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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돈은 안 받지 않겠느냐” 재력가가 대통령 되면 부패 위험 적을 수도… 정치적 부채 없다는 게 가장 큰 자산
어느 인터뷰에서 8월15일께 대선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미 지나지 않았나. 점점 더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으면 남자답지 못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내가 4선의원인데 일부에선 아직도 ‘경제인이 어떻게 감히 정치를 하지’라는 말을 한다. ‘결정적인 순간엔 결국 출마하지 못할 것이다’는 얘기도 하고…. 일부에선 이런 식으로 위협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까운 사람 가운데서도 출마를 만류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반면 많은 분들이 (출마에 대한) 기대를 한다. 홀부르크(전 미국 유엔대사) 같은 친구는 나보고 (출마하지 않으면) ‘History will punish you.’(역사의 벌을 받을 것)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찾아올 때 도망가면 어리석다”는 얘기를 애용하는데, 이제 때가 온 것인가. 전보다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우리 동양에 비슷한 속담이 있다. “달을 잡으려고 따라가면 산 너머 강 건너 도망가지만, 달을 잡으려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집에 있으면 달빛이 방안에까지 찾아온다”는 속담도 같은 뜻이다. 대선을 꿈꾸는 정치인으로서 자진의 주장을 피력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주장을 인용하는 간접적 의사표명이 많다. 정치적 주장을 좀더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 그동안 무소속으로 활동하다 보니 그런 인식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치적 주장이 분명치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의사당은 물론, 신문기고와 강연을 통해 내 생각을 많이 펼쳤다. 민주당쪽 신당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독자신당을 창당하는 것인가. 나는 독자신당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 정당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못하는 것이고, 가능하면 여럿이 하는 것이 좋다. 여럿이 하더라도 한 걸음을 먼저 내딛는 사람이 있을 순 있다. 정당을 같이하려는 사람 가운데는 민주당에서 모색되는 여러 흐름들도 포함되나. 민주당 얘기는 내가 안 하는 것이 좋겠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도 잘 모르고. 민주당이 아직까지는 하나의 정치결사체인데, 동료 정치인으로서 내 발언이 조금이라도 부담이 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재벌2세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이뤄놓은 업적 대부분이 아버지의 후광에 의존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많이 받는 질문이다. 재벌이란 단어는 일본에서 나온 단어다. 재벌·군벌·학벌 등등…. 이 단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의 재벌이 군벌과 결탁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뜻으로 미국 사람들이 썼다. 그래서 2차 대전 이후 재벌 해체라는 말이 나왔다. 지금 일본에선 재벌이라는 표현 잘 안 쓴다. 우리나라에선 공식명칭은 대기업군이다. 설명이 길어졌다. 그 용어는 지금 시점에선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아버지는 여러 기업을 일으켰는데, 그런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버지의 경제에 대한 공과를 평하라면 공이 아주 많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밑에서 경제와 기업에 관해 배울 수 있었던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돈과 권력을 함께 쥐려는 데 대한 부정적 정서가 있는 것도 사실 아닌가. 적극적으로 생각해서, 좋은 일 하려면 어느 정도의 경제력은 필요하다. 정치를 하든, 사회사업을 하든 마찬가지다. 소극적 의미로 보면, 우리나라 정치가 부패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권력의 부패에 관한 유혹에서부터 자유로우려면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 여담이지만, 내가 대통령이 되면 좋다고 하는 까닭 가운데 최소한 돈은 안 받지 않겠느냐는 것이 있다. 그것도 좋은 점 아니냐. 경쟁관계 대기업들은 정 의원이 대통령이 되는 데 대한 두려움 같은 게 있는 것 같더라. 예컨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현대의 대통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잘 아는 것처럼 현대가 옛날 같지는 않다. 아버지는 현대그룹의 창업자이고, 그 당시(92년 대선) 현대의 대주주였다. 당시의 아버지와 지금의 나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대기업쪽에서 내가 (대통령에) 나가는 걸 걱정한다면, 내가 최소한 대기업의 편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는 것 아니냐. 만약 대기업이 내가 나오는 것을 경계한다면, 그 이유는 기업 대 기업의 공정한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기업인들이 정치인 출신 대통령에겐 여러 가지 얼버무릴 수 있지만, 내가 대통령이 되면 ‘기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니까 얼버무리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불필요한 생각들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대기업의 편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됐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주5일제에 대해 찬성하나. 대기업의 편이 아니라는 얘기가 아니라 최소한 대기업쪽을 편파적으로 편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내 친한 친구가 일간지에 글을 썼는데, 주5일근무제는 조삼모사와 같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심정적으로는 주5일근무제에 찬성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걸 반대하려면 찬성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찬성하려면 인기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양쪽 다 그 노력을 못하고 있다. 주5일근무제에 대한 정 의원 본인의 견해는 찬성인가 반대인가. 열심히 공부해 조만간 내 입장을 밝히겠다. 대선 출마를 결정하면 그런 문제에 관해 다 표명할 것이다. 집단소송제나 출자총액제 등에 대한 문제는 어떤가. 집단소송제는 주5일제보다 오래된 문제인데, 잘 해보면 좋은 점도 있을 것이라는 기가 있다. 출마 확정 이후엔 그런 얘기를 더 분명히 얘기해야 하지 않겠나. 다시 묻겠다. 출마에 대해서는 언제쯤 밝힐 것인가. 점점 더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정치권이 현재 나라 전체에 무슨 역할이나 기여를 하는지 묻게 된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엔 정치의 가장 큰 부분이 민주화운동이었다. 지금은 권위주의 시대도 아니고, 바깥세상도 많이 변했는데 정치인들이 항상 싸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하는 식으로. 정말 누굴 위해서 싸움을 하는지, 여기에 대해 정치인들이 답하기 어렵다. 출마를 만류하는 분들이나 권유하는 분들이나 우리 정치가 혁명적 수준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식으로 혁명적 변화를 한다고 생각하나. 혁명적 변화는 좋다고 할 수 있는데, 많은 혁명에서 반혁명과 시행착오가 있었다.(혁명적 변화를) 하더라도 섬세하게 잘 해야 한다. 선거를 통한 혁명적 변화를 추구하려면 준비를 잘 해야 한다. 대통령에 출마하면 현대와의 관계가 논란이 될 텐데, 이 문제를 분명히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사실 나 개인적으론 지금 다 분명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의구심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출마를 결정하면 그런 것들도 다 설명할 것이다. 정 의원의 인기에 대해 거품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대선후보에 대한 검증절차는 가혹하리만치 철저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검증을 영어식으로 하면 ‘anatomy’(해부)다. 해부라는 게 그 사람의 사상과 건강,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에 또 하려면 정치적 부채가 있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검증하면서 부채를 조사하는데, 정치적 부채를 조사해야 한다. 파우스트가 영생을 얻기 위해 영혼을 팔았는데 대통령을 하기 위해 정치적 뒷거래를 한 적이 없었는지, 이런 것을 언론에서 조사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의원의 정치적 자산은 뭔가. 부채가 없다는 게 내 정치적 자산이다.(웃음)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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