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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도 남방계’ 미인들이 왔다 남쪽 미인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얼굴형… 열광의 정체는 미모보다는 신비감
290여명의 북쪽 응원단 ‘성원’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신드롬으로 불릴만 하다. 곱디 고운 ‘북녀’를 만나려는 ‘언니부대’ 행렬에는 남녀노소가 따로없다. 방긋방긋 웃으며 경기 때마다 응원을 주도하는 리유경씨의 팬클럽 사이트(cafe.daum.net/leeykjjang)는 지난 10월3일 개설된 뒤 이틀여만에 회원수 1300여명을 넘어섰다. 우리는 왜 그들에게 열광하는가?
서구적 미인상, 북에서도 주목받는다
지난 10월2일 유도 4체급 경기가 열린 부산 구덕체육관에서 만난 김용(43)씨. 북한 출신으로 가수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김씨는 북한의 미인 기준을 이렇게 설명했다. “참새 이마-오목 눈-마늘 코-조개 턱-버들 몸매.” 약간은 좁고 볼록한 이마에, 초롱초롱하면서도 쌍꺼풀이 없는 눈, 콧날은 너무 오똑하지 않고 턱은 조금 작은 모습의 얼굴 윤곽이 북한 미인의 표준이라는 것이다. <얼굴, 한국인의 낯>(사계절 펴냄, 1999)이라는 책을 펴낸 서울교대 미술교육과 조용진 교수(미술해부학)는 “전통적으로 북쪽의 미인은 ‘강계형’ 미인을 으뜸으로 꼽았다. 얼굴이 길고 평평하며, 서구형 미인과는 달리 눈·코·입이 크지 않고 얼굴 선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었다”고 말한다. 이른바 ‘남남북녀’라는 말에 등장하는 ‘북녀’는 조 교수가 말한 ‘강계형’ 미인을 일컫는다. 그는 “그동안 북한에서는 이마가 좁고 코가 높지않은 동그란 얼굴의 전통적인 미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런데 이번에 내려온 북쪽 응원단은 북한에만 있는 ‘평안도 남방계형’ 미인들로 남쪽 미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남과 북의 미인관이 어느 정도 상통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에 많이 있는 얼굴형은 북방계이며, 크게 퉁그스계와 알타이계로 나뉜다. 알타이계는 얼굴이 좀 길고 키가 큰 반면, 퉁그스계는 눈·코·입이 올망졸망하고 흰 피부가 많다. 이번 북쪽 응원단은 “얼굴 윤곽에서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북방계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이목구비가 좀 더 뚜렷한 얼굴형”이라고 한다.
‘김정화계’미인들을 아십니까
하지만 요즘은 김정화(48)가 뒤늦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인민의 사랑받는 창각가예술인들’이란 기사에서 “홍영희와 오미란을 제치고 김정화가 세련되고 진실한 역을 훌륭히 창조함으로써 인민들의 사랑을 받는 명배우로서의 자랑을 떨쳤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979∼1981년에 20부작으로 제작된 ‘이름없는 영웅’에서 주인공 ‘유림’ 역을 맡았던 그는 1988년 인민배우 칭호를 받기도 했다. 한동안 그는 홍영희·오미란의 그늘에 가려 대중적 인기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동그랗고 복스럽게 생긴 전통적인 미인에 가까운 오미란 등에 비해, 갸름한 얼굴에 165㎝의 늘씬한 키에 약간 마른 체구인 김정화는 서구형 미인에 가깝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북한팀 경기 때마다 응원단 맨 앞에서 춤을 추며 분위기를 이끄는 리성애·지국주·임충실씨 등 평양예술단원들은 165㎝ 가량의 작지 않은 키에 이목구비가 두렷한 외모를 지닌 ‘김정화계’ 미인들이다. 1990년 중반까지만 해도 ‘160㎝ 정도의 키에 약간 통통한 몸매, 둥그스름한 얼굴’이 최고의 미인으로 꼽혔다는 점에서 변화의 조짐을 읽는 이들도 있다. 정 이사는 “응원단으로 내려온 여성들은 오히려 서구적 미인상에 가깝다. 북한 사회에서 성형수술을 받았을 것 같지는 않으며, 외부적인 영향 때문인지 남쪽의 미적 기준에 맞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서구적인 미인상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북쪽 응원단에게 쏠리는 관심의 초점은 현재로선 그들이 ‘미모의 젊은 여성’이라는 점에 머물러 있다. 물론 남한 미인기준에 맞는 이들을 골라 보낸 미인계인지, 북의 미적 기준이 개방화와 함께 변한 것인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돌이켜 보면, 지난 98년 말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뒤에도 맨 먼저 우리 사회의 관심을 자극한 것은 눈 덮힌 개골산 일만일천봉의 수려한 장관이 아니었다. 수수한 차림에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넉넉하게 남쪽 관광객을 맞아준 ‘여성 안내원 동무’가 연일 화제였다.
북에서 왔기 때문에!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흥분이 가라앉으면 ‘끌림’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서울 서초구 강원경성형외과 강원경 원장은 “북한방송에 나오는 동그랗고 올망졸망한 모습이 아니라, 갸름하고 세련된 이미지의 남한 여성과 비슷한 용모를 하고 있다보니 관심이 쏠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예쁘다’고 말할 수 있기는 하지만, “거리에서 마주치는 미인 수준에 머무를 만한 사람들에게 폭발적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들이 북에서 온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 출신 연예인 김혜영(27)씨도 “북한 응원단에 끌리는 것이 미모 때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쉽게 접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대한 뭔지 모를 신비감이 더 크게 작용한 것 같다”며 “지금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손을 맞잡고 편안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의 다른 표현일 것”고 말했다. 어쩌면 부산에 온 ‘조선녀자’에 대한 열광의 정체는 인위적 장벽에 가려 반세기 동안 만나지 못한 북녘땅 동포를 향한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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