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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콜드게임’이 두렵다 영남지역 유권자 여론조사에서 이회창과 더블스코어… 영남대표성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와
저학력층 지지 낮고 고학력층 지지 높아
노 후보는 영남에서도 중졸 이하 학력(10.5%)의 저학력층 지지가 더욱 낮았고, 대졸 이상(29.0%)과 대학재학생(36.5%) 등 고학력층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직업적으로는 주부층 지지(16.1%)가 매우 낮은 점이 눈에 띈다. 거꾸로 이 후보 지지율은 주부층(64.6%)에서 가장 높았다. <한겨레>의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선 주부층 지지율이 35.1%로 평균적인 지지율을 보였다. 노 후보의 영남지역 지지율은 ‘노풍’이 불기 이전과 비슷하다. 지난 3월12일 <시사저널>이 영남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는 20%의 지지율로 이회창 후보(66.3%)에게 크게 뒤졌다. 영남지역에선 노 후보의 지지율이 노풍 이전으로 ‘원상복귀’한 셈이다. 영남지역에서도 ‘노풍’이 완전히 잦아들었다는 증좌다. 노 후보는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드러내놓고 영남후보론을 설파했다. 민주당 후보가 되기만 하면 영남에서 이회창 후보의 표를 빼앗아올 자신이 있으니 지지해달라는 것이었다. 한때 노 후보는 영남에서 꽤 인기가 있었다. 지난 3월21일치 <중앙일보> 조사에선 부산·경남지역에서 46.7%의 지지율로 43.3%에 머문 이회창 후보를 앞질렀다. 다음날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 합동조사에서도 노 후보는 부산·경남지역에서 48.8%의 지지를 얻어 42.7%에 그친 이 후보를 따돌렸다. ‘노풍’이 막 위력을 발휘한 무렵이었다. 그때만 해도 ‘노풍’은 영남지역도 강타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4월을 넘기고 5월에 접어들면서 사정이 확 달라졌다. 김대중 대통령 아들들의 추문이 불거질 무렵이었다. <한겨레>의 5월10∼11일 여론조사 결과 부산·경남지역에서 노 후보는 이 후보에게 15.9%포인트(34.8% 대 50.7%) 차이로 뒤졌다. 6·13 지방선거에서 노 후보는 영남지역 후보를 열심히 지원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도 노 후보의 영남지역 득표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좋아하지만 지지하지 않음” 24.7%
그러나 영남출신 대통령 당선이 바람직하다는 응답(44.7%)보다는 정권교체가 가능한 인사의 대통령 당선이 바람직하다는 응답(71.1%)이 높았다. 노 후보가 영남대표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지도와 연결시키는 것이 수월치 않다는 얘기다. 노무현 개인에 대한 호감도와 지지도를 살펴봐도 뭔가 여운이 남는다. 조사결과는, 좋아하고 지지함(16.8%), 좋아하지 않지만 지지함(10.7%), 좋아하지만 지지하지 않음(24.7%), 좋아하지도 않고 지지하지도 않음(38.3%) 등이었다. 좋아하지만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아직 노 후보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것일까. “노 후보를 좋아하지만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이 후보를 좋아하지 않지만 지지한다”고 밝힌 사람은 65명(9.3%)이었다. 선호도와 지지도의 불일치를 보인 이들이 만약 선호도에 따라 지지한다고 가정하면 노 후보의 지지율은 32.6%로 오르고, 이 후보의 지지율은 49.0%로 줄어든다. 둘의 격차가 35.3%포인트에서 16.4% 포인트로 확 줄어들면서 전국적인 지지도와 비슷해지는 것이다. 노무현 후보의 영남지역 득표력을 김대중 대통령의 그것과 비교해보자. 김 대통령은 97년 15대 대통령 선거 당시 영남지역 투표자 725만7525표 가운데 96만10표를 얻어 13.23%의 득표력을 보였다. 부산에선 15.07%, 대구지역에선 12.37%를 득표했다. 노 후보가 그래도 DJ의 영남 득표력보다는 조금 높은 셈이다. 영남사람들은 노 후보의 어떤 점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다음 대통령으로 노무현씨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냐”고 물어봤다. “나라를 이끌기에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응답(46.6%)이 가장 많았고, “소속 정당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응답(17.0%)이 그 다음이었다. 이 밖에 “생각이 급진적이고 과격하다”(15.0%), “개혁적이지 않다”(2.2%), “아무런 문제가 없다”(5.7%) 등이었다. 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161명 가운데서도 34.7%가 안정감 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정당보다도 후보 자체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얘기다.
DJ와의 거리두기, 결과 신통찮아
영남지역 정당지지율을 살펴보면 노 후보가 영남에서 서 있는 자리를 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 지지율은 9.4%, 한나라당 지지율은 50.6%, 민주노동당 지지율은 5.5%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의 5배가 넘는다. 민주당 간판이 영남에선 노 후보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함을 알 수 있다. <한겨레>의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율은 한나라당 37.0%, 민주당 21.1%, 민주노동당 5.6%였다. 영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지만, 노 후보 지지율은 그나마 하락폭이 작은 것이다. 이는 영남사람들이 민주당에 비해서는 그나마 노 후보를 잘 봐주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영남지역의 민주당에 대한 매우 낮은 지지율은 기본적으로 ‘반DJ정서’ 때문으로 보인다. 영남지역에선 민주당을 ‘호남정당’이나 ‘김대중정당’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59.2%에 이르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20대(54.8%)와 30대(61.4%)에서도 이런 응답이 많았고, 지역적으로는 대구(67.3%)에서 특히 높았다. 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이런 응답(53.8%)이 반수를 넘었다. 부산출신인 노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는 점도 영남인들의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진 못했다. “부산출신인 노무현이 대선후보가 된 이상 민주당은 더 이상 호남정당이 아니다”고 동의한 사람은 31.9%에 지나지 않았고, “그래도 여전히 민주당은 호남정당”이라는 응답이 51.4%였다. 노 후보가 최근 DJ에 대한 거리두기를 시도한 것도 자신과 민주당, DJ에 대한 연결고리를 끊자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노 후보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아태재단 문제에 대한 결단을 요구하는 등 김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듯한 기자회견을 한 이후 노 후보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느냐”고 물어봤다. “변함없다”(52.4%)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더 좋아졌다”(20.2%)는 응답도 있었지만 “더 나빠졌다”(15.1%)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추세였다. 결국 전체적으로 보면 노 후보가 7월4일 DJ와의 차별화 기자회견으로 크게 남는 장사를 못한 셈이다.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서 노 후보와 DJ를 떼어내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대통령감 부적절 인물, 세 후보 비슷
이번 조사에선 영남지역의 후보별 비토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대통령이 되기에 부적절한 인물”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회창(8.1%), 노무현(7.9%), 정몽준(7.1%) 세 후보가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영남사람들이 이들 세 사람을 특별히 크게 미워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 27.6%가 이회창 후보를 비토했고, 이 후보 지지자 가운데 11.5%가 노 후보를 비토했다. 노 후보 지지층의 이 후보에 대한 비토 정도가 조금 높게 나왔다. 그런데 이인제 의원은 34.9%, 박근혜 의원은 16.3%로 매우 높게 나왔다. 특히 이 의원은 부산지역에서 45.7%라는 높은 수치가 나왔다. 97년 대선당시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는 부산에서 62만3756표를 얻어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얻은 32만178표의 두배 가까이 득표했다. 애정이 미움으로 바뀐 셈이다. 박 의원은 경북지역에서도 17.0%의 비토 그룹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석규 기자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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