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전체 면적의 약 3분의 2가 군 작전지역인 연평도에는 육·해·공군은 물론 해병대까지 주둔하고 있다. 섬의 북서쪽 대부분이 군부대 주둔지역으로 주민 출입이 통제된다. 백령도·대청도·소청도·우도 등 여타 ‘서해5도’가 모두 비슷한 상황이지만, 실제 교전이 벌어진 것은 유독 꽃게철의 연평도였다. 꽃게 황금어장을 가지고 있는데다 휴전선에서 직선거리 약 1.96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연평도는 북한 땅과 가장 가까이 맞닿은 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평바다의 평화는 어민들에게는 ‘생계의 평화’와 같다. 교전이 벌어지면 어선이 발에 묶이고, 제때 그물을 거둬들이지 못하면 꽃게가 상해 생계에 치명타를 입기 때문이다.

연평도 꽃게잡이는 봄철과 가을철 두 차례로 나뉜다. 2월 중순께부터 출어 준비에 들어가는 봄 게잡이는 6월 말까지 이어진다. 금어기가 시작되는 7월에도 중순까지는 바다에 뿌려둔 어망을 거둬들이는 작업이 이어진다. 어망은 1틀에 줄잡아 700만∼800만원에 이르는 고가품이다. 8월 중순께부터는 다시 가을 게잡이 준비가 시작된다. 어구를 새로 장만하고, 300만∼600만원의 선금을 주고 선원을 모집하는 등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렇게 시작하는 가을철 조업은 12월까지 넉달가량 이어진다.

1968년 어로한계선이 발표된 뒤, 72년 지정된 연평어장 조업구역은 89년과 92년 두 차례에 걸쳐 확장됐다. 총면적 724㎢, 연장길이 107.6km에 이르는 현 조업구역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소연평도에서 2∼3마일 아래쪽에 ‘노른들’이 있다. 사시사철 게가 나는 노른자위 어장이다. 조업구역 남쪽 끝에서 북동쪽 방향에 있는 ‘사릿골’은 가을 게의 보고다. 연평도 북방에서 산란을 마친 게떼는 쇠약한 몸으로 해류를 이용해 수면 가까이에 둥둥 떠 이동한다. 이에 따라 가을 게잡이는 봄철과는 달리 그물을 수면에 바싹 붙인다. 사릿골 반대편은 ‘골판’으로 불린다. 게 이동로인 ‘골’이 이곳을 중심으로 뻗어 있다. 산란기 게떼는 골을 따라 북방한계선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어민들의 위험을 무릅쓴 월선조업은 이 부근에서 집중된다. 연평바다에서 발생한 두 차례 교전이 봄철 게잡이 끝물인 6월에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