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2년11월21일 제435호 

우리 단일화는 니들과 달라!

민노당과 민사당도 후보단일화 작업 박차…“명분없는 야합 아니다” 노-정과 차별화 강조


사진/ 민주노동당의 권영길(왼쪽) 대표가 11월12일 민주사회당을 방문해 이남순 대표와 후보단일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대선후보 단일화에도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가 있다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만 단일화하는 게 아니다. 민주노총이 모태인 민주노동당과 한국노총이 주축인 민주사회당도 후보단일화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노-정 후보단일화’가 메이저리그라면 ‘민노-민사 후보단일화’는 마이너리그라고 할까.

민노당과 민사당은 노동계에 뿌리를 뒀다는 동질성을 바탕으로 단계적 수순을 밟으며 단일화 논의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양쪽 모두 적극적이어서 단일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단일화의 첫 단추는 민사당이 끼웠다. 민사당은 지난 11월3일 창당과 동시에 민노당과의 통합과 후보단일화 의사를 천명하며 노동자 단일정당 건설을 약속했다. 이튿날엔 곧바로 협상대표단을 꾸려 민노당에 명단을 통보하는 신속함을 과시했다.

이념적·정책적 동질성에 기반

민노당의 화답도 번개같았다. 진보정당 통합을 내걸었지만 사회당과 통합에 실패한 아픔이 있는지라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연합, 빈민연합 등 범진보진영 차원의 공동선대본부 구성도 추진해온 터였다.

단일화에 대한 양쪽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8일 협상대표단 첫 만남에 이어 12일엔 당대표 간 회동을 통해 단일화 의지를 확인했고, 14일과 18일 잇따라 실무접촉을 열었다.

두 당은 단일화 협상을 기존 정당과 차별성을 확인시키는 계기로 홍보하고 있다. 때마침 진행되고 있는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무원칙한 야합’으로 낙인찍으면서 자신들의 단일화는 ‘원칙에 입각한 정치연합’으로 부각시키자는 전략이다. 권영길 민노당 후보가 “국민의 정치혐오를 부채질하는 정치놀음에 불과하다. 보수정치의 구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노-정 단일화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박동 민사당 창당기획팀장도 “노-정 단일화는 권력만을 향해 질주하는 명분 없는 야합행위”라고 쏘아붙였다. 양당의 대표가 단일화 협상의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서둘러 회동한 것도 노-정 회동과의 대비효과를 노린 이벤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당은 이념과 노선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들어 단일화의 명분을 강조한다. 이념적·정책적 동질성에 바탕을 둔 단일화라는 점에서 노-정 단일화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상현 민노당 대변인은 “두 당은 노동계를 대표하는 두 축이고, 진보정당 건설이라는 이념적 지향이 같으며, 주5일 근무제나 경제특구 등 정책 현안에서도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박동 민사당 기획팀장도 “민노-민사 단일화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라는 대의명분과 역사적 흐름에 부합하므로 떳떳하게 국민 앞에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사당 내부 다른 후보 지지 흐름도

그렇다고 민노-민사 단일화의 걸림돌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민사당은 일단 대선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내부에선 권영길 민노당 후보 대신 다른 정당의 후보를 지지하자는 흐름도 엄존하고 있다. 호남지역에선 민주당 후보 지지세가, 영남지역에선 한나라당 후보 지지세가 높게 나온다. 문제는 중앙당 차원에서 권영길 후보로 단일화를 이룬 뒤 당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 이를 선거운동의 동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 여부다. 민사당쪽은 이런 점을 들어 내부 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달라고 민노당쪽에 요구하고 있다. 이는 대선 이후 두 당의 통합과정에서 제기될 지분문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민노당은 선거가 코앞에 닥쳤으므로 통합문제는 이후에 논의하고 우선 후보단일화와 단일 선대본부 구성에 치중하자고 주장한다. 누구로 단일화하느냐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대신 두 당의 통합시기와 절차, 방법에 대해선 아직 견해차가 남아 있는 셈이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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