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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인 정몽준의 두 얼굴 탁월한 능력발휘로 ‘4강신화’이뤘지만 “가까이서 보면 다르다”는 부정적 평가도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인가, 월드컵의 후광인가? 월드컵 이후 대통령 후보로서의 인기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겸 국회의원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그의 다소 독선적이지만 문제를 직접 부닥치면서 해결해나가는 추진력과 돌파력이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시켜왔다고 평가한다. 이런 장점이 축구계에서도 나타나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내는 데 축구협회 회장으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그가 축구협회 회장을 맡아 한국 축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 아시아를 대표해 국제축구연맹의 부회장으로서 국제 축구무대에서 적잖은 활동을 펼친 덕에 일본과의 경쟁 속에서 2002 월드컵의 공동 유치까지 이뤄냈다.
이연택 공동위원장과의 갈등
하지만 반대의 의견도 만만찮다. 그가 이뤄낸 축구계의 성과를 그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연결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다. 운동경기를 잘하면 마치 정치에서도 잘하는 것으로 여긴다면, 정치는 경기력이 기준이 돼야 하는 모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축구계에서 나름대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혀온 것은 자신의 막대한 부와 더불어 측근의 ‘현대맨’들을 동원해 든든한 성곽을 쌓았기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거스 히딩크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감독이 자신의 성과에 대해 ‘나는 축구의 지도자이고, 늘 운동장에 서 있고 싶다’고 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축구계 일각에선 “가까이 보면 다르다”는 식으로 그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말이 나돌고 있다. 그와 가까이서 직접 지내보면 실망할 수 있고, 갑작스레 정치계에 부각된 것도 ‘거품’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월드컵조직위의 간부를 지낸 한 관계자는 “스포츠 지도자로서의 역량과 국가를 경영하는 능력은 완전히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며 “스포츠에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국가를 경영하는 것을 당연시해야 한다는 데 대해 사회의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할 가장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공동위원장’이라는 직분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한 채 이연택 전 월드컵조직위 공동위원장과 갈등을 겪어온 점도 돌아볼 만하다. 이연택 위원장에 대해 ‘국제축구연맹의 의전서열’까지 내놓으면서 공식행사 등에서 여러 차례 충돌이 있어왔다. 지난해 12월 월드컵 본선 조추첨이 끝난 뒤 서울로 올라오는 항공편 좌석 배정을 놓고 일어난 사건도 화젯거리가 됐다. 먼저 1등석을 예약한 이연택 위원장의 좌석이 탑승 1시간 전에 뒷열로 배치되면서 의전 문제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당시 축구협회쪽이 국제축구연맹의 고위 간부들과 함께 이 비행기를 탑승하려던 정 회장의 지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먼저 예약된 이연택 위원장의 좌석이 뒤로 밀려난 것으로 드러났다. 사무총장 밑에 사무총장보라는 직제를 신설해 축구협회 간부를 영입함으로써 월드컵조직위 내 ‘사람 심어놓기’를 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결국 두 위원장의 갈등이 계속되고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실패하면서 ‘비상근 위원장’이라는 극약처방으로 일단락되기까지 했다. 한때 월드컵조직위의 사무총장을 지냈던 최창신 스포츠토토 사장 역시 정몽준 회장의 ‘압력’에 밀려 그만뒀다고 사적인 자리에서 털어놓은 적이 있다. 물론 월드컵조직위 내에선 정 의원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의사결정이나 추진시기를 결정할 때 판단력이 매우 빠르고, 맥을 잘 짚기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 면에선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 체계가 지닌 맹점을 잘 알고 있기에 기업 방식의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월드컵 업무에서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축구계라는 독특한 조직의 생리 탓도 있겠지만, 조직의 지휘 관리자로서 정 의원에 대한 평가는 이처럼 엇갈린다.
히딩크의 정치적 활용
2년 전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 시민단체가 불성실한 국회의원 명단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이때 정몽준 의원이 이 명단에 낀 이유는 국회 불출석 일수가 가장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 내용이 언론에 발표된 직후 축구인들은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 모여 이 시민단체에 대해 성명을 철회하라며 정 의원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정 의원의 지역구는 울산이고, 정 의원이 축구협회나 축구인들의 표를 얻어 의원에 당선된 것이 아닌데도 ‘부적절한 정치행사’에 축구인들이 동원된 것이었다. 당시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잘 나가던 허정무 감독을 비롯해 국가대표 선수들도 이 집회에 참석했다. 이 중 울산 현대 소속인 한 선수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올라와 보니 이런 집회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최근 축구협회가 거스 히딩크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언론에 대서특필된 적이 있었다. 이 보도 내용은 히딩크 감독을 연간 주요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에 불러들여 벤치에 앉힘으로써 실질적인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하게 하고, 2년 뒤인 2004년부터 상임 감독으로 영입한다는 것이었다. 이 보도가 나갈 당시 축구협회의 가삼현 국제국장은 이런 내용을 추진하기 위해 히딩크 감독을 만나고 있었지만, 결국 아무런 계약도 맺지 못한 채 귀국했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일선 축구지도자, 기술위원들과 축구협회 고위 간부들의 견해가 서로 다르게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몽준 회장이 히딩크를 대선 홍보용으로 활용하려는 속셈에서 이런 일이 추진됐고, 언론에 흘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축구협회를 오랫동안 출입한 한 스포츠지의 중견 기자는 “정 회장이나 히딩크와 관련된 기사는 사실이 아닌 줄 알고도, 스포츠지의 과열 경쟁 때문에 할 수 없이 무리하게 보도하는 일이 잦다”고 실토했다. 이 기자는 “축구협회가 이런 약점을 노리고,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축구와 한국의 동반 발전?
그러나 월드컵 이후 적절한 후임 감독을 내정하지 못한 축구협회가 히딩크 감독을 재영입함으로써 장기적인 한국 축구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견해를 지닌 축구인들도 많다. 다만 현실적으로 히딩크 감독이 PSV 에인트호벤 사령탑을 맡고 있으면서 당장 한국 축구를 지도한다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긴 하다. 결국 이번 문제는 정 회장이 한국 축구의 지도체제에 대한 장기적이고 바람직한 대안 마련이라는 측면에서 봐야 할지, 아니면 히딩크 감독의 인기를 적절히 자신의 정치 행보에 활용하려는 것인지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축구인들 중엔 정 회장이 대통령이 되면 축구인들에게 엄청난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반대로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정 회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축구인들은 정작 축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축구를 통해 한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린 정 회장이 대통령이 되면 축구와 한국의 발전이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다. 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제 축구는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대단한 문화적 코드가 됐다”며 “월드컵의 효과가 한국의 경쟁력을 한껏 높여주는 데 큰 몫을 한 만큼 정 회장이 정치에서 더 큰 활약을 보여, 축구와 한국의 동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축구협회의 한 분과위원회에 관여하고 있는 한 축구인은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축구나 개인적으로 손해”라고 우려했다. 이 축구인은 “더 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뛰어든다면 박찬종씨나 이인제씨의 경우가 될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축구인들은 정 회장이 대통령이 되면 마치 엄청난 특혜를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부터 이미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 방송사 해설위원은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런 면에서 그의 대통령 출마는 일단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해설위원은 또 “현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축구협회를 만들어놓고는 개인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극대화시켜온 게 사실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몽준 회장은 아버지 고 정주영씨의 아들이라는 점과 막대한 부를 소유했다는 점에서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또 월드컵 유치와 히딩크 감독 영입,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 등 축구인으로서 그가 보여준 공로는 실로 대단하다. 그럼에도 그의 진정한 능력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됐고, 어떻게 평가받아야 할지는 계속 논란거리가 될 듯싶다.
권오상 기자/ 한겨레 스포츠레저부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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