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2년12월12일 제438호 

40대는 날마다 변한다

20~30대 변화에 따라 투표성향 변화 가능성… ‘지역’보다 더 부각되는 세대간 대결구도

아버지와 아들이 대선에서 같은 후보를 찍을 확률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20~30대 젊은이는 얼추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고 한 사람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데 반해, 아버지뻘인 50~60대는 그 비율이 거꾸로다. 수학적으로 따져보면 확률은 9분의 4에 불과하다. 그나마 전국적 평균이라, 특정 후보에게 지지도가 쏠리는 영호남 지역을 빼면 수도권 등지에서는 확률이 훨씬 줄어든다. 이런 수치는 공식선거전 중반이 지나도록 별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통된 얘기다. 세대 간 대결구도가 분명히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양강 대결구도가 세대 대결을 불렀다


사진/ 서울 명동의 한 후보 유세장에 모인 중·장년 유권자들. 이들은 사회 각 분야의 중심축으로 일하는 탓에 안정성향을 보이면서도 70~80년대 민주화 격동기를 거친 세대라는 점에서 개혁을 지향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용호 기자)


물론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예전에도 50~60대는 전통적으로 ‘구여권’을 지지해왔고, 20~30대는 그 대척점에 서는 기류를 보여왔다. 그래도 이번에 경향성이 더욱 확실하게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대략 3가지로 꼽는다.

첫째, 이회창·노무현 두 후보의 대립되는 특성이 세대 간 대결을 촉발한 측면이다. 현대리서치의 윤지환 이사는 “두 후보가 나이·학력·경력·스타일·지향점 등에서 뭐 하나 닮은 데가 없다. 세대별로 선호도가 확연히 구별된다. 과거 김영삼·김대중 후보 대결이나 김대중·이회창 후보 대결에서는 그 요소들이 서로 섞여 있어 세대별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둘째, 31년 만의 양강 대결구도라는 점이다. 3자 이상의 대결구도에서는 세대 간 선호도 차이가 분산되는 데 비해 양강 구도에서는 그 특징이 선명하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5년 전에도 20~30대의 지지도는 주로 이인제 후보에게 몰려 세대 간 대결구도가 도드라져 보이지는 않았다.

셋째, 지역 대결구도가 약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세대 변수에 조명이 집중되는 것도 한 원인이다.

세대 간 대결구도가 지닌 의미를 놓고, 정대화 상지대 교수(정치학)는 우리 정치가 발전해나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풀이한다.

그는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민주 대 반민주의 대립구도는 사라졌지만, 그것을 대신할 진보와 보수의 대립구도가 미처 생성되기 이전의 단계기 때문에, 이 과도기에 개혁과 수구의 대립구도가 나타난다. 세대 간 대립구도는 연령별 정치의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직접적으로 개혁-수구의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정 교수는 20~30대의 정치의식에 주목한다. 그는 “30대는 민주화운동 과정을 겪은 연령대가 많으나, 20대는 민주화 세례를 전혀 받지 못해 탈정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보수 논리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정통성이 취약해 20대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결국 20대나 30대 모두 개혁성을 띠게 되는데, 30대가 집단적 개혁성이라면 20대는 개인화된 개혁성이고, 30대가 프로그램을 지닌 개혁성이라면 20대는 즉자적 개혁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구도로만 짜인다면 이번 선거는 이회창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20~30대 연령층은 전체 유권자의 50%에 육박하는데 50대 이상 연령층은 30%가 채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두 후보의 지지율이 팽팽한 것은 20~30대의 투표율이 50대 이상보다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1997년 대선의 경우 50대 이상 투표율은 85.9%인 반면,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은 각각 68.1%와 82.6%였다.

젊은층의 투표율 높아질까


사진/ 한 대학에서 부재자투표 설치 신청서를 접수받는 학생들. 20대의 투표율은 선거판세에 파괴적인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이정용 기자)


이번 대선에서 젊은층의 투표율을 미리 점치기는 힘들다. 단지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20대 내부에서 이는 변화들을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있다.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운동이나, 선거철과 겹쳐 불고 있는 반미열기 등이다. 한 조사 전문가는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가 게임과 승부 문화에 익숙해 있는 20대의 정서와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며 20대를 투표장으로 끌어들일 유인요소로 후보단일화를 꼽기도 했다.

또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최근 투표의향을 묻는 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층이 80% 안팎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투표율은 반드시 투표층에서도 한 5%포인트 안팎이 빠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번 대선 투표율은 75% 안팎이 될 가능성이 높다. 투표율이 75%를 넘으면 젊은층의 투표 가담률이 높은 것이므로 노 후보에게 유리하고, 반대면 이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최근 노 후보가 폭로전 중단을 지시한 것도 20~30대의 투표율을 의식한 조처로 보인다. 선거전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젊은층의 정치혐오증을 불러일으켜 투표장을 외면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20~30대의 투표율이 주목받는 것은 그 자체의 파괴력뿐만 아니라, 40대에게도 적잖은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40대는 올 한해 각종 정치적 바람을 일으키고 가라앉힌 주역이다.

3월 ‘노무현 바람’이 불 때 진원지는 30대였으나, 20대에 이어 40대가 가담함으로써 비로소 노풍이 완성됐다. 그러나 4월 말 40대에서 이 후보가 노 후보를 역전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노풍은 빠르게 잦아들었다. ‘정몽준 바람’이 일 때는 20대가 진원지였으나, 40대가 30대보다 더 빨리 가세하기도 했다.

40대의 표심이 이렇듯 요동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들 심리 내부에 진보와 보수, 이상과 현실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사회 각 분야의 중심축으로 일하는 탓에 안정성향을 보이면서도 70~80년대 민주화 격동기를 거친 세대라는 점에서 개혁을 지향하기도 하는 것이다.

현실정치 흐름에 가장 민감한 40대

미디어리서치의 김정훈 이사는 “다른 세대에 비해 40대가 현실정치 흐름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터에서 중심역할을 하다 보니 ‘뉴스’에 민감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지지도는 매일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40대가 여론을 주도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폴 앤 폴의 조용휴 대표는 “전반적으로 선거 분위기는 30대가 주도하고 20대가 2~3일 간격으로 따라가며 40대가 심사숙고 끝에 그 뒤를 따르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정대화 교수는 “40대는 붉은악마인 자녀들의 손에 이끌려 광화문으로 나온 세대다. 20~30대가 견인해내면 40대에서도 과거의 열기가 되살아나나, 선거가 조용히 치러지면 사회적 지위를 반영해 보수적 투표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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