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2년08월14일 제422호 

귀곡산장 청와대

한나라당의 ‘DJ 때리기’에 속수무책…남북관계에 가장 역점 둘 듯

흔히 임기말 대통령을 ‘절름발이 오리’(레임덕·lame duck)에 비유한다.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처량한 신세를 빗댄 것이다. 요즘 청와대 모습도 예외는 아닌 듯싶다. 청와대 분위기는 한마디로 썰렁하다. 국가권력의 핵심으로써 보여줘야 할 활력이 사라졌다. 임기말은 권력의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더 강해지는 시점임에 틀림없다.

최근 김대중 대통령의 표정도 외롭고 쓸쓸하다. 때론 고통스런 표정마저 감추지 않는다. 지난 98년 취임 뒤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인 강인한 지도력과 비교하면 ‘청년’과 ‘노인’의 차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김 대통령의 두 아들(둘째 홍업·셋째 홍걸)이 각종 비리와 연루돼 구속된 이후 급속히 진행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대통령과 청와대의 앞길이 순탄치 못할 것을 예고하는 징후들이 여러 곳에서 보인다. 먼저 청와대는 철저하게 정치권으로부터 고립되었다. 임기 내내 김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한나라당이 급기야는 8·8 재보선을 통해 원내 과반수를 확보했다. ‘한나라당 정권, 김대중 정부’라는 농담이 떠돌 정도다.

국회를 장악한 한나라당은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DJ 때리기’를 주요 선거전략으로 삼을 것이 확실해보인다. 6개월여 남은 임기 동안 청와대는 또다시 각종 부정·비리 연루 의혹 등으로 시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때리면 맞을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씁쓸해한다. 백약이 무효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특히 한나라당쪽에서 정권교체 뒤 청와대를 겨냥한 각종 청문회 가능성을 내비치며 ‘협박’하는 것에 허탈해한다. 민주당마저 신당창당 등 정계개편 움직임 속에 청와대와 분명한 선긋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기댈 정치적 보호장벽이 없는 상태다.

청와대로서는 정치권의 동의를 얻어가며 해나갈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 말대로 ‘성공적인 임기 마무리’만 남은 셈이다. 물론 공정한 대선관리도 청와대의 몫이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남북관계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은 김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준 중요한 사건이다. 청와대는 임기 중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성사시키는 데 노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정례화’한다면, 또 다른 역사적 사건이다. 한 정권 차원을 넘어선 민족 차원의 평화틀을 만들어냈다고 평가받고 싶은 것이다. 정치권의 줄대기 차단 등 공직사회 기강다지기도 강화한다. 공직기강이 무너지면 공정한 대선관리도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힘이 빠지기 시작한 청와대가 활력을 되찾고 이런 일들을 제대로 해내기는 간단치 않을 것이다.

김용성 기자/ 한겨레 정치부 y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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