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2년10월02일 제428호 

“그게 사람이 할 짓이냐”

인터뷰 l 한화갑 민주당 대표

노무현 후보 당선 위해 최선 다할 것… 개혁신당과의 통합은 적절치 않아


사진/ (이용호 기자)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저울추가 노무현 대통령 후보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반노파와 친노파 사이에서 팽팽한 균형을 맞춰오던 한 대표는 9월27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인 만큼 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권을 잡을 것 같으니까 딴 사람이 당 만드는 데 간다면 그게 사람이 할 짓이냐”고 말해, 후보단일화을 위한 탈당론자들과 분명한 선을 그었다.

한 대표의 이런 자세는 노 후보에 대한 ‘절대적 지지’가 아니라, 자신이 민주당의 뿌리이자 적통임을 강조하는 논리의 연장선에서 도출된 결론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는 어느 때보다도 김대중 대통령과의 신의에 대해 강조하면서도, 노 후보에 대해서는 견제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노 후보 진영이 기존 민주당 개조작업을 시도하면 한 대표와 갈등을 빚을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그는 또 인터뷰 도중 “우리당에 몇 사람 안 남는다 해도”, “정권 재창출을 못하더라도”, “야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등의 말을 자주해 대선 전망을 비관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민주당의 단합과 단결을 강조하는데, 일부 세력의 이탈은 불가피한 것 아닌가.

당은 모든 것을 품으려는 노력을 해놔야, 내 생각을 밀고 나갈 때 참여하지 않거나 협조를 안 해준 사람들에게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품을 수 있으면 좋고, 품어지지 않더라도 명분은 세워놓자는 것이다.

당 내분을 수습할 수 있는 방안이 서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다. 정권 재창출의 확신이 안 서기 때문에 당이 동요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오직 정권 재창출이 원칙이고 명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야당할 각오로 우리의 색깔을 뚜렷이 부각시켜 나가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첫 번째는 주로 여당을 해온 사람들로 야당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 요즘은 여당을 하기 위해 후보단일화를 해보자고 나서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언제까지 잡아놓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국회의원들을 한꺼번에 제어할 힘이 나에게는 없다.

끝까지 혼자라도 민주당을 지키겠다


사진/ 노무현 후보와 한화갑 대표. 한 대표는 후보단일화를 위한 탈당론자들과 분명한 선을 그었다. (한겨레 이정용 기자)


나가도 어쩔 수 없다는 뜻인가.

끝까지 혼자라도 민주당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후보단일화 원칙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노무현은 지금 누가 뭐래도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다. 단일화 조정이 되면 좋지만 안 된다고 다른 후보와 관계를 맺고 새로운 후보를 추대해 정권경쟁에 나설 경우, 내가 당을 지켜야 정통성 있는 당의 대표로서 국민 앞에 설득력 있는 것 아닌가.

그동안 친노와 반노 사이에서 등거리 원칙을 유지해왔는데, 이제는 노 후보와 함께하겠다는 뜻인가.

설사 정권 재창출을 못하더라도, 야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민주당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내가 민주당에 남고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후보인데 내가 선거에 무관할 수 없다. 민주당원이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의무다. 노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있는 한 같이 간다.

후보단일화를 추진하는 의원들 중에는 김원길·박상규 의원 등 한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도 많아 ‘교감설’이 나오고도 있다.

그분들이 내가 대표되는데 물심양면으로 노력해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협력했다고 복종하는 것은 아니다. 두 의원은 이 정부에서 장관급을 한 사람들이다. 그래 내가 “나는 김대중 대통령 30년 따라 다녔어도 장관도 못했는데, 당신들은 아직도 대통령 임기가 남았는데, 이 당을 탈당하겠다고 하는 것이 도대체 도리에 맞는거냐”고 말해줬다. 또 이 분들이 탈당할 사람 고르는데 비호남과 비동교동이다. 내말 듣고 하면 그렇게 하겠느냐.

그러면 반노파가 소집을 요구하는 당무회의는 어떻게 되는가.

소집요구는 서류로 해야 하는데, 정식으로 열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 (구두요청은) 밖에서 한 얘기지, 정식으로 나를 찾아와 얘기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당무회의 소집요구가 있으면, 당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 최종결정을 내리겠다.

당권경쟁 때문에 민주당 내분이 격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나는 모르겠다. 누가 대표를 하려는지 전혀 모르겠고 지금 그럴 시기도 아니다.

노 후보를 돕겠다면, 선대위원장을 맡을 생각은.

내가 대표가 되니 처음에는 동서화합을 위해 얼마나 잘된 일이냐고 하더니, 나중에는 탈디제이 하려는데 한화갑 때문에 안 된다고들 하더라. 그래서 선거에 편리한 프리핸드를 주겠다는 뜻으로 선대위원장 제의를 사양했다. 또 우리 당은 당정이 분리됐다. 대표가 중심을 잡아 당을 대표하고 있어야지, 후보 밑에 들어가 선대위원장 하는 것은 격에 안 맞는다.

노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진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내 나름대로 생각은 있으나,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문제는 우리 선거가 지역선거인데, 내 지역에서 얼마나 표를 받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우리가 예상했던 만큼 노 후보 지지가 영남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지역은 옛날만큼 표가 유지가 안되고….

노 후보가 민주당의 주도세력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합당하지 못한 발언이다. 당이 전당대회를 열어 당의 리더십을 결정하는 것이지 후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이 잡음의 요소가 된다. 그런 얘기를 하는 발상이 당의 단합에 보탬이 안 된다.

색깔 달라지는 외연확대 용납 못해

노 후보가 말한, 유시민씨 주도의 개혁신당과의 통합은.

당내 분란의 요소를 제공하게 된다. 우리가 중도정당인데 외연을 넓히는 것은 좋지만 색깔이 달라지는 외연확대는 용납이 안 될 것이다. 오히려 그런 지지세가 외곽에서 선거운동을 돕도록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리고 그런 것은 당에서 할 일이지 후보가 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거의 변화가 없는 상태로 대선을 치르게 되나.

좀 더 두고 보자. 처음에는 신당창당하다 잘 안 되면 리모델링해서 가자고 노 후보와 얘기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기적으로 촉박하고, 여기서 당명을 바꾸면 오히려 속보인다. 정정당당하게 가는 게 낫다.

한 대표의 이런 자세는 보기에 따라서는 대선을 포기하고 이후 호남맹주에 초점을 맞춘 행보로 읽힐 수 있다.

난들 왜 여당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없겠나. 그러나 내가 김대중 대통령 밑에서 정치를 배웠는데, 지금 대통령을 팔아먹지 못한다고, 정권 잡을 것 같으니까 딴사람이 당 만드는 데 간다면 그게 사람이 할 짓이냐. 민주당의 뿌리에 해당되는 사람으로 그게 할 일이냐. 오히려 내가 사는 길은 정권 재창출을 못하는 당이 되더라도 디제이가 만든 당을 지키는 것이다. 다들 디제이 차별화하지만, 그래도 한화갑은 끝까지 디제이를 지켰다라는 기록을 남기려는 것이다. 당내에 여러 변화가 와서 우리 당에 몇 사람 안 남는다 해도, 끝까지 지키고 있구나, 저 사람들 의리 있다, 이런 기록이라도 남기려는 것이다.

그런 자세가 한 대표의 정치적 부담일 수 있는데.

나는 언제든지 그런 사람이다. 그것밖에 내 재산이 없다. 자기 재산이 부정적인 것이라도 긍정적인 것으로 활용해야지 전부를 버려 버리면 뭐가 남아 있겠나, 아무것도 없지.

노 후보쪽에서는 디제이 차별화 전략에 대한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니 윈윈전략을 쓰자는 것이다. 성공적인 것은 그대로 계승하겠다고 하면 되고, 성공적이지 못한 것은 개선하겠다고 하면 된다.

정몽준 의원에 대한 평가는.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있나.

얘기 안하겠다. 이해해달라. 단일화도 내가 추진하는 게 아닌 만큼 얘기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




↑Back to th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