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2년07월17일 제418호 

"모로가도 정권만 바꾸면 된다"

영남 유권자들의 대선 제 1관심사… "이회창 좋아하지 않지만 지지한다"도 28.4%


사진/ 영남에서 이회창 후보 지지율이 50%를 넘어서는 요인으로 '반DJ 투쟁의 대표자', '정권교체 열망을 실현시킬 영남출신 대안부재' 등을 꼽는다. (국회사진기자단)


노무현 후보와의 맞대결은 물론 정몽준 의원을 포함한 3자 대결에서도 이회창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낸 영남인들의 속생각은 과연 무엇일까. 그들은 왜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보다 충청 출신 이회창 후보에게 훨씬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을까.

정권교체 의지, 30대가 가장 확고

<한겨레21>의 영남민심 여론조사를 면밀히 살펴보면 영남 유권자들의 마음속에는 어떻게든 김대중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선 김대중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정치인이 당선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700명 가운데 71.1%인 497명이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3.5%, 164명에 그쳤다. 올 12월 대선에 대한 영남 유권자들의 제 1의 관심사는 정권을 되찾아오는 데 집중돼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30대의 생각이 가장 확고했다. 30대 응답자는 79.0%가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정치인이 당선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40대(73.7%)와 20대(68.3%), 60대 이상(67.1%)이 그 뒤를 이었다. 50대는 61.3%에 머물러 상대적으로 낮았다.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이 각각 72.0%와 70.4%로 나타나 지역별 편차는 크지 않았다.

이들이 정권교체를 강하게 희망하는 밑바닥에는 피해의식이 놓여 있다. 영남인 다수는 김대중 정권 등장 이후 지난 5년동안 영남 지역이 불이익을 당했다고 믿고 있었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이후 영남지역이 불이익을 받았냐”는 물음에 53.7%가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34.7%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통해 정권교체를 실현할 것인가. 몇가지 질문을 통해 그 속내를 들여다 봤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영남권 출신 정치인이 당선되는 것이 바람직하냐”고 묻자 찬반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49%(동의하지 않는 편 30.2 + 전혀 동의않음 18.8%), “동의한다”는 의견이 44.6%(매우 동의 10.2% + 동의하는 편 34.4%)였다. 고향출신 대통령도 좋지만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에 좀더 가치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혹시 충청출신 이회창 후보를 염두에 두고 이런 답변을 한 것은 아닐까.

“최근 대통령 감으로 거론되는 인사중 영남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그 속내가 좀더 선명하게 감지됐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34.6%가 충청권 출신인 이회창 후보가 영남정서를 가장 잘 대변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부산 출신 노무현 후보는 20.6%를 얻는데 그쳤다. 나름대로 영남연고를 내세웠던 정몽준, 박근혜 의원도 겨우 9.6%와 6.1%에 머물렀다.

언제든 움직일 '불안한 지지'


사진/ 올 12월 대선에 대한 영남 유권자들의 첫 번째 관심사는 정권을 되찾아오는 것이다. 부산의 자갈치 시장. (이용호 기자)


그동안의 여론조사를 꼼꼼히 살펴보면 영남민심의 흐름을 알 수 있다. 노 후보는 민주당 국민경선 기간동안 “내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는 순간 영남에서 저게 호남당이냐, 영남당이야 헛갈려하는 사람들이 대거 등장하고 그들은 결국 고향 사람인 노무현을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그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영남유권자들은 지난 3월 국민경선에서 ‘노풍’이 불어오자 잠시 노 후보에게 기대를 표명했다. 몇몇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가 이 후보를 앞지르는 역전현상이 확인됐고, 이런 지지는 한동안 노풍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였다. 당시 영남 출신 노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 영남의 이해를 더 잘 대변할 것이라는 기대가 솟구쳤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김대중 대통령 아들 비리 정국과 지방선거 등을 거치면서 영남인의 마음은 다시 변화했다. 영남유권자들 다수는 노풍의 폭발과 추락 과정을 거치면서 한나라당 대표 선수인 이회창 후보가 민주당 대표선수인 노무현 후보보다 영남정서를 더 잘 반영할 것이라고 믿게 됐다. DJ에게 온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노 후보를 바라보며 결국 ‘노무현=DJ 양자’라는 한나라당의 공격에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그리고 DJ와 민주당에 창끝을 겨눈 이 후보가 자신들의 정권교체 열망을 실현시키는 데 더 적합한 인물이라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59.2%는 여전히 “민주당은 호남정당, 김대중 대통령 정당”이라고 답했다.



<한겨레21> 여론조사와 <한겨레>가 7월12~13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를 비교해보면 이런 추세는 좀더 확실해 진다. 전국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지지율은 37.0%, 이회창 후보 개인지지율은 46.6%였다. 그러나 <한겨레21>의 영남지역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50.6%, 이 후보 개인지지율은 58.3%로 나타났다. 영남은 물론 전국 조사에서도 이 후보의 개인 지지율이 한나라당 지지도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영남 유권자들은 이회창 후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영남인들은 과연 그가 좋아서 지지하는 것일까 단지 그가 한나라당 후보이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위해 어쩔 수없이 밀고 있는 것일까. “이회창 후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29.4%(206명)는 “좋아하고 다음 대통령으로 지지한다”고 답했다. 영남지역에서 적극적인 이회창 지지세력 비율이다. 반면 이와 거의 비슷한 28.4%(199명)는 “좋아하지 않지만 다음 대통령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좋아하지만 지지안한다”는 답변은 10.3%, “좋아하지 않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완전부정은 25.4%였다. 결국 영남 유권자의 절반 이상인 53.8%는 심증적으로 이 후보를 마땅찮게 여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절반이 넘는 28.4%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이회창 후보를 영남의 대표주자로는 인정하고 있다. 그 덕분에 영남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50%를 넘어선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나 정치권은 △반 DJ 투쟁의 대표자 △정권교체 열망을 실현시켜줄 영남출신 대안부재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 △민주당에 대한 분노 등을 꼽는다. 결국 이 후보의 지지율은 이런 현실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다른 대안이 출현하면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좀 불안한 지지인 셈이다.

이 후보 한계 "포용력 부족"이 으뜸


사진/ "오직 정권교체!" 지난 6·13 지방선거 직전 부산에서 열린 한나라당 집회에 참석한 이회창 후보(왼쪽)와 대선기획단 위원들과 함께한 모습(오른쪽). (오마이뉴스/ 한겨레 김경호 기자)


올 12월 대선에서 “노 후보보다는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이 더 낫다”고 답하거나,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사람들의 태도에서 이런 흐름은 더욱 뚜렷하게 확인된다.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408명(전체 응답자의 53.8%) 가운데 가운데 47.5%는 “이회창을 좋아하고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42.4%는 “이회창을 좋아하지 않지만 지지한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지지자라 밝힌 354명(전체 응답자의 50.6%) 가운데 35.9%도 “이회창을 좋아하지 않지만 지지한다”고 답했다.

영남 유권자들의 이회창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어떤지를 알아보기 위해 “다음 대통령으로 이회창씨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냐”고 질문을 던졌다. 결과는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 끊임없이 지적됐던 이 후보의 한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28.1%는 “포용력 부족”, 25.7%는 “귀족적이라 서민생활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개혁적이지 않다(7·3%), 소속정당이 맘에 들지 않는다(5.2%)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특이한 것은 이회창 후보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한 사람도 16.2%에 이른다는 점이다. 노무현 후보의 가장 큰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 700명 응답자의 5.7%에 불과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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