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2년11월28일 제436호 

이·노 혈투 ‘관전 포인트’

양자대결의 승패 판가름할 5대 변수…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


사진/ 이제는 진검승부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예측할 수 없는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용호 기자)


이회창 대 노무현. 건곤일척의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지느냐 이기느냐. 선거구도는 후보등록 이틀 전, 투표 25일 전에야 확연히 드러났다. 2강이 맞붙는 양강대결의 단순구도다. 양강구도는 71년 대선(박정희 대 김대중 대결) 이후 31년 만이다. 선거다운 선거를 치른 13·14·15대 대선은 여론지지도 10%가 넘는 후보가 3명 이상 나오는 다자구도였다.

양강구도는 단순하고 화끈하다. 제3후보의 성적에 기댈 것이 없다. 승패는 오로지 자신만이 책임진다. 한쪽의 실수는 상대편의 득점으로 직결된다. 스포츠로 따지면 권투시합과 같다. 잔계산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치열하고 마음 졸이는 박빙 승부가 될 수밖에 없다. 대선드라마는 그만큼 흥미진진해졌다.

누가 이길까. 승패를 판가름하는 변수는 많다. 한국의 역대 선거가 그랬듯 이번에도 지역대결구도가 재연될 것인가. 아니면 세력적 기반과 정책적 색깔이 뚜렷이 구별되는 두 후보의 정책대결이 펼쳐질 것인가. 단일화는 과연 ‘1+1=3’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가. 세대교체의 바람은 불 것인가. 하나하나가 모두 대선승부의 물줄기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1. 40대의 선택

단일화 바람은 이미 불기 시작했다. 최저 16%까지 내려간 노 후보의 지지율은 양자대결을 상정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시 이 후보를 앞질렀다. △46.4% 대 40.7%(<한겨레>) △42.8% 대 37%(<중앙일보>) △40.6% 대 37.2%(<동아일보>) △46.6% 대 37.4%(<한국일보>) △41% 대 32.3%(<국민일보>). 노 후보의 뒤집기는 노풍 소멸 이후 처음이다. 일단 추세로는 노 후보 상승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직은 미풍이다. 돌풍으로 더욱 드세질지, 아니면 조용히 잦아들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복병은 많다. 현대리서치 조사를 보면 노 후보는 20대에서 48.3% 대 36.6%로, 30대에서 51.2% 대 37.5%로 이 후보를 앞질렀다. 반면, 이 후보는 40대에서 51.2% 대 33.2%로, 50대 이상에서는 49.8% 대 29.1%로 노 후보를 앞질렀다. 주목되는 부분은 40대의 선택이다. 지난 3월의 노풍도 20·30대의 선택에 40대가 가세하며 폭발했다. 노풍이 수그러들 때도 40대가 먼저 빠져나갔다. 40대의 흐름이 지지율 추이를 좌우한 것이었다. 김덕영 코리아리서치센터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의 흐름을 보면 20·30대가 노 후보쪽으로 결집하는 양상이다. 40대가 20·30대쪽 손을 들어주느냐 아니면 50대쪽 손을 들어주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 후보로선 40대의 마음을 돌려 노풍을 재점화하는 게 당면과제인 셈이다. 그가 최근 TV토론에서 그간의 공격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이미지 창출에 주력한 것도 안정희구세대인 40대를 겨냥한 전략이었다.

2. 세대교체 논란


사진/ 31년 만에 맞대결 구도로 치르는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마지막에 웃을 것인가. 야당 선대위는 선거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겨레 이종근/ 이용호 기자)

이 후보(67)와 노 후보(56)의 나이차는 11살. 나잇대로도 젊은층 노 후보, 중장년층 이 후보로 지지성향이 뚜렷이 갈린다. 여로 모로 세대교체가 주요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세대교체론은 일찍부터 민주당의 주요 대선전략이었다. 이해찬 기획본부장은 지난해부터 줄곧 “세대교체론이 힘을 얻을 때만 정권 재창출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설파해왔다. 게다가 이번 대선은 3김의 ‘정치적 자연사’를 통해 세대교체의 임계점을 형성하고 있다. 세대교체론이 불붙을 수 있는 조건이 두루 갖춰진 셈이다. 노무현-정몽준 투톱체제가 확정되면 세대교체론의 바람은 더욱 세질 것으로 보인다. 50대의 두 사람이 전국을 휘젓고 다니며 세대교체론을 합창하면 이들보다 10살 남짓 위인 이 후보는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이 차만으로 세대교체론이 힘을 얻을 정도로 이 후보가 연로한 것은 아니다. 알맹이가 채워지지 않은 세대교체론은 공허하고 파괴력이 적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이런 사정을 잘 안다. 민주당은 ‘낡은 정치와 새 정치’의 대립구도로 세대교체론의 내용을 채운다는 전략이다. 기획단 관계자는 “세대교체론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낡은 정치로 회귀할 것이냐 새로운 정치를 맛볼 것이냐에 있다”고 말했다. 세대교체론에 ‘젊은 후보=개혁노선=새 정치’ 대 ‘나이든 후보=보수노선=낡은 정치’의 대립구조를 담겠다는 것이다.

3. 지역구도 위력

지역대결 구도는 이번에도 맹위를 떨칠 것인가. 지난 4월 노풍이 드셀 때는 전통적인 영호남 대결구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영남 출신인 노 후보가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당 후보가 됐고, 한나라당이 영남에 터를 잡았있지만 이 후보가 영남 출신이 아니라는 점 등에 근거한 관측이었다. 그러나 노풍이 사그라지고,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지역구도는 여전히 맹렬한 기세를 떨쳤다.

우여곡절 끝에 4월의 구도는 다시 복원됐다. 호남에서는 노 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가 예상된다. 단일화 성사로 표의 응집력도 단단해졌다. 변수는 영남, 그 가운데도 부산·경남 지역에서 노 후보가 얼마나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느냐다. 징후는 감지된다. 단일화를 결정지은 리서치 앤드 리서치(R&R)와 월드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는 영남지역에서 크게 선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남에서는 정 후보를 더블스코어로 눌렀고, 대구·경북에서도 3 대 2 정도로 앞섰다는 것이다. “노 후보가 당내분란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영남인에게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단일후보가 됨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는 노 후보의 영남지역 지지도가 오를 것이다. 다만 영남지역의 위기의식이 결집하면 나중에 다시 빠질 가능성은 있다.” 김헌태 TNS미디어코리아 이사는 “노 후보로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영남인들이 노 후보를 DJ의 뒤를 잇는 민주당의 후보로 보느냐, 영남의 후보로 인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강래 민주당 의원은 “노 후보가 부산·경남에서는 이 후보의 득표율에 거의 근접하고, 대구·경북에서도 선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가 제시하는 근거는 이렇다. “이제 노무현이 DJ가 밀어서 된 후보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호남정권이 아니라는 점도 확실해졌다. 게다가 그는 영남사람이다. 노 후보가 ‘내가 바로 영남사람이오’ 하고 영남을 훑고 다니면 밑바닥이 흔들리게 돼 있다.” 이 의원의 분석대로 노 후보가 영남에서 선전하면 전통적인 지역대결 구도가 무너지고 세대와 정책 등의 변수가 주요하게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4. 충청민심 향배


사진/ 두 후보는 세력기반과 정책색깔이 뚜렷하게 구별된다. 경북 경산시 추곡수매 현장을 찾은 이회창 후보와 광주 북구의 말바우시장을 찾은 노무현 후보. (한겨레 이종근 기자/ 이용호 기자)

또 다른 지역변수는 충청민심의 향배다. 충청민심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한나라당이 김용환·강창희 의원 등 중진급에 이어 자민련 의원들을 잇달아 빼갔지만, 이 후보의 충청지역 지지율은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대신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이 강세를 보였다.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입당한 이재선 의원은 “충청에서는 아직도 JP에 대한 애증이 남아 있는 것 같다. JP를 썩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곳에서 JP를 욕하면 싫어한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이제 그나마 충청민심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는 인물은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이인제 의원이다. 두 사람은 힘 빠지고 갈 곳 없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의 처지다. JP의 무장해제를 추진해온 한나라당 중진들 사이에선 그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얘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가 무리하면서까지 그를 포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인제 의원은 노무현 단일후보 탄생으로 사면초가의 궁지에 몰렸다. ‘노무현 절대불가’를 외쳐온 태도를 갑자기 바꾸기도 옹색하고, 그렇다고 한나라당으로 백기투항하는 것도 우습기 때문이다. 노 후보도 두 사람과의 관계복원을 통해 ‘반창연대’를 구축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발목을 잡히면서까지 끌어안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이강래 의원은 “두 사람의 정치적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충청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후보가 제시한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노 후보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지면서 수도 이전 공약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5. 보·혁구도 점화

한나라당은 단일후보 시너지 효과를 막기 위해 보·혁 구도 정립과 부패정권 심판론이라는 두개의 칼을 집어들었다. 보·혁 구도를 만들면 우리 사회의 구조상 보수세력이 이기게 돼 있다는 게 한나라당 중진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이 후보와 노 후보의 정책적 정체성의 차이가 완연하다는 점에서 대북정책이나 재벌문제·교육정책·노동문제 등을 놓고 본격적인 논쟁이 벌어지면 생산적인 정책대결이 펼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책대결보다는 색깔론에 의존할 가능성이 많다. 노 후보는 11월25일 “민주당은 진보정당이 아니고 나도 진보노선으로 가려는 것이 아니다. 국민은 낡은 정치와 새로운 정치 사이에서 새정치를 바란다”고 말했다. ‘진보 대 보수’의 보·혁 구도를 조성하려는 한나라당의 전략을 ‘새 정치 대 낡은 정치’의 대결구도로 무력화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와 8·8재보선 때 한껏 위력을 발휘한 부패정권 심판론을 다시 써먹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DJ의 두 아들이 구속됐고, 두 차례 선거에서 이미 써먹은 카드여서 약발이 들을지는 미지수다. 노 후보는 “굳이 이 후보와 저를 견주면 누가 부패에 더 가까운지는 국민이 알고 있다”고 반격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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