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2002년07월17일 제418호 

노무현은 ‘콜드게임’이 두렵다

영남지역 유권자 여론조사에서 이회창과 더블스코어… 영남대표성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와


<한겨레21>은 올해 대선판도를 좌우할 주요 변수인 영남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7월10∼11일에 여론조사를 벌였다. 전국단위의 여론조사에서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 영남민심의 실체를 들여다보자는 취지였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영남지역의 지지로 대세를 몰아가고 있고,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영남지역 득표력을 내세워 후보를 따냈다. 제3후보로 거론되는 정몽준 의원은 영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고,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는 영남출신이다. 이런 점에 주목해 영남인들이 대선과 대선후보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살펴봤다. 지난 봄 영남 민심기행(4월2일치, 402호)이 나무 사이를 누빈 것이라면, 이번 여론조사는 숲을 조망한 것이다. 편집자

<조사개요>
모집단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지역 거주 만 20살 이상 성인남녀
표본수 700명
표본추출방법 2000년 인구센서스에 의해 지역별·성별·연령별로 비례할당한 뒤 전화번호부를 이용해 무작위 추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7%포인트
조사방법 전화여론조사
조사일시 2002년 7월10∼11일
조사기관 <한겨레> 여론조사팀(담당 이화주 조사전문기자)




사진/ (강재훈·이정용 기자, 한겨레 김정효 기자). 컴퓨터그래픽/ (장광석).


영남민심은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싸늘했고,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겐 따뜻했다. 양자 대결에서 이회창 대 노무현은 58.3% 대 23.0%. 무려 35.3%포인트 차이로 더블스코어 이상이다. 세부 내역을 뜯어봐도 노 후보가 고향인 영남지역에서 받은 성적표는 너무 초라하다. 노 후보는 20대(노 33.9% 대 이 46.3%)와 30대(31.7% 대 이 51.6%)에서도 뒤지는 등 모든 연령층에서 이 후보에게 뒤졌다. 지역별로도 영남 모든 지역에서 완패했다. 연고가 있는 부산·경남(25.1%)의 지지율이 대구·경북(19.8%)의 그것보다 조금 높을 뿐이다. 특히 대구에선 이 후보(66.9%) 지지율이 노 후보(21.3%) 지지율의 3배가 넘는 편중성을 보였다.

저학력층 지지 낮고 고학력층 지지 높아


사진/ ‘노풍’은 완전히 잦아들었는가. 당내 경선 때만 해도 이회창을 앞지른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가 최근 들어서는 영남 모든 지역에서 완패로 나타나고 있다.(이정용 기자)


영남민심은 <한겨레>가 7월12일과 13일 실시한 전국단위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좀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회창 46.6% 대 노무현 35.2%(없음/무응답 18.2%).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11.4%다. 노 후보가 영남에서 훨씬 고전하고 있음이 분명해지는 것이다.

노 후보는 영남에서도 중졸 이하 학력(10.5%)의 저학력층 지지가 더욱 낮았고, 대졸 이상(29.0%)과 대학재학생(36.5%) 등 고학력층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직업적으로는 주부층 지지(16.1%)가 매우 낮은 점이 눈에 띈다. 거꾸로 이 후보 지지율은 주부층(64.6%)에서 가장 높았다. <한겨레>의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선 주부층 지지율이 35.1%로 평균적인 지지율을 보였다.

노 후보의 영남지역 지지율은 ‘노풍’이 불기 이전과 비슷하다. 지난 3월12일 <시사저널>이 영남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는 20%의 지지율로 이회창 후보(66.3%)에게 크게 뒤졌다. 영남지역에선 노 후보의 지지율이 노풍 이전으로 ‘원상복귀’한 셈이다. 영남지역에서도 ‘노풍’이 완전히 잦아들었다는 증좌다.

노 후보는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드러내놓고 영남후보론을 설파했다. 민주당 후보가 되기만 하면 영남에서 이회창 후보의 표를 빼앗아올 자신이 있으니 지지해달라는 것이었다. 한때 노 후보는 영남에서 꽤 인기가 있었다. 지난 3월21일치 <중앙일보> 조사에선 부산·경남지역에서 46.7%의 지지율로 43.3%에 머문 이회창 후보를 앞질렀다. 다음날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 합동조사에서도 노 후보는 부산·경남지역에서 48.8%의 지지를 얻어 42.7%에 그친 이 후보를 따돌렸다. ‘노풍’이 막 위력을 발휘한 무렵이었다. 그때만 해도 ‘노풍’은 영남지역도 강타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4월을 넘기고 5월에 접어들면서 사정이 확 달라졌다. 김대중 대통령 아들들의 추문이 불거질 무렵이었다. <한겨레>의 5월10∼11일 여론조사 결과 부산·경남지역에서 노 후보는 이 후보에게 15.9%포인트(34.8% 대 50.7%) 차이로 뒤졌다. 6·13 지방선거에서 노 후보는 영남지역 후보를 열심히 지원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도 노 후보의 영남지역 득표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좋아하지만 지지하지 않음” 24.7%


사진/ 부산시장 선거유세에 나선 노무현 후보. 6·13 지방선거에서 노 후보는 영남지역 후보를 열심히 지원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한겨레 김봉규 기자)


노 후보는 고향인 영남에서 완전히 버림받은 것일까. 영남이 “이회창으로 정권교체” 대열에 합류했다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 “최근 대통령감으로 거론되는 정치권 인사 가운데 영남정서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에서 노무현 후보는 20.5%로 이회창 후보(34.6%) 다음이었다. 정몽준(9.6%) 의원이나 박근혜(6.1%) 의원에 훨씬 앞섰다. 노 후보의 영남대표성이 지지도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셈이다. 특히 부산에선 노 후보가 33.2%로 31.5%에 머문 이 후보를 앞질렀다. 최소한 부산에서는 노 후보의 영남지역 대표성의 ‘약발’이 아직 살아 있다는 얘기다. 노 후보 쪽에선 이 점을 노 후보의 영남지역 잠재력으로 꼽았다. 선거 막바지에 이르면 지역변수가 도드라지고, 그러면 결국 영남지역에서 고향사람인 노 후보 쪽으로 표가 쏠리게 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남출신 대통령 당선이 바람직하다는 응답(44.7%)보다는 정권교체가 가능한 인사의 대통령 당선이 바람직하다는 응답(71.1%)이 높았다. 노 후보가 영남대표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지도와 연결시키는 것이 수월치 않다는 얘기다.

노무현 개인에 대한 호감도와 지지도를 살펴봐도 뭔가 여운이 남는다. 조사결과는, 좋아하고 지지함(16.8%), 좋아하지 않지만 지지함(10.7%), 좋아하지만 지지하지 않음(24.7%), 좋아하지도 않고 지지하지도 않음(38.3%) 등이었다. 좋아하지만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아직 노 후보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것일까. “노 후보를 좋아하지만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이 후보를 좋아하지 않지만 지지한다”고 밝힌 사람은 65명(9.3%)이었다. 선호도와 지지도의 불일치를 보인 이들이 만약 선호도에 따라 지지한다고 가정하면 노 후보의 지지율은 32.6%로 오르고, 이 후보의 지지율은 49.0%로 줄어든다. 둘의 격차가 35.3%포인트에서 16.4% 포인트로 확 줄어들면서 전국적인 지지도와 비슷해지는 것이다.

노무현 후보의 영남지역 득표력을 김대중 대통령의 그것과 비교해보자. 김 대통령은 97년 15대 대통령 선거 당시 영남지역 투표자 725만7525표 가운데 96만10표를 얻어 13.23%의 득표력을 보였다. 부산에선 15.07%, 대구지역에선 12.37%를 득표했다. 노 후보가 그래도 DJ의 영남 득표력보다는 조금 높은 셈이다.

영남사람들은 노 후보의 어떤 점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다음 대통령으로 노무현씨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냐”고 물어봤다. “나라를 이끌기에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응답(46.6%)이 가장 많았고, “소속 정당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응답(17.0%)이 그 다음이었다. 이 밖에 “생각이 급진적이고 과격하다”(15.0%), “개혁적이지 않다”(2.2%), “아무런 문제가 없다”(5.7%) 등이었다. 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161명 가운데서도 34.7%가 안정감 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정당보다도 후보 자체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얘기다.




DJ와의 거리두기, 결과 신통찮아

영남지역 정당지지율을 살펴보면 노 후보가 영남에서 서 있는 자리를 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 지지율은 9.4%, 한나라당 지지율은 50.6%, 민주노동당 지지율은 5.5%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의 5배가 넘는다. 민주당 간판이 영남에선 노 후보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함을 알 수 있다. <한겨레>의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율은 한나라당 37.0%, 민주당 21.1%, 민주노동당 5.6%였다. 영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지만, 노 후보 지지율은 그나마 하락폭이 작은 것이다. 이는 영남사람들이 민주당에 비해서는 그나마 노 후보를 잘 봐주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영남지역의 민주당에 대한 매우 낮은 지지율은 기본적으로 ‘반DJ정서’ 때문으로 보인다. 영남지역에선 민주당을 ‘호남정당’이나 ‘김대중정당’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59.2%에 이르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20대(54.8%)와 30대(61.4%)에서도 이런 응답이 많았고, 지역적으로는 대구(67.3%)에서 특히 높았다. 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이런 응답(53.8%)이 반수를 넘었다. 부산출신인 노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는 점도 영남인들의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진 못했다. “부산출신인 노무현이 대선후보가 된 이상 민주당은 더 이상 호남정당이 아니다”고 동의한 사람은 31.9%에 지나지 않았고, “그래도 여전히 민주당은 호남정당”이라는 응답이 51.4%였다.

노 후보가 최근 DJ에 대한 거리두기를 시도한 것도 자신과 민주당, DJ에 대한 연결고리를 끊자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노 후보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아태재단 문제에 대한 결단을 요구하는 등 김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듯한 기자회견을 한 이후 노 후보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느냐”고 물어봤다. “변함없다”(52.4%)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더 좋아졌다”(20.2%)는 응답도 있었지만 “더 나빠졌다”(15.1%)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추세였다. 결국 전체적으로 보면 노 후보가 7월4일 DJ와의 차별화 기자회견으로 크게 남는 장사를 못한 셈이다.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서 노 후보와 DJ를 떼어내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대통령감 부적절 인물, 세 후보 비슷

이번 조사에선 영남지역의 후보별 비토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대통령이 되기에 부적절한 인물”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회창(8.1%), 노무현(7.9%), 정몽준(7.1%) 세 후보가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영남사람들이 이들 세 사람을 특별히 크게 미워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 27.6%가 이회창 후보를 비토했고, 이 후보 지지자 가운데 11.5%가 노 후보를 비토했다. 노 후보 지지층의 이 후보에 대한 비토 정도가 조금 높게 나왔다. 그런데 이인제 의원은 34.9%, 박근혜 의원은 16.3%로 매우 높게 나왔다. 특히 이 의원은 부산지역에서 45.7%라는 높은 수치가 나왔다. 97년 대선당시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는 부산에서 62만3756표를 얻어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얻은 32만178표의 두배 가까이 득표했다. 애정이 미움으로 바뀐 셈이다. 박 의원은 경북지역에서도 17.0%의 비토 그룹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석규 기자sky@hani.co.kr
이화주 기자/ 한겨레 여론조사팀hol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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