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2년12월05일 제437호 

조중동국적 ‘오락가락’

여중생의 죽음에 무심·한-미 동맹 지킴이 자처… 조선일보의 미국 편들기에 네티즌 비난 봇물

“한 사람의 무게는 세상 전체의 무게와 같습니다.”

서울 광화문 지하도 벽 조선일보 광고판의 글이다.

조선일보는 두 여중생 사망사건을 다루면서 여중생들의 생명보다는 한-미 동맹(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과 시민단체는 ‘조선일보는 미 백악관의 대변지인가’라고 비판할 정도로 조선일보의 미국 편들기가 두드러졌다.

6월13일 발생한 여중생 사망사건은 월드컵 열풍에 묻혀 크게 취급되지 못했지만 다음날 중앙일보·동아일보 등 대부분 신문들에 실렸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기사를 다루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궤도차에 숨진 여중생 미군부대서 추모행사’(6월20일치 사회면) 1단기사로 여중생 사망사건 관련 첫 보도를 했다.

그들 눈에 미국의 독선은 보이지 않아


사진/ 조선일보는 여중생 사망사건 발생 1주일 만에 '미군부대서 추모행사'란 사회면 1단기사로 첫 보도를 했다. 이에 비해 부시 대통령 간접사과는 다음날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그 뒤 조선일보는 사고를 낸 미군에 대한 재판권을 넘기라는 요구 등이 들끓었지만 침묵했다. 조선일보는 11월22일치 사설 ‘미군만의 배심원 뻔한 평결’을 통해 미국을 ‘딱 한번’ 비판했지만 부시 대통령의 간접 사과 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조선일보 11월28일치 사설 ‘부시 사과와 앞으로 한·미 동맹’은 “부시 대통령의 사과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한 뒤 “자극적 언사와 충동이 한·미 관계 전반을 흔들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11월29일치 사설 ‘반미를 넘어서 해법을 찾자’는 “이제는 한-미 정부와 지도층, 국민들 모두가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때가 됐다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는 팔짱만 끼고 앉아 있을 작정인가”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사태의 근원인 미국의 독선은 애써 무시하고 한-미 공동의 노력을 강조하는 물타기성 주장을 편 뒤 김대중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동아일보는 사건 초기 침묵으로 일관한 조선일보와 달리 ‘미군 재판권 현명한 판단을’(7월12일치 사설), ‘미군 재판권 이양 거부 유감’(8월8일치 사설) 등 여중생 사건에 비교적 꾸준한 관심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미군에 대한 무죄평결 뒤 11월22일치 사설 ‘이래서 SOFA 개정하자는 것’을 싣기도 했지만, 반미 움직임이 거세지자 태도를 바꿨다.

이 신문 11월28일치 사설 ‘부시 대통령도 사과했으니’는 “…확산되고 있는 반미사태를 수습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부시 대통령의 결단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더욱 긴밀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팔색조 논조로 널뛰기 보도

중앙일보는 팔색조같이 다양한 논조를 펼쳤다.

중앙일보는 무죄평결 뒤인 11월21일치 사설에서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혈맹의 관계가 계속 유지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양국의 이익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미국은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11월28일치 홍콩특파원 명의 칼럼에서는 “남북 대치 상황과 주한미군의 역할이라는 특수한 상황논리로 어물쩍 넘어가선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는 ‘과격한’ 주장이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11월28일치 사설 ‘부시 대통령 사과 잘 했다’에서 “비록 주한대사를 통한 간접적인 형식의 사과지만… 진솔함과 진지함을 읽을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이 사과한 이상 감정을 누르고 현실적인 수습방안 강구에 나서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며 ‘우익 보강’에 나섰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부시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다룬 조선·중앙·동아에 대해 “조선·중앙·동아는 미선이, 효순이를 두번 죽이지 말라”는 논평을 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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