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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커버스토리 | 등록 2002.08.14(수) 제42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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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노무현의 잔인한 8월 신당 창당되면 맨땅에서 다시 일어서야 하나… 국민경선 낙관하나 위험성도 배제 못해
“신당논의를 배척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수용하고 임하겠다.” 8·8 재보선 참패 다음날인 8월9일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노무현 후보가 이렇게 발언함에 따라 민주당의 신당창당 작업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상임고문·당무회의 등 지도부 회의를 잇따라 열어 신당창당을 결의하고, 내처 신당창당추진위원장에 김원길 의원을 임명했다. 일사천리의 속도다. 또 당발전·개혁특위를 당발전특위(위원장 박상천 최고위원)로 개편해 외부인사 영입 작업을 담당하도록 했다. 신당창당추진위와 당발전특위, 두개의 바퀴를 가동시킨 민주당은 늦어도 이달 말까지 신당창당의 구체적인 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당 동의하면서도 원칙 밝혀
신당창당이 본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노 후보는 지난 3∼4월 국민경선제를 통해 어렵게 얻은 기득권을 모두 잃고, 백지 위에서 다시 출발해야 할지 모르는 처지가 됐다. 신당 대통령 후보는 신당의 틀에서 새로운 절차에 따라 다시 뽑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칫 4개월짜리 대통령 후보로 만족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위기의 노무현, 그는 어쩌다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에까지 내몰리게 됐을까. 사실 노 후보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 같다. 7월30일 한화갑 대표가 한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에서 신당창당을 공론화한 이후 사실상 신당창당은 민주당 내에서 돌이킬 수 없는 대세였다. 노 후보는 이미 8월1일 한 대표와의 회동에서 ‘8·8 재보선 뒤 신당창당 논의’를 합의했고, 재보선 당일 오후에도 한 대표에게 다시 한번 신당창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전달한 상황이었다. 노 후보쪽은 한 대표마저 등을 돌려 당내에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지게 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 의원은 “신당창당 논의는 이미 활을 떠난 시위나 다름없어서 큰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 후보는 신당창당의 대세를 받아들이되,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범위를 벗어나는 최악의 사태를 방비하기 위한 ‘제동장치’를 마련하는 현실적 입장을 선택했다. 노 후보는 9일 기자간담회에서 “신당은 당내 논의에 맡기겠다. 나도 당에서 논의하는 대로 의견을 표명하고 그 결과에 적절히 대처할 것”이라는 소극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신당창당의 시한과 대선후보 선출방식 등 몇 가지 핵심적 쟁점에 대해서는 비교적 분명하게 자신의 원칙을 밝히는 방식으로 나름의 제동장치 마련을 시도했다. 노 후보는 신당창당 시한의 촉박함을 강조하고 있다. 노 후보는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당논의 이전엔 8월 말까지 경선문제 등을 모두 매듭지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일단 사정변경 요인이 생겼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경선을 할지 말지 여부 등의 문제를 10월 말까지 끌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희상 대선기획단장은 “아무리 늦어도 12월 대선 두달 전인 10월 중순까지는 누가 되든 후보가 최종 확정돼야 대선에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대선후보 선출방식도 국민경선제를 고수한다. 노 후보는 “국민경선제는 민주당 개혁의 핵심성과로 최소한 국민이 50% 이상 참여하는 국민경선제로 후보가 결정돼야 한다. 더욱이 신당에서의 국민경선제는 국민 참여가 거의 100%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 적다는 판단도 작용
이처럼 노 후보가 신당창당의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는 선에서 신당창당을 받아들인 것은, 신당창당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 당내 현실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지만, 내심 신당창당의 실현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12월 대선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신당을 만들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노 후보의 한 측근 의원은 “DJ가 민주당을 만들 때도 발기인대회 때부터 창당까지 넉달이 걸렸으며, 그 이전 준비기간을 포함하면 모두 7달이 소요됐다. 더욱이 이번 신당은 DJ처럼 카리스마를 휘두르며 참여세력 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만한 중심인물이 없어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외부세력 영입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당을 창당하는 데 걸맞은 정치세력을 현실적으로 합류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노 후보쪽의 한 측근은 “자민련은 신당 참여를 선언해도 지역구 의원들 대부분은 오히려 한나라당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 또 민국당은 의원 1명인 정당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 의원은 “정몽준·박근혜 의원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행보를 하고 있는데, 기반도 없는 정당, 진로가 불투명한 정당에서 모험을 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막상 작업에 들어가면 이런 현실적 어려움에 부닥쳐 신당창당이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노 후보쪽의 생각인 것이다. 한 측근 의원은 “지금은 위기감에 ‘당장 무슨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조급증을 내지만, 세부적으로 하나하나 따져가며 누구를 데려올 것이며, 어떻게 후보를 뽑고 새집을 어떤 식으로 지을 것인지에 들어가면 아무 대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위기감의 ‘거품’이 빠지고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게 될 때까지 기다리면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신당창당 추진세력의 신당추진 의지는 상당히 강력해 보인다. 반노-비노 세력의 좌장격인 김영배 의원은 “의지만 있으면 노 후보가 얘기한 9월 말까지 국민경선 방식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지금은 비상사태인 만큼 비상한 방법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신당창당추진준비위원회(위원장 김원길 의원)도 위원 인선을 마치고 곧바로 신당창당 방법과 절차를 위한 실무검토에 들어가는 등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신당창당 시한을 못박을 수는 없지만 당내외 세력들 간 의견 조율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창당작업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며 “다들 절박성을 느끼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실제 그동안 신당창당에 대비해 외부인사 영입작업도 이미 활발하게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쪽은 정균환·김영배·안동선 의원 등이 맡아 접촉했다. 김영배 의원은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이미 얘기가 다 됐다. 내각제가 아니더라도 신당의 정강정책에 이원집정부제가 포함되면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반노 진영 결집해 특정후보 밀면…
정몽준 의원쪽은 박상천 최고위원 등이 만나 신당과 관련한 의견을 타진했다. ‘반노-비노’쪽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 의원이 신당과 관련한 투명한 정치일정과 노 후보의 기득권 포기 여부 등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미래연합 대표도 11일 “조건이 갖춰지면 당내 논의를 거쳐 신당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신당 참여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실 노 후보쪽은 신당이 창당돼 후보 경선이 이뤄지더라도 공정한 규칙만 세워진다면 노 후보의 낙마는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노 후보쪽에선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정몽준 의원의 높은 국민 지지도와 막강한 재력을 잠재 위협요인으로 평가하면서도 막상 판이 벌어지면 가혹한 검증절차를 거치면서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노 후보쪽의 한 의원은 “정 의원이 ‘링’에 올라오면 곧바로 거품이 빠지게 될 것”이라며 “당대 많은 의원들도 이 점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실의 다른 관계자는 “신당이 그나마 국민에게 호소력을 갖추려면 정 의원이 들어오는 게 좋다”며 “정 의원 입장에서 불공정하다고 느낄 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 반영할 자세가 돼 있다”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정 의원과의 경선이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켜 ‘노무현 바람’의 재점화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도 국민경선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노 후보로서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 노 후보야말로 국민경선제의 예측 불가성 때문에 민주당 후보가 되지 않았느냐. 누구도 경선결과를 속단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초 노 후보가 그랬던 것처럼 의외의 인물이 바람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반 노무현’ 진영이 결집해 특정후보를 중심으로 힘을 몰아간다면, 노 후보로서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상 후보 지위를 잃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과 맞닥뜨린 노 후보에게, 이래저래 8월은 시련의 계절이 될 것 같다.
박병수 기자/ 한겨레 정치부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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