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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정책 밀고 나가자” 평화문제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서해교전… 확전 피한 건 군사적 신뢰구축의 가능성 보여줘
북한이 ‘선제공격’을 했다면, 과연 무엇을 노린 것일까. 박선원(이하 박)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체제 유지와 변화를 갈구하는 두 세력이 정치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관심을 외부적으로 돌리려고 한 것 같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대남 교류노선을 지지하는 쪽이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직접적인 권력기반인 군부를 멀리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계획적 도발’로 보기엔 무리
김연철(이하 김)서해교전이 북한 군부가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도발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현재의 한반도 정세에서는 과거처럼 벼랑 끝 전술을 펴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우리는 군부 강경파와 북한 당국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이번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런 이중성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상당히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김 북한의 입장은 더 이상의 긴장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남북교류는 지속되어야 한다. 이는 남북간 긴장 완화를 위한 중요한 채널이다. 구 연평해전이 일어났음에도 남한 정부는 금강산관광을 중단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조처를 취했다. 북한도 핵안전규제요원의 남한방문을 허용했고 이미 합의된 민간접촉을 막지 않았다. 북한은 내부의 열악한 경제사정 탓으로 기능주의적 접근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서해교전이 우발적 성격이 강한 군사행동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이현숙(이하 김이) 서해교전 이후에도 북한은 민간접촉채널을 통해 6·15 남북공동선언은 반드시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민간교류는 군사적 긴장과는 상관없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진상 규명을 지켜본 소감은. 구 진상 규명은 정부 몫이다. 철저하게 조사해야 하며 그 결과는 ‘국가안보에 극히 민감한 정보’가 아니라면 자세한 내용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진상 규명은 안보 및 대북정책의 ‘민주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박 유엔사가 북쪽에 요구한 공동조사는 실행돼야 한다. 남쪽이 확전을 피하기 위해 교전확대를 자제했고, 북쪽도 미사일 공격 징후를 보이긴 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확전을 우려한 것이다. 짧은 시간에 보여준 억제 메커니즘이 남북 양쪽 군대 일선에서 작동되었다. 이 사실은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관리하는 남북 양쪽의 군사적 신뢰구축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김이 진상 규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지 않는다. 어민들의 자유로운 증언이 보장돼야 한다. 김 확전을 예방하기 위한 군 당국의 결정은 적절했다. 한반도는 여전히 과도기적 상황이다. 정확한 진상 규명을 통해 이번 사태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국방부의 신중한 대응 높이 평가
정부나 정치권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나. 구 정부가 뒷걸음질치는 자세를 보여서는 안 된다. 진상을 당당하게 공개하고 다양한 정치 및 사회세력이 이번 사태를 놓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의 견해는 다를 수 있다. 문제는 그 차이를 절대화함으로써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로까지 몰고 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박 정부는 주어진 역할과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 안보와 전쟁조차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야당의 태도는 매우 실망스럽다. 군의 사기를 위한다면서 군 당국을 위축시키는 발언이나 “한판 붙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또 자제를 요청하기보다는 비슷한 발언 수위를 유지하는 야당 대통령 후보의 태도는 더욱 실망스럽다. 김 포용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적절하다. 하지만 죽은 군인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나 고통을 나누는 데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야당의 반응에 접하고는 솔직히 경악했다. 북한의 군부 강경파도 문제지만, 우리 내부의 극단세력도 문제다. 김이 확전을 우려한 국방부의 신중한 대응을 높이 평가한다. 김 대통령은 일본으로 떠나기에 앞서 희생된 군인과 가족들에 대한 위로의 전문을 먼저 보내야 했다. 정치권의 대응은 너무나 실망스러워 말하기도 싫다. 이런 상황에서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진지한 정치 지도자를 보고 싶다.
공동어장 관리 불가능한가
서해교전의 재발 가능성은? 김 남북한의 해상경계선에 대한 제도적 합의 없이는 언제든 분쟁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충돌을 막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박 남북 지도자와 군 당국자 회담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공동어로구역 설정은 좋은 아이디어지만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완충지대 없이 남북 경비정과 어선이 함께 조업한다면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더 높일 뿐이다. 물론 지혜를 짜내면 매우 다양한 공동어로구역 관리방안이 나올 수는 있을 것이다. 구 서해상의 경계선에 대한 남북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 문제를 포함해 정전협정체제 전반을 논의할 수 있는 남북한 그리고 북-미 정부간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 서해의 분쟁지역을 남북한이 공동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공동어장 관리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공동관리를 하면 군사적 문제가 경제적 문제로 바뀔 수 있다. 남쪽 정부는 북한도 참여하고 있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서해상의 분쟁해결을 위임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서해상의 분쟁해결을 위한 국제조사단을 꾸릴 수도 있다. 이는 한반도 평화정착에 필수적인 동북아시아 또는 동아시아 다자간 안보체제의 구축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하나. 구 온 국민의 지지를 골고루 받기는 불가능하다. 일부는 다른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남남갈등은 자연스런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갈등을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서해교전은 경제분야의 협력을 통해 정치·군사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현 정부의 기능주의적 접근이 쉽지 않음을 잘 보여주었다. 민간 차원의 대화가 정부 차원의 대화와 병행되지 않으면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박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화해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군사적 긴장과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 있는 지금은 상호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최선이다. 김 포용정책은 지속해야 한다. 군 당국 역시 분쟁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해결 방향을 찾아야 한다. 교전수칙 개정 역시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김이 재발방지를 위해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일이 시급하다.
북-미 관계는 어떻게 풀릴 것인가
이번 군사충돌로 인해 북-미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었다. 한-미 공조의 균열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핵사찰 문제와 맞물려 한반도 위기설이 우려 수준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구 2003년 위기는 ‘설’이 아니라 현실일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이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합의한 북-미 공동성명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내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세력이 있다. 이런 틈새를 정부와 시민사회가 잘 활용하면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김 한반도는 지금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북한의 전략적 모호성, 그리고 김대중 정부의 포용정책 추진력의 약화로 한반도는 분명 위기에 놓여 있다. 김이 이런 때일수록 시민들의 냉철한 대처가 필요하다. 먼저 미국 행정부와 의회, 시민사회에 대해 어떤 명분이든 한반도에서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모든 갈등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도 전해야 한다.
사회·정리 임을출 기자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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