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2년09월11일 제426호 

보유세로 집값 잡아라!

속빈강정식 부동산 안정대책은 이제 그만… 케케묵은 조세저항 논리가 투기꾼 늘려


사진/ (이용호 기자)


“그러면 날아갈 게 뻔하지. 누가 날아가냐고? 그야 장관이지.”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펄쩍 뛰었다. 지난 9월4일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나온 뒤, 집 소유자한테 물리는 보유세(재산세·종합토지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었다. 그의 말은 이어진다. “재정경제부가 애초 집값 안정 대책을 세우면서 재산세를 10배 높이라고 우리한테 요구했다. 도대체 혁명을 하자는 것이냐?” 여기서 혁명은 곧 난리를 일컫는다. “취득세·등록세는 덩치가 커서 남편이 내지만 재산세는 몇푼 안 되기 때문에 고지서를 받으면 주부가 낸다. 그래서 재산세는 주부세라고 한다. 콩나물값까지 깎는 주부들인데 세금을 한푼이라도 올리면 난리가 날 것이다.”

‘장바구니 세금’으로 통하는 재산세

그의 말을 정리하면 대충 이렇다. 재산세를 10배 올리는 혁명적 조처를 취하면 주부들이 들고일어나 저항할 것이고, 그렇게 여론이 들끓으면 결국 행자부 장관이 물러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십수년 전부터 끊임없이 등장했던 ‘보유세 강화’ 주장이 왜 여지껏 주장에만 그칠 수밖에 없었는지를 명쾌하게(?) 정리한 셈이다.

그의 표현대로 현행 재산세는 주부의 ‘장바구니 세금’으로 불린다. 세금이라면 저마다 무서워하는 터인데, 유독 재산세만은 시장 가서 물건 사는 기분으로 구청에 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재산세는 ‘대수롭잖은 세금’ 축에 든다.

별 부담 없는 재산세는 납득하기 어려운 조세징수 풍경을 낳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A아파트(54평형)는 실거래 값이 2억8천만원인데 재산세는 33만4천원이 붙는다. 반면 서울 강남에 있는 B아파트(31평형)는 시세는 5억5천만원인데 재산세는 4만2천원에 불과하다. 시세는 두배나 높은데도 내는 재산세는 무려 8배나 적은 이상한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똑같은 시세(3억4천만원)인 아파트의 세금을 따져봐도, 강남의 대치동 H아파트(26평)는 7만5천원(재산세 4만7천원과 종토세 2만8천원)인 반면 강북의 노원구 하계동 H아파트(49평)는 41만3천원을 물고 있다.

이런 일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한마디로 재산세 부과기준인 과세시가표준액(과표·표 참조)이 실제 집값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표 현실화율’이 턱없이 낮은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서울 서초구에 있는 5억5천만원짜리 아파트의 과표는 7899만원으로 시세의 14.4%에 불과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재산세 과표는 실거래 값의 20∼30% 수준에 그친다. 국세청의 양도소득세 부과기준인 기준시가 현실화율(50∼60%)보다 훨씬 낮다. 이 때문에 투기 목적으로 집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더라도 집값에 비해 내는 세금은 푼돈에 불과한 형편이다. “투기 바람을 잠재우고 집값을 잡기 위한 근본대책은 보유세 강화뿐”이라는 주장이 터져나오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5억원대 아파트 재산세가 4만원

정부가 최근 내놓은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은 청약제도 변경, ‘제2의 강남’ 개발, 특수목적고 신설, 양도세 강화 등 전방위 처방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핵심은 비켜갔다. 재산세 소관부처인 행자부가 재산세 과표를 손질하겠다고 밝혔지만 마지못해 시늉만 내는 ‘잔손질’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행자부 김정진 지방세정담당관은 “사람들이 세금 때문에 집을 사고 안 사는 게 아니다. 보유세로 집값 안정을 도모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 그렇지만 집값 폭등에 대한 국민적 정서를 감안해 적당한 선택지점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금과 큰 차이가 없는 선에서 과표를 손대는 것으로 끝내겠다는 것이다. 행자부는 투기과열지구 아파트에 대한 재산세 가산율을 조금 올리고, 집값 폭등에도 아랑곳없이 지난 3년간 그대로 유지해온 과표상 신축건물 기준가액(현행 16만5천원/㎡)도 17만원/㎡ 정도로 ‘찔끔’ 올리는 데 그칠 것으로 알려진다. 그나마 16만5천원은 실건축비인 한국감정원의 건물신축 단가의 26%에 불과하다.

행자부 신정완 지방세제관은 “조세는 현실이지 이상이 아니다. 집값 폭등에 피멍든 서민들의 마음은 안타깝지만 세금정책을 대중적 정서에 영합하는 인기 위주로 펼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재산세 과표 중 기준시가 가산율(현행 2∼10%)을 20∼50%로 대폭 올리면 재산세 부담액이 2∼3배로 뛰는데 이는 세제가 아니고 혁명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남의 5억5천만원짜리 아파트에 붙는 재산세 4만2천원을 8만4천∼12만6천원으로 올려봤자 당사자는 움찔하지도 않을 텐데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행자부는 재산세 납세자 1200만명으로부터 엄청난 조세저항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주택 재산세 세율(0.3~7% · 6단계 초과누진세)

과세시가표준액

세율

 1200만원 이하  0.3%
 1200만~1600만원  3만6천원+1200만원 초과금액의 0.5%
 1600만~2200만원  5만6천원+1600만원 초과금액의 1.0%
 2200만~3천만원  11만6천원+2200만원 초과금액의 3%
 3천만~4천만원  35만6천원+3천만원 초과금액의 5%
 4천만원 초과  85만6천원+4천만원 초과금액의 7%

도대체 행자부는 누구를 위하고 있나


사진/ 집값이 똑같은 아파트라도 강북의 아파트가 강남보다 5.5배나 세금을 더 물기도 한다.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김종수 기자)


그렇다면 정부가 앞세우는 조세저항 논리는 과연 타당한가. 조세저항의 근거는 “가만히 앉아서 수천만원, 수억원씩 벌어도 세금은 아까워하는 게 인지상정”이라는 지극히 피상적인 현실인식에 기대고 있다. 서울시립대 이번송 교수(경제학)는 “조세저항이 무섭다는 이유로 행자부가 보유세 강화를 외면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조세저항을 이유로 대중에 영합하는 인기 위주의 세제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그동안 보유세를 강화하지 않은 건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반박했다. 남들은 콩나물 시루 같은 버스를 매일 타고 다니는데, 도로를 공짜로 이용해온 나 홀로 차량한테 혼잡통행료를 징수하지 않아온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하승수 변호사(참여연대 납세자운동본부)는 “국민들이 세금을 안 내고 싶어하면 국가가 조세정책을 입안할 수 없다는 건 난센스다. 조세저항 운운하기 전에 재산세는 주부세라고 잘못 생각하게 만든 책임부터 정부 스스로 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세정책이 가져올 집값 안정 효과는 따져보지 않은 채 시중에서 유령처럼 떠도는 조세저항만 들먹이고 있다는 것이다.

집값은 지역이라는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교통, 교육, 주변 생활여건 등 사회적 편익의 가치가 집값에 반영된다. 집값이 똑같이 다 오르지 않고 ‘오를 만한 지역’만 오르는 건 이 때문이다. 연세대 윤건영 교수(경제학)는 “특정지역에 대한 사회적인 공공투자의 질과 양이 자기 집값을 올려주는 것이므로 집 소유자는 거기에 상응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 조세형평 측면에서도 뛴 집값에 대한 세금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자부는 “자식 공부시키려고 비싼 강남에 들어온 것도 억울한데 왜 재산세까지 많이 물리냐며 항의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집 가진 게 무슨 죄냐며 대들면 수습할 길이 없다는 얘기다.

단계적 보유세 인상… 부의 재분배 효과


사진/ "보유세 강화는 조세저항만 부를 뿐 집값 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 행자부는 예나 지금이나 조세저항 타령만 늘어놓고 있다. (이정용 기자)


2000년 현재 자기 집을 가진 가구는 전체의 54.2%다. 재산세 강화에 따른 애꿎은 서민들의 피해는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해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세율을 조정해 집값이 싼 가구는 세금을 줄이고 대신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의 가구는 집값에 맞게 대폭 올리면 된다. 정부는 그러나 “세율조정은 국회가 할 일이다”고 미룬다. 조세연구원 김정훈 연구원은 “과표 현실화가 이뤄지면 과표가 높아지는 강남 등지만 세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조세저항을 일으킬 부류는 수억원짜리 집을 가진 사람들인데, 행자부가 ‘서민들의 조세저항’을 들먹이는 동안 집 부자들은 뒤에서 콧노래 부르는 격이다. 보유세를 한꺼번에 급격히 올릴 경우 큰 충격이 온다면 과표 인상률 목표를 정해놓고 시간표에 따라 점진적으로 이행하면 된다.

투기와 무관한 선량한 사람한테 갑자기 투기꾼을 잡는다면서 “당신 집값이 1억원 올랐으니 재산세를 10배 더 내라”고 하면 누가 쉽사리 받아들이겠느냐고 행자부는 주장한다. 집을 판 것도 아니고, 재산이득이 아직 실현되지도 않았는데 많은 세금을 물릴 수 있느냐는 논리도 편다. 여기에는 조세에 대한 기본철학이 빠져 있다. 능력과 재산에 따라 세금을 그만큼 더 거둬 부의 재분배 효과를 꾀하는 게 조세정책이다. 미실현 수익에 대한 과세는 안 된다는 논리도 금방 깨지고 만다. 같은 31평 아파트라도 강원도 산골짜기에 있는 아파트는 공공 서비스가 적기 때문에 집값도 싸고 그만큼 세금도 적게 내는 반면 강남 아파트는 사회편의시설 등이 다른 지역보다 좋기 때문에 아파트값이 크게 뛰는 것이다. 재경부 김용민 재산소비세심의관은 “강남에서 집을 가진 가구는 교육·교통 등에서 좋은 공공서비스 덕분에 집값이 올랐으므로 집값에 비례해 재산세를 더 내는 건 당연하다. 행자부가 과세의 기본개념조차 잘못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유세 강화는 투기를 다스리는 것뿐만 아니라 조세정의 실현과 직접 맞물려 있다. 행자부는 “보유세 강화로 투기가 잡히는 건 아니다. 다른 정책수단을 써야지 왜 자꾸 보유세만 갖고 난리냐”고 불만을 내뱉었다. 재산세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탓에 차익을 노리고 여러 채의 집을 사고 파는 투기가 일어났다는 점은 외면한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원은 “세제정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이제라도 집을 투기와 소유보다는 본래의 ‘거주’ 목적으로 이용하도록 유도하려면 보유세 강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유세 강화 중에서도 핵심은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00여만 가구가 2채 이상의 집을 보유하고 있고, 3채 이상 보유자는 50여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한채 한채마다 따로 과세하고 있을 뿐 집을 몇채 갖고 있느냐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 사람이 또는 한 가구가 여러 채를 갖게 되고, 이것이 집값 폭등을 부르는 꼴이다.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에 대한 중과세는 과세단위를 ‘가구’로 바꿔, 가구별로 집을 합산한 뒤 누진과세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투기 목적의 여러 채 보유를 줄여 집값을 잡을 수 있다. 상속·이혼·이사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1가구 2주택 이상이 되었다면 예외조항을 두어 중과세에서 빼면 된다.

그러나 행자부는 “매년 6월1일을 기준으로 집을 소유한 사람한테 재산세를 물리는데, 두채 이상 갖고 있다가 중간에 팔아버리거나 세대를 분리해 명의이전해서 숨겨놓으면 어떡하냐”고 볼멘소리부터 했다. 지금의 과세자료 전산체계 및 주민등록전산망을 통해 위장 분산을 파악할 수 있는지는 애초에 검토하지도 않았다. 해묵은 조세저항 타령만 늘어놓는 정부가 과연 집값 폭등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심스런 대목이다.

“정부가 국민한테 조세저항하고 있다”

보유세 강화를 둘러싼 논란은 어쩌면 아주 정치적이다. 이는 세율을 조정하는 국회든, 재산세 징수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이든 세금 올리면 당장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누가 감히 나설 수 있느냐는 회의론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보유세 논란에는 세금의 ‘논리’와 무주택자 및 집값 급등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불만이라는 ‘정서’가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좁은 땅에 살면서 비싼 아파트를 깔고 누워 자는 사람한테 세금을 무겁게 물려야 한다는 게 논리라면, 땀흘려 일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큰돈을 버는 강남지역에 대한 불만은 정서다. 행자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어떤 이는 “집값이 폭등하면 그에 걸맞게 재산세를 무겁게 물리는 게 이치인데도, 그런 조세정책을 내놓지 않는 당국이 바로 국민한테 조세저항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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