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2년12월12일 제438호 

아부지, 표 굴러가유~

지지도 널뛰기하는 대전·충청지역… 여론조사 전화와도 속마음 감추거나 답변 피해

“도대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지지도가 이렇게 널뛰기하는 것은 처음 본다.”

올 대선의 주요 승부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충청권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정세분석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내뱉는 말이다. 한나라당 관계자의 얼굴이 어두운 반면, 민주당 당직자의 표정은 환하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래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단 이틀 만에 19.4%가 뒤엎어지다


사진/ 자민련에 입당하는 이인제 의원. 한나라당은 자민련의 지원이 되도록 충청권에 한정되도록 선거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호 기자)


열세를 면하지 못하던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겨레>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후보단일화가 결정되기 전날인 11월23일 조사에서는 이회창 대 노무현 두 후보의 양자대결이 49.0% 대 37.0%로 노 후보가 이 후보에게 12%포인트나 뒤졌다. 그러나 단일화 직후인 11월25일 여론조사에서는 38.4% 대 45.8%로 역전됐다. 단 이틀 만에 19.4%포인트가 뒤엎어진 것이다.

대전·충청 지역은 반DJ, 반민주당 정서가 강하던 곳이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이인제 의원이 민주당에서 ‘팽’당했다는 정서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 후보도 한때 이 지역 지지율이 다자 대결구도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질 위험지경까지 내려가며 ‘회생불능’으로 비치기도 했다.

극적 반전에 따른 지지율 격차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중반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좁혀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노 후보가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두 당의 일치된 평가다.

그 이유로는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첫손에 꼽힌다. 충청권에 대한 김종필 총재의 장악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이인제 의원에게 걸었던 기대가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충청도 사람들은 정몽준 의원에게서 그 대안을 찾았는데, 후보단일화로 노 후보가 그 기대를 고스란히 인수인계받았다는 것이다.

단지 정몽준 의원이 노 후보와의 정책조율을 내세우며 지원유세에 나서는 것을 미적거리면서, 노 후보 지지도 상승의 기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쪽 분석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에서는 정 의원이 노 후보와 함께 충청지역을 누비면, 확고한 우세를 굳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에 대한 기대심리가 밑바닥 정서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현지에서 전해오는 분위기다. 대전의 한 언론인은 “노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직후만 해도 ‘실현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7%가량만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당시만 해도 노 후보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 보여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곳저곳의 시민단체들이 행정수도 유치 서명운동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노무현 후보 개인에 대한 선호보다는 행정수도 이전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 노 후보가 당선되면 즉시 땅값이 2배로 뛴다는 등의 기대감도 일부 퍼져 있다.”고 말했다. 노 후보 지지와 자신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도 5통화에 1통화 성공


사진/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기대를 모으자 이회창 후보는 안면도 휴양단지 개발공약으로 맞불을 놓았다. 대전 중심가인 으능정이길. (박승화 기자)


이회창 후보가 지난 12월5일 충남 안면도에 대규모 휴양단지를 개발하겠다고 공약한 것도 노 후보 공약의 파괴력을 의식한 맞불작전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과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현재 나타나는 지지도 추세가 표피적인 것일 뿐, 실제 바닥정서와는 거리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우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충청도 사람들 고유의 특성을 이유로 든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전화 여론조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3통화를 걸면 1통화 정도는 성공하는데, 충청도에서는 5통화를 해야 1통화 정도 성공하는 비율이다. 그나마 전화를 받더라도 무응답률이 전국 평균치보다 5~7%포인트가량 높다. 이런 지역 특성에다 충청 출신 후보가 없으니, 중간자 입장에서 망설임이 훨씬 깊어지게 마련이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침묵의 나선형 이론’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덧붙는다. 이 이론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해 자신이 다수 의견에 속한다는 확신이 생기면 자신의 의견을 공공연히 밝히나, 자신의 의견이 소수에 속할 때는 침묵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언론매체를 통해 노 후보의 상승세를 확인한 노 후보 지지자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나, 이 후보 지지자들은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속마음을 감추거나 아예 답변을 피한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관계자들도 이런 분석에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노 후보가 여론조사 지표상으로는 분명 앞서고 있지만, 실제로는 조금 뒤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추세가 확고하게 나타나지 않는 한 실제 선거에서는 뒤집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몽준과 이인제의 파괴력

여기에 이번 대선에서 ‘화려한 조연’을 맡을 정몽준 의원과,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 이인제 총재권한대행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파괴력이 클지도 관심사항이다.

이 대행의 한 측근은 “충청 출신이 전국적으로 17%가량 된다. 이 가운데 10%만 움직여도 전국적으로는 1.7%이고, 노 후보 지지도를 빼앗아오는 것으로 생각하면 3.4%다. 이 정도면 이번 대선에서 이 대행이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는 수치다. 또 정몽준 의원 지지표의 대부분은 원래 이 대행에 대한 지지표였다. 이제 다시 찾아오면 된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민주당쪽에서는 “2차례 경선불복 경력을 가진 이 대행이 이 후보를 지원하고 ‘아름다운 패자’인 정 의원이 노 후보를 지원하면 극명한 대조를 이뤄 충청권에서 이 대행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부동표를 끌어들이는 데 특효를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도 이런 점을 의식해 자민련의 지원은 되도록 충청권에 한정하는 것으로 선거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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