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2년11월21일 제435호 

승부사는 링에 오르면 강해진다

왜 노무현인가…지역주의와 싸우며 더러운 정치판을 악전고투로 이겨온 그는 온실정치인과 다르다


사진/ 정지영 ㅣ 영화감독


정몽준 후보님. 저는 그동안 ‘노-정 후보단일화’에 반대해온 노무현 적극 지지자입니다. 두 사람의 후보단일화 선언이 있던 날, 지난해에 대학을 졸업한 제 아들녀석과 두 시간이 넘는 토론을 했습니다. 시작에서부터 결론까지를 짧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버지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글쎄, YS의 3당합당이나 DJP연합보다는 용서할 구석이 있긴 한데….”



노무현과 히딩크


사진/ (이용호 기자)


“아버지께서 노무현을 지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죠. 하나는 자신의 안락과 출세를 계산해서 철새처럼 떠도는 정치인들 틈에서 10여년간 원칙과 소신을 잃지 않고 좌절과 시련을 이겨낸 그의 뚝심에 대한 믿음, 또 하나는 한국 사회가 앓고 있는 병, 즉 지역주의·남북대치·노사갈등·정경유착·언론권력·빈부격차·학력차별·성차별 등 고질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는 유일한 후보라는 것…. 그런데 정몽준과의 단일화라는 것은 그가 견지해온 원칙과 소신을 저버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가 제시하는 철학과 비전에도 물타기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 하지만 민주정치라는 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국민 60% 이상이 후보단일화를 요구하니 그 문제는 어떻게 극복하지” “딱 한 가지 방법밖에 없네요. 후보단일화에서 이기는 것.”

정 후보님. 두 시간 넘는 토론 속에서 오간 대화를 두서없이 기억해보겠습니다.

“노무현도 아마 이긴다는 확신 없이는 그런 선택을 안 했을 거야.” “정몽준은 강신옥·이철·김민석을 영입하는가 하면, 박근혜·장세동을 만나고 이회창과의 연대까지도 생각한 건 아마 자신의 개혁 마인드와 재벌 2세라는 태생적 한계 사이에서 정체성 정립에 혼돈을 겪은 것이겠지. 그가 이제 비로소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개혁노선을 확실하게 정립한 것 아닐까” “노 후보 지지율 상승과 자신의 지지율 하락기미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 모르지.” “그래, 아예 노무현을 선택한 거 아냐 이미 월드컵 때 히딩크를 선택해서 자신의 탁월한 안목을 보여줬잖아.” “누가 한 얘기가 생각나네. 히딩크와 노무현의 공통점. 학력파괴를 통한 실력 위주의 등용, 승부사 기질, 기본 중시, 친화력, 탈권위주의 등등…. 그래, 정몽준이 마음을 비우고 노무현을 선택해서 함께 대선 승리를 꿈꾸는 것일 수도 있어. 히딩크를 선택한 그가 학연과 지연을 통한 등용에 익숙하고,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지닌 이회창과 같이 갈 수는 없을 거야.”

제2의 노풍을 허하라

정 후보님. 노 후보의 결단을 외면할 수 없다 보니 아전인수격 유머가 꽤나 많이 오갔더랬습니다. 하지만 정 후보님 내면에 숨은 잠재의식이 조금이나마 들키기도 했으리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맞습니다. 축구에서 실전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너무나 잘 아시죠 정 후보께서 기필코 해내겠다는, 온 국민이 바라는 ‘지역주의 극복’, ‘정치개혁’은 따뜻한 온실정치 생활만 해온 사람이 해내기는 어렵습니다. 그건 지역주의와 싸우며 공갈과 협박, 술수와 회유의 더러운 정치판을 악전고투로 이겨온 노무현만이 더 잘 해낼 겁니다. 그는 민주당 국민경선 전, 이인제의 2분의 1 지지율로 시작해 개혁이라는 무기로 국민을 설득하고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사람입니다.

이제 후보등록이 끝나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접어들면 반드시 제2의 노풍이 불 것입니다. 노 후보는 링에 올라 공이 울려야 강해지는 승부사니까요. 아니 여론조사를 보니 후보단일화 선언이 벌써 그 바람을 몰고오고 있더군요. 정 후보님. 이제라도 허락해주지 않겠습니까 당신이 보수기득권 세력에서 이탈해 개혁적 정체성을 정립한 것은 노 후보로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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