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2년10월10일 제429호 

고왔으나 일사불란했노라

남북공동응원단원 설문조사… 93%가 “남쪽 대북관 변화에 긍정적 기여할 것”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남북 응원단은 하나되어 소리 높여 ‘통∼일조국’과 ‘조국통일’, ‘우리는 하나다’ 등을 외쳤다. 한겨레신문사가 마련한 ‘한겨레 남북공동응원단’ 등 공동응원단 700여명은 유도경기장과 소프트볼 경기장 등에서 ‘ONE KOREA’와 한반도기가 선명하게 새겨진 붉은 티셔츠를 입고 외국 선수와 싸우는 남과 북의 선수 이름을 불렀다. 이들은 또 남북 대결이 벌어지면 ‘우리 선수 잘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남북공동응원단에게 남북의 선수는 내편 네편이 없었다. 모두 ‘우리 선수’일 뿐이었다.

경기장 곳곳의 ‘작은 통일’

대회의 안전을 담당하는 안전통제본부 요원들과 경찰이 ㄷ자 모양으로 북쪽 응원단이 앉은 곳을 에워싸 공동응원단은 이들에게 말도 제대로 건네지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때론 재향군인회 회원들이 경기장 일대를 미리 장악해 북쪽 응원단이 일정을 바꾸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북쪽에서 ‘우리는’을 외치면 남쪽은 ‘하나다’를 화답하는 식으로 응원을 통해 남북은 경기장에서 하나로 이어졌다.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 곳곳에서 ‘작은 통일’이 이뤄진 셈이다.

공동응원단은 텔레비전과 신문을 통해 간접적으로 북쪽 응원단을 만난 사람들과 달리 각 경기장에서 직접 북쪽 응원단을 보고 느끼며 어울리는 ‘행운’을 누렸다. 한겨레 공동응원단으로 참가한 ‘자전거21’ 김경운 공동대표는 “남북 단일팀을 남북 응원단이 손을 맞잡고 응원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함께 화합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10월3일 오후 여자 소프트볼 남북 대결이 벌어진 부산 구덕야구장에서 남북 공동응원단원 100명을 대상으로 북쪽 응원단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북쪽 응원단을 직접 보고 느낌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9%가 ‘민족적인 응원 내용이라 공감이 갔다’고 대답했다. 다음으로 ‘재미있고 볼 만했다’(39%)였고, ‘신파조라 유치했다’는 답변은 2%에 그쳤다. 북쪽 응원단이 다녀간 뒤 남쪽 사회의 대북관의 변화에 대해 93%가 긍정적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부정적으로 바뀔 것으로 답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고 7%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대부분은 젊고 예쁜 여성들로 구성된 북쪽 응원단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응답자의 75%가 ‘젊고 활기찬 응원 분위기 조성을 위해 있을 수 있다’고 봤으며 ‘딱딱한 기존 북쪽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란 응답도 16%가량 나왔다. 반면 ‘가부장적이고 봉건적인 여성관의 표현’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4%였다. 북한 응원단이 입은 나이키 상표 옷과 모자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복장으로 여겼다. 71%가 ‘복장을 문제삼는 게 이상하다’고 대답했고 ‘굳이 다국적 기업의 옷을 입을 필요는 없다’는 응답은 21%가량 나왔다.

이 밖에 북쪽 응원단에 대해 순수하고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느꼈다는 게 대다수 의견이었지만, 너무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면서 과거 남쪽의 군사문화를 보는 듯해서 좀더 자유롭고 다양한 북쪽 모습을 기대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서울의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박순장씨는 “북쪽 응원단이 처음에는 생소하게 느껴졌다. 북쪽의 문화를 접하는 공간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여길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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