이는 ‘용도용적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주상복합이 용적률이 낮아져 개발이익이 떨어지자 건설업계가 다음으로 눈길을 돌린 것은 오피스텔이었다. 건설회사들은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나 주거용과 다를바 없다는 점을 내세우며 ‘쾌적하고 세련된 주거공간’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오피스텔의 경우엔 양천구를 제외하곤 모든 구에서 용도용적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데다 학교시설 부담금도 내지 않기 때문에 건설회사쪽에선 훨씬 구미가 당기는 사업이었다. 강남 도곡동이나 양천구 목동과 달리 대규모 아파트·주택군이 배후에 없는 종로 한복판이 주거지로서 편리한가 하는 점도 아직 입증이 안 된 대목이다. 대부분 오피스텔은 베란다와 출입구가 통하지 않아 강제배출 방식으로 환기한다. 오피스텔은 기본적으로 업무시설이기 때문에 주거용과 달라 밤에 들리는 소음문제에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계층이 동질화된 아파트촌과 달리 재개발이 안 된 주택에 사는 주민과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오피스텔 주민과의 위화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구역을 지정한 뒤 일사불란하게 철거를 마치고 도로를 반듯반듯 잘라놓은 뒤 대규모 민간자본에 사업을 맡기는 지금과 같은 재개발 방식만으론 도시의 역사경관을 보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옛것을 살리며 소규모로 개발해야
서울시는 1978년 처음으로 재개발의 기본 정책과 방향을 담은 도심 재개발 기본계획을 세운 뒤 지속적으로 보완 작업을 거쳐왔다. 지난해 나온 기본계획은 기존 철거 재개발 방식 외에 옛 건물을 그대로 살리는 보전 재개발과 기존 도로와 필지 경계를 따라 소규모로 개발하는 수복 재개발 구역을 정해놓았다. 강 단장은 “이런 방식들이 현재는 개념만 있는 형편이다. 현실적으로 응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존의 길과 하천의 모양을 고려하되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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