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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커버스토리 | 등록 2002.06.20(목) 제41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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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민주당의 조종이 울리나 지방선거 참패로 당내 갈등 위험수위… DJ당 흔적에 지도부 무능 겹쳐 해법 난망
민주당과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일까. 지방선거 참패 원인분석과 책임소재, 진로를 둘러싼 공방으로 민주당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민주당 해체론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친이인제 성향의 의원들은 집단적으로 대선후보 교체를 추진하고 나섰다. 노무현은 민주당이라는 말을 타고 계속 질주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말로 갈아탈 것인가. 거꾸로 민주당이라는 말이 노무현이라는 기수를 계속 태우고 달릴 것인가, 아니면 버리고 새로운 기수를 물색할 것인가. 기수가 누구건, 어떤 말을 타건 간에 최종적인 대선승리의 향배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민주당 안팎에서 나오는 예측불허의 물음들이다.
대선후보 교체 주장에 해체론까지 대두
6월17일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백가쟁명의 해법이 제시됨에 따라 민주당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노 후보는 필요할 경우 재보선 이후 외부인사 영입을 통한 대통령 후보 재선출이라는 나름의 해법을 내놨다. 그러나 난제가 첩첩산중이다. 당장 이인제 의원 쪽 의원들은 후보교체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이는 국민이 참여한 국민참여 경선제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경선불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의원 쪽에서 지속적인 흔들기에 나설 경우 당이 쪼개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외부인사 영입이 성사될지 여부도 미지수지만 재보선 때까지 당내 사태가 어떻게 번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대선이 멀지 않아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하다. 민주당의 갈등은 지혜로운 결론 도출을 위한 생산적인 진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낙관하기엔 민주당 내부 사정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주류와 비주류의 의견편차가 크고, 주류 내부에서도 한화갑 대표 쪽과 친노무현 후보 성향 의원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당내경선의 앙금이 켜켜이 쌓여 있는 점도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2개월 전만 해도 한나라당 지지율을 앞지르고 노풍으로 기세등등하던 민주당이 왜 순식간에 이런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무릇 모든 선거는 민심의 분화구다. 선거는 항상 혁명을 일으켰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거스를 수 없는 민심을 분출시켰다. 민심은 때론 무섭도록 냉혹하다. 이번 선거결과에 담긴 민심의 요체는 뭘까. 분명한 것은 민주당, 이대로 안 되니 깨지고 거듭나라는 것이다. 이젠 넌더리가 났으니 이대로라면 차라리 당을 해체하라는 게 유권자들의 요구다. 곽치영 의원과 이치호 당무위원 등도 선거결과를 “민주당을 해체하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함승희 의원은 개인성명을 통해 “이번 지방선거는 국민이 우리 당을 선택하지 않은 게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융단폭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000년 1월 새천년민주당의 시작은 창대했다. 전국정당화의 기치 아래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끌어모았다. 영남권 인사들도 제법 있었다. 그해 4·13 총선의 결과도 승리는 아니었지만 참패라고 할 수는 없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그 뒤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비공식 정치 청산 등 동교동계 구파를 겨냥한 쇄신요구가 간헐적이지만 지속적으로 표출됐다. 그러나 진정한 쇄신은 끝내 없었다. 각종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행진이 이어졌다. 지난해 10·25 재보선 참패는 그 정점이었다. 그 이후 거듭된 당내 분란 속에 김대중 총재의 총재직 사퇴로 민주당은 새로운 변신의 계기를 맞을 수 있었다. 국민경선제는 국민에게 희망을 던졌고, 노풍이 불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은 심히 미약하다. 지방선거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평민당 시절보다 훨씬 지독한 호남고립 상황이다. 설마설마했지만 수도권 전패라는 악몽은 또렷한 현실로 나타났다.
국민의 갈증 풀지 못해 민심 돌아섰다
유권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한나라당을 찍은 유권자들은 별로 주저하지 않았다. 영남 출신 유권자들도 지역정서에 기댄 투표가 아닐까라는 ‘찜찜함’을 느끼지 않고도 한나라당을 자신 있게 선택할 수 있었다. 왜냐면 ‘부패정권을 심판하는’ 명분 있는 일이니까. 민주당을 찍은 사람들은 부류가 나뉜다. 열혈 지지자들은 ‘그래도 민주당’이다. 또 다른 부류는 ‘노무현을 봐서 찍어준다’는 쪽이다. 하는 ‘뽄새’를 보면 민주당 찍기 싫지만 노무현이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민주당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민주노동당을 찍은 사람들은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희망이 없기는 마찬가지니 이번엔 민주노동당을 한번 밀어보자는 것이었다. 자신의 정치적 출구를 담을 그릇으로 민주노동당이라는 대안을 주목하기 시작한 사람들이다. 호남과 영남지역에서만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민주당은 싫지만 한나라당은 못 찍겠다는 호남 유권자들과, 노무현은 좋지만 민주당은 못 찍겠다는 영남 유권자들의 선택 때문이다. 정치적 의사표현의 출구를 못 찾은 사람들은 아예 투표장을 찾지 않았다. 투표 참여 캠페인에선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차선이 아니면 차악을 택하라고 권유했지만 어쩌겠는가, 다 싫다는데.” 민주당 한 당직자의 말이다. 투표장에서 붓두껍을 집어든 순간 유권자들의 심리가 이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객관성을 장담할 수 없는 유추 해석일 뿐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한나라당, 민주노동당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이런 유의 고백들을 심심찮게 발견된다. 얼토당토않은 황당한 얘기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민심은 왜 민주당에 철저하게 등을 돌린 것일까. 당 안팎에서 복잡다기한 진단이 나오고 있지만 대통령 아들들의 부패와 비리에 대한 심판이 주요인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이것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거나 다른 과오까지 덮어주는 것은 아니다. 결국 민주당과 노 후보가 변화, 개혁, 구정치 탈피라는 국민의 갈증을 채워주지 못한 것에서 총체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DJ가 떠난 상태에서 DJ당의 틀과 내용을 유지한 채 치른 선거에서 패배는 예견돼 있었다. ‘DJ 없는 DJ당의 실패’였다.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서고, 노무현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됐지만 이후 진정한 쇄신이 없었던 것이다. 민주당이 DJ당의 틀을 깨지 못함으로써 대통령 아들들의 부패는 민주당에 직격탄으로 날아들었다.
끝내 DJ당 틀 깨지 못하고 구태 재연
민주당의 실패요인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대통령 후보선출과 전당대회 이후 ‘대권·당권 분리’라는 새로운 제도적 틀 속에서 ‘노무현 후보-한화갑 대표 투톱체제’가 닻을 올렸다. 정치제도적으론 1인보스체제나 제왕적 총재체제보다 진일보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정대철·신기남·추미애 의원 등 지난해 쇄신을 주도한 쇄신파 의원들도 최고위원에 당선돼 당내 주류로 진입했다. 노풍에 환호했던 지지자들은 민주당의 새로운 변모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 뒤 달라진 것은 없었다. 민주당은 김방림 의원 체포를 막기 위한 혐의가 짙은 ‘방탄용’ 임시국회에 덜컥 합의했다. 그동안 한나라당의 ‘방탄국회’ 소집을 그토록 비난하면서 쌓아온 민주당의 도덕적 우위는 순식각에 물거품이 돼버렸다. 국민들은 민주당의 변신 약속에 의문부호를 달기 시작했다. 지도부의 무능은 당을 무기력증에 빠뜨렸다. 집단지도체제는 출발부터 삐그덕거렸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낳기는커녕 효율성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경선과정에서 한때 민주당 지지율이 한나라당 지지율을 앞질렀던 까닭은 민주당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선 이후 민주당은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민주당에 적대적인 언론환경 탓도 있고 한나라당의 부패정권심판론이 주효한 측면도 있었지만 민주당이 기존의 정치구도에서 탈바꿈하지 못한 게 큰 원인이었다.” 참여연대 손혁재 운영위원장의 진단이다. 민주당이 탈바꿈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불해 경선과정에서 노풍을 일으켰던 민심이 기대에 배반당하자 싸늘하게 외면했다는 것이다. 희망이 컸기에 배신감이 더욱 컸는지도 모른다. 민주당에서 부패와의 단절에 대한 말은 무성했지만 구체화된 정책은 없었다. 5월 초 의원 워크숍에서 부패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 필요성이 제기돼 정치개혁특위(위원장 박상천 최고위원)와 부패근절팀(팀장 신기남 최고위원)이 꾸려졌으나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국민들은 대통령 아들들의 부패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재발방지책을 만들겠다는 것인지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비전 제시 못한 노 후보, 미로 속으로…
노무현 후보의 오류도 적지 않았다. 경선 이후 그가 보여준 행보는 기성 정치인과 다를 것이라는 지지자들의 기대를 외면했고, 이는 노풍의 쇠잔으로 나타났다. 의원들과 자주 만나며 당내 지도력 확보에 상당한 노력을 쏟았지만 다양한 세력을 한데 묶고 아울러서 결집해내는 리더십은 발휘되지 않았다. 지방선거에서도 전국을 누볐지만 알맹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부패에 대한 절연의지를 보여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민주당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민주당이 헤쳐야 할 길은 밀림처럼 험난하다. DJ와의 관계는 어떻게 매듭지을 것인지, 8·8 재보선은 어떤 인물들을 내세워 승부를 낼 것인지, 복잡한 당내 갈등을 어떻게 봉합시켜낼 것인지,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것과 민주당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일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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